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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7.01 17:26:16
  • 최종수정2021.07.01 17:26:16

최유라

청주 청원초 교사

1년의 교실 살이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간은 아이들이 자신의 책을 만드는 순간이다. 다양한 그림책을 마주하며 그 그림책의 주인공을 예시 삼아 '나라면 어땠을까?' 패러디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작 그림책에 대한 욕구가 자라난다. 충분히 연습이 되었을 때 창작 그림책을 만들자고 제안하는데 설레는 마음과는 다르게 막상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렵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책의 시작,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제목을 써야 할지 한참을 고민한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으면 된다'는 간단한 문장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설명할까 적절한 그림책이 없나 살피던 차에 좋은 그림책 한 권이 번역돼 나왔다. <아무것도 없는 책, 레미 쿠르종, 주니어RHK>.

그림책 속 주인공 알리시아는 할아버지에게 책을 한 권 선물 받는다. 그런데 그 책에는 아무것도 없다. 제목도, 내용도 없이 깨끗이 빈 책. 그런데 할아버지는 책을 펼칠 때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는 마법 책이라고 말한다. 책을 받아들고 고민하는 알리시아의 모습이나 무엇을 써야 할지 깨닫고 써 내려가는 장면, 그 후의 이야기가 딱 우리 반 아이들이 창작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과 닮아 있었다. 이 그림책과 함께라면 그림책 창작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수업을 준비했다.

알리시아가 할아버지에게 책을 받는 장면까지 읽고 나도 아이들 앞에 빈 책 한 권씩을 놓았다. "여러분, 이건 마법 책이랍니다. 여러분도 알리시아처럼 마법의 책을 한 권씩 선물 받은 거예요." 아이들의 눈빛에 설렘이 가득했다. 이제 무엇을 그 안에 담아야 할지 알기 위해 책의 뒷부분을 읽었다. 알리시아는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다 책에 담길 자신의 이야기를 깨달았다. 그러니 우리도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 책을 가져가거나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책을 펼쳐놓아 보는 시도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아무것도 없는 책>을 들고 저마다의 속도와 방법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 어떤 아이는 자신의 책상에서 답을 찾았고, 어떤 아이는 유튜브 속에서 답을 찾기도 했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떠올라 머리를 움켜쥔 녀석도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확고한 녀석은 벌써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책 한 권의 힘이 이토록 강력하다. 그림책 창작이 주는 무게를 덜어줄 수가 없어 늘 고민이었는데, 책 속에 담긴 알리시아의 질문과 걱정 덕에 아이들은 나도 언젠가는 내 그림책의 이야기를 찾겠지 생각하며 아무것도 없는 마법 책을 들고 여행을 떠난다.

아이들의 활동을 핑계 삼아 나도 아무것도 없는 책 한 권을 펼쳐두고 생각에 빠진다. 이제 겨우 내 이름만 적은 책. 내가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 걸까 계속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무것도 없는 책이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아마 아이들도 지금 내가 경험하는 이 과정을 경험하고 있겠지. 아이들의 책이 벌써 기대된다.

누구나 마음에 자신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러나 나 자신에게 '너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니·'라고 물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데에 에너지를 쏟고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내느라, 나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슨 이야기가 속에 있는지 말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 <아무것도 없는 책>을 마주해보자. 꼭 책을 만들지 않아도 좋다. 그저 비어 있는 책을 보며 나에게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무것도 없기에, 내 마음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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