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1.04.01 18:03:51
  • 최종수정2021.04.01 18:03:51

최유라

청주 청원초 교사

코로나19는 교실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해야만 하는 것과 할 수 없는 일이 늘어났다. 1년이 넘어가자 아이들에게도 한계가 온 듯했다. 학기 초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고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서로를 잘 알기가 어려웠다. 아이들은 저마다 친구가 없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다툼도 곧잘 일어났다. 자기도 모르게 마스크를 벗으면 너 때문에 코로나 옮는다며 비난도 했다. 코로나블루(우울감)를 넘어 코로나레드(분노)상태라는 이야기가 어른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코로나19를 없앨 수도, 마스크를 벗게 해줄 수도 없는 힘 없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그림책 <중요한 문제, 조원희, 이야기꽃>를 꺼내 들었다.

표지를 보여주며 먼저 물었다. <중요한 문제>는 어떤 이야기일까?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코로나, 친구, 공부, 좋아하는 사람, 동생과의 다툼…. 아이들이 생각하는 '중요한 문제'란 저런 것이구나, 메모하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한참을 자신의 중요한 문제를 나누고서야 그림책 속 주인공의 문제로 시선을 옮긴다.

문제는 동전 크기만 하게 시작되었다. 바로 원형 탈모. 첫 장을 펼치자마자 책 제목인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 키득거린다. 수영강사인 주인공 네모씨는 탈모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처방전과 함께 주의 사항을 듣게 된다. 모자 쓰기 금지, 격렬한 운동 금지, 뜨거운 목욕 금지, 동물과의 접촉 금지, 콩과 해조류 챙겨 먹기, 약 꼬박꼬박 시간 맞춰 먹기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비현실적인 그 말!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 주인공은 이 주의 사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을 하면 할수록 주인공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마지막 몇 페이지를 남겨두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주인공 네모씨의 중요한 문제는 무엇일까. 첫 장에서는 자신 있게 '탈모'라고 말했던 아이들이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탈모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삶에서 좋아하는 것을 빼앗겨 버린 지금, 진짜 중요한 문제는 무엇일까. 침묵을 깨고 한 아이가 묻는다. "그런데 저렇게 하면 정말로 원형 탈모가 나아요? 스트레스가 제일 큰 문제라면서요." 다른 아이가 덧붙인다. "탈모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지금. 네모씨의 표정이 너무 우울해 보여요." 아이들은 일상을 잃은 네모씨를 걱정하고 있었다.

다시 책을 펼쳐 남은 부분을 읽었다. 주인공 네모씨는 면도기를 손에 들고 머리카락을 빡빡 밀어버린다. 이제 중요한 문제였던 '원형 탈모'는 사라져 버렸고, 더 중요한 문제였던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는다. 아이들은 그제야, 다행이라며 네모씨처럼 활짝 웃었다.

원형 탈모라는 문제에 집착하느라 소중한 일상을 잃고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렸던 네모씨를 보며 지금의 우리를 비교해 보자. 코로나19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그 중요한 문제에 집착하느라 혹시 더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예를 들면 친구와의 우정이라던가 옆의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 같은 것, 우리도 우리만의 '면도기'를 찾아보자며 수업을 이어 나간다. 거리두기를 지키며 소통하는 방법, 친구와 비접촉으로 놀이하는 방법 등을 열심히 찾는다. 마스크에 가려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 신나보인다. 수업을 마치고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어른들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어요?" 마땅한 이야기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 어른들은 일상을 되찾기 위해, 또 중요한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임용환 충북경찰청장

[충북일보] 자치경찰제 시행·국가수사본부 창설 등 경찰개혁이 가속화하고 있다. 경찰조직은 변화의 기로에 놓였다. 현재 충북지역에서는 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두고 다소 시끄러운 모양새다. 경찰개혁 원년을 맞아 고향에서 충북경찰의 수장을 맡고 있는 임용환(57·경찰대 3기) 충북경찰청장을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고향으로 금의환향한 지 8개월여가 흘렀다. 소회는. -도민들께서 집중호우로 어려움을 겪을 때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으로 부임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취임 8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경찰생활을 시작한 충북에서 치안책임자로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명감과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충북은 현재 여러 지표상 안정적 치안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체감안전도 조사와 치안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외부청렴도 조사에서도 전국 시·도경찰청 중 1위를 달성했다. 높은 질서의식을 바탕으로 경찰활동에 적극 협조해주는 도민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치안책임자로서 늘 감사하다. ◇직원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디까지 외웠고, 이유는. -동료직원들과 소중한 인연을 기억하기 위해 이름을 외우려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