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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단어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학교'라는 공간은 '일정한 목적·교과 과정·설비·제도 및 법규에 따라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학교란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이 가진 학교에 관한 경험, 느낌, 생각에 따라 자신만의 의미가 존재한다. 누군가에게 학교는 친구와 만나는 즐거운 공간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앉아 있는 것이 힘든 곳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게 품고 있는 단어의 의미를 묻는 과정은 교실에서 아이가 자신의 세계를 탐험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 중 하나다. 아이 스스로는 자신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정교화해 나가는 기회가 되어 줄테고, 서로의 의미를 살펴보는 과정은 다름을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선생님으로서는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어떤 것을 배우고 있고 느끼는지를 알고 이를 앞으로의 교육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피드백의 과정이 될 것이다.

"방을 담고 있는 찬장이에요. 소리가 오가는 길이기도 하죠." 무엇에 관한 설명일까. '꼬마 안데르센의 사전, 공살루M.타바리스, 로그프레스'은 꼬마 안데르센이 보는 세상을 사전의 형태로 보여준다. 앞에서 설명한 문장의 정답은 바로 '문'이다.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날 때 문을 닫으면 조용해지거든요."라는 안데르센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문'은 단지 '문'이 아니다. 나의 경우는 화가 나면 방문을 닫아 버리고, 화해하고 싶을 때는 방문을 열어 둔다. 나에게 문에 관한 책 페이지를 만들라고 한다면 '마음을 보여주는 신호등이에요. 빨간불일 때는 문이 닫혀 있어요. 상처를 줄까 봐 잠깐 나를 가둬두는 거죠. 문이 열리면 파란불이니 마음껏 들어와도 좋아요.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뜻이니까요'라고 쓸 것이다. 책을 읽고, 선생님의 예시까지 이야기해 주면 아이들도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 나에게 문은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책 속의 단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점점 책 밖의 단어들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하나씩 단어를 던지고 돌아가며 이야기를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단어를 고르기도 하고 다른 친구의 의견이 궁금한 단어를 고르기도 한다. 한 명이 생각을 이야기하면 공감하며 더 뻗어 나가거나,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기도 하며 점점 그 단어에 관한 이야기가 쌓인다. 그 과정을 통해 하나의 단어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존재하며 그 의미는 주로 자신의 경험과 관련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경험해본 적 없는 단어의 의미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이라는 것, 경험을 한 단어에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됨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야기 나눈 시간만큼 우리는 서로를 잘 알게 된다. 이렇게 나눈 이야기를 우리 반 그림책으로 만들거나 각자 자신만의 '꼬마 000의 사전'으로 만들어 남겨도 좋다.

아이들에게 궁금했던 단어는 '친구', '가족', '선생님'과 같은 관계의 단어, 그리고 '사랑'이었다. 지금 가족, 친구, 학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금했고, 그 과정에서 사랑을 느끼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사랑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들어주는 거예요.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냥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설명을 들으며 반성한다. 나는 저 아이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줬을까. 아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주고 싶다. 누군가 아이를 사랑하고 싶다면 그림책을 펼치고 아이에게 물어보자. 아이의 단어 사전이 두꺼워질수록 사랑도 쌓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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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