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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서 배우는 마음

교실에서 세상으로 보내는 마음

  • 웹출고시간2021.03.04 16:50:10
  • 최종수정2021.03.04 16:50:10

최유라

청주 청원초 교사

새 학년 첫날 처음 만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고민한다.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 1년의 수업이 어떻게 흘러갈지 한껏 부푼 기대감으로 마주하는 첫 시간이기에 선생님이 가장 공을 들여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마스크 낀 얼굴로 함께 하는 짝도, 모둠도 없는 상황. 옆 친구와 말 한마디 나누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서로를 알고 관계를 맺기 전에 오해하거나 갈등이 생길까 걱정이 되어 <곰과 새, 김용대, 길벗어린이>를 꺼내 들었다.

배가 고파 민가로 내려온 곰이 먹을 것을 찾다 새장 속 새를 발견한다. 무서운 이빨을 드러내며 새장을 뜯는 장면이 이어진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당연히 곰이 새를 잡아먹을 것으로 생각했다. 거칠게 새장을 뜯는 곰의 이빨을 보며 마음이 조마조마했건만 사실 그 모든 행동은 곰이 새를 구해주려는 노력이었음이 드러난다. '틀 안에 갇힌 시선은 서로 간의 오해를 낳고 미워하며 때로는 이유 없이 싸움을 만들기도 하지요. 어쩌면 서로 친구가 되길 원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마지막 장에 쓴 작가의 말까지 읽고 나니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선입견으로 인해 곰을 오해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부끄러운 순간의 그 경험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첫 번째 책으로 정했다. '곰이 새를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예상해 보고 실제 이야기의 결론을 비교해 보며 선입견 대신 내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하며 상대를 알아가는 노력을 통해 바른 관계 맺기를 말하고 싶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글자 없는 그림책인 <곰과 새>의 장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곰이 새장을 뜯어 도망가는 부분에서 멈춘 후 준비한 질문을 던졌다. "곰이 새를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요?" 아이들은 큰 고민 없이 대답했다. "곰이 새를 살려주려는 것 같아요." "곰이 새를 도와주는 거예요." "곰이 새를 좋아하는 걸까요?"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새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아이도 있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답변이 나올 줄은 몰랐다. 곰이 새를 살려주며 이야기가 끝나자 아이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의 머릿속이 궁금해 자신이 생각하는 곰이 새를 살려준 이유를 써서 제출하게 했다.

이 수업은 계획과는 다르게 선생님의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예상했던 것과 다른 여러분의 반응을 보며 반성했다고, 내가 곰을 오해했던 것처럼 '아이들도 이렇게 생각할 거야' 선입견을 품고 이 수업을 준비했다고. 여러분이 그동안 어떤 사람이었든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하여 알게 된 모습을 믿을 것이며, 쉽게 판단하기보다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어른이 되겠다고 약속하며 수업을 마쳤다.

아이들이 떠난 교실에 앉아 제출한 '곰이 새를 구해준 이유'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곰도 예전에 철장 같은 곳에 갇혔던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 엄청 힘들었을 거예요. 배가 고파서 내려갔지만, 새장 속에 갇힌 새를 보며 예전의 자신이 생각나 도와줬을 것 같아요.' '곰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는데 새는 그렇지 못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미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새를 구해준 거죠.' '곰과 새는 사실 친구고, 친구니까 잡아먹지 않고 구해주는 건 당연한 거예요.' '사실 잡아먹고 싶었는데 너무 어린 새라 살려 보내 준 것 같아요. 더 커서 통통해지면 잡아먹으려고? 뭐 못 잡아먹어도 어쩔 수 없고요. 일단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 거죠.' 아이들 수만큼 다양한 생각을, 1년 동안 더 잘 들어주리라, 그리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은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노력하리라 다짐했다. 오늘도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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