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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11.19 13:24:16
  • 최종수정2014.11.19 13:23:08

주영서

괴산군의회 전문위원

몇 년 전, 집 주변 자투리 공간에 정원을 만든답시고 나무도 심고 꽃도 심었다. 첫 해 봄부터 빈자리만 생기면 고개를 내미는 잡초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는 새로 화초를 심고 가꾸었다. 그렇게 자리 잡은 화초들은 계절들이 이 공간을 거쳐 가는 동안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가꾸는 손길에 보답을 하였다.

그렇게 아름답게 피어났던 잎사귀와 꽃들은 초겨울에 내린 서리에 땅 위에서 자취를 감추고 눈 덮인 아래에서 잔뜩 웅크리고 다음해 봄을 기약했다. 다시 봄이 왔다. 정원을 만들고 첫 번째 맞이하는 봄, 그 봄이 몰고 온 훈풍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지난 한해 애써 가꾸었던 초목이 아니었다. 아직은 봄이라기보다는 겨울에 가까워서 땅 속 얼음은 채 녹지도 않았는데, 그 땅을 비집고 고개를 내민 것은 심은 적도 없고 가꾼 적도 없는 냉이와 달래였고, 가장 먼저 꽃을 피운 것은 양지꽃의 가녀린 줄기였다.

지난해에는 꽃을 보기위해 가꾸는 화초들에게 방해가 되는 잡초라고 무심코 뽑아 버렸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들이 자리 잡은 대로 두고, 빈자리에는 식용이나 약용식물들의 씨앗을 섞어 뿌려 화초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 잡초도 심하게 무성하지만 않으면 그대로 두었다.

식물들의 먹이는 마당 한편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반려동물의 분변과 버려지는 음식물을 미생물들이 분해시킨 거름뿐이다. 그 땅속에는 농약을 피해 몰려 온 개미집단과, 굼벵이, 지렁이가 살고 그들의 헤집고 다니는 위에서 여러 식물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렇게 해가 거듭되면서, 봄부터 가을까지 냉이, 달래, 취나물, 상추, 아욱, 쑥갓, 씀바귀, 민들레, 당귀 등등 화초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람에게는 유용한 식물들이 스스로 살만한 곳에 자리를 잡아가면서 처음에 심었던 화초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소박해 보이지만 그들도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대부분의 종은 떨어져 내린 씨앗에서 스스로 새싹을 틔워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

그 정원이 네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처음에는 비료와 농약의 도움으로 성장해 온 습관 때문인지 갖가지 병충해로 제대로 커보지도 못하고 다른 종의 틈에서 사그라지기 일쑤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종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여러 종의 씨앗을 섞어서 뿌리면 어느 곳에서나 싹은 틔우지만, 모두 다 제대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살기 좋은 곳에서는 왕성하게 자라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다른 종에 치인다. 잡초조차도 생육이 왕성한 종이 점령한 곳에는 그 위세를 이기지 못한다. 올해는 봄에 거름한번 뿌려준 것 말고는 별로 한 일이 없는데, 그들은 일 년 내내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잎과 줄기를 제공해 주었다.

내년 봄이 오면 지난해 가장 실했던 뿌리부터 움이 트고, 가장 실했던 씨앗부터 싹을 틔울 것이다. 그렇게 자연이 가꾸어 가는 정원, 겉모습은 어수선하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내게는 자연의 순리를 일깨워 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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