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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12.17 14:31:25
  • 최종수정2014.12.17 14:31:07

주영서

괴산군 민원과장

11월까지는 봄에 피는 꽃들이 계절을 잘못 알고 피어나던 온화했던 날씨가, 12월이 되면서 갑자기 돌변했다. 여느 새벽처럼 커튼을 여는데 바깥세상이 온통 흰색이다. 다른 해에는 첫눈이 오면, 은백색으로 산하를 바라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올해 바라보는 첫눈은 가슴이 아리다.

휴가철이 끝나지 않은 8월 중순, 한낮 뙤약볕은 무쇠라도 녹일 양 기세가 등등하지만, 이때부터 농촌에선 김장준비를 시작한다. 그 즈음에 배추를 심어야 김장김치를 담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석 달 동안 공들여 키운 배추를 밭에 세워놓고 겨울을 맞으니 보는 이 마음이 이토록 안타까운데 농사지은 분들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농업은 자연의 도움이 없이는 제대로 된 결실을 얻기가 힘들다. 올해는 봄 가뭄 말고는 기후가 좋았다. 작물을 가리지 않고 풍작을 이루었고 심지어 야생 도토리까지 대풍이 들었다. 풍년은 들었지만 흥에 겨워야 할 농촌이 그렇지가 못하다. 여기저기 모두 풍년에다, 한·중 FTA로 대부분의 중국농산물이 관세 없이 들어온다 하니, 거둔 것으로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작물이 한둘이 아니다.

알곡을 거두는 작물들이야 값이야 어찌 되었든 포대에 담아 둘 수 있지만, 채소는 저장시설도 넉넉지 않거니와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큰 타격을 받았다. 봄부터 브로콜리, 애호박, 오이, 배추, 무…. 어느 것 하나 값이 좋은 적이 없었고, 김장배추는 수확도 못하고 저렇게 들판에 선채로 눈에 덮여 안타까운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새삼스럽게, 김장배추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갔던 지난 어느 가을이 떠오른다. 그 가을에 괴산의 농민들은 그 전까지 괴산의 배추를 소비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 괴산의 배추를 잊지 말아 달라는 의미를 담아, 여덟 포기에서 열 포기가 들어가는 절임배추 한 상자를 그 당시 시중의 배추 두세 포기 정도의 값만 받았다.

품질만큼이나 훌륭한 인심으로 신뢰를 쌓았고, 전국의 배추 값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하였다는 기사가 신문마다 대서특필되었다. 좋은 기억은 너무도 빨리 잊혀 지는가 보다. 그때 괴산 배추로 김장을 담갔던 소비자들만이라도, 이렇게 우리 농민들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에 괴산의 배추로 김장을 담가 주었다면 이토록 많은 배추가 얼음 밭, 눈 속에 묻히지는 않았을 텐데….

어렸을 때, 이웃집에서 뭐라도 나누어 주면 어머니께서는 그것을 담아왔던 그릇에 푸성귀 몇 가닥, 계란 몇 개라도 담아서 돌려주곤 하셨다. 생활수준은 점점 나아지면서도 인정은 오히려 각박해지고 있으니, 저 눈밭에 덮여 버린 것이 농민의 탄식만이 아니라, 따뜻한 인심까지 묻어 버린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농민들의 한숨과 눈물을 덮어버린 하얀 눈 위엔, 무심한 인정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지난 밤 그 배추 잎으로 주린 배를 채우느라 눈 속을 헤집으며 분주하게 오간 고라니들의 발자국만이 어지러이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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