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4.07.21 14:13:23
  • 최종수정2014.07.21 14:13:12

백경미

충북여성발전센터 연구개발팀장

늦은 저녁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다 종편 한 프로그램에 몰두하게 되었다. 고부간 발생할 수 있는 일상의 갈등에 대해 시어머니 입장, 며느리 입장의 패널들이 등장해 설전을 벌이는 프로그램인데, 이번 주제는 '그래도 아들은 하나 있어야지'로 남아선호사상에 대한 얘기가 소소하게 펼쳐졌다.

남아선호사상, '딸을 낳아야 비행기 탄다', '아들 낳아 키워 봤자다'고들 하지만 한국사회 여성들은 사실상 태어나면서부터 남자형제와 다른 처우를 받아왔고, 가정을 이루고는 '그래도 아들을 낳아야지'라는 스트레스에 한번쯤은 모두 시달렸을 것이다. '그래도 아들'을 외치는 강경한 시어머니 입장도 가부장제를 실천하는 시월드 입장의 이면에는 차별받는 여성으로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심리가 숨겨져 있을 지도 모르겠다.

모든 한국 여성들과 비슷하게 필자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께 실망을 안겨드렸다. 부모님은 일찌감치 첫아들을 보시고 다음으로 딸을 낳았지만 아들하나로는 부족하셨는지 '아들 하나 더'를 원하셨단다. 그리고 원하셨던 대로 그 아들을 얻으셨지만 불행히도 그 아들과 부모님과의 연은 한달을 넘기지 못했고 아들을 얻기 위한 부모님들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다음으로 태어난 딸, 또 다시 딸.. 그렇게 주위의 실망 속에 필자가 태어났고 부모님은 이번에는 꼭 아들을 낳겠다는 의지를 불태우셨다. 돌림을 하면 같은 성의 동생을 본다는 어느 작명가의 조언으로 필자는 언니들과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그 덕에서인지 우리집에 드디어 남동생이 태어났다. 그리고 부모님의 가족계획은 막을 내렸다.

실망과 함께 태어난, 아니 일찍 생을 마친 오빠가 아니었다면 태어나지도 못했을 출생의 비밀(?)을 가진 우리 자매들은 노골적이진 않지만 소소한 차별을 경험하며 성장했다. 엄마는 대식구의 밥을 푸실 때도, 수저를 놓을 때도 아버지, 오빠, 동생, 다음은 딸들, 그리고 당신, 그 순서를 잊지 않으셨다. 딸은 항상 후순위, 어머니는 마지막 차례라는 서열을 절감하며 남자들과 다른 양보와 희생의 정체성을 품고 그렇게 성장했다.

가정을 이루고 딸아이를 낳았을 때, 친정엄마는 첫아들을 안긴 두 언니들의 출산 때와 달리 시부모님께 당당하지 못하셨다. 딸을 낳아서 실망하진 않았지만 친정엄마 때문에 슬픈 필자의 출산 경험이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프로그램에 의하자면 세상이 그때와 그리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명칭을 바꾸고 성차별 금지에서 양성평등의 전략을 추구하는 시대지만 '그래도 아들 하나는 있어야지', '그래도 남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우월주의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중심이고 주체라고 인식하며 지배와 종속의 원리에 익숙한 남성들과 달리 언제나 타자를 위해 양보와 희생을 요구받아온 여성들은 타자와의 관계, 사람에 대한 책임감에 익숙하다. 어릴때부터 남자형제들에게 음식과 용돈을 양보하며 관계의 미학과 타자에 대한 윤리학을 터득한 것이다. 가부장제의 골이 깊은만큼 남성우월적 사상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진 않지만 지배종속의 원리 보다 관계와 타자의 윤리학이 지배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