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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날개 - 꿈을 잃어버린 11살 명구

대답없는 엄마의 전화, 단절된 동심
3살 때 부모 이혼 뒤 할머니 손에 자라
샅바 잡고 1년 만에 금메달 '씨름 신동'

  • 웹출고시간2012.01.01 18:30:4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충북일보는 지난 한해 '나눔의 행복'을 연중 기획·보도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삶을 귀담았다. 도민들의 사랑은 뜨거웠다. 총 18회 보도에 성금 3천여만원이 답지했다. 본보는 지난해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올 한해 '나눔의 행복 시즌 2-행복의 날개'를 연재 보도한다. 대상은 도내 빈곤 아동.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와 함께한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꿈을 향해 날아가지 못하는 아동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자는 취지다. 올 한해도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씨름 신동' 명구(11)가 자신을 키워주는 할머니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줍음이 많은 명구는 웃음이 영 쑥쓰럽기만 하다.

ⓒ 김태훈기자
7살 꼬마아이는 공중전화기 앞에 섰다. 꼬깃꼬깃 접힌 종이를 펼쳤다. 전화번호가 삐뚤삐뚤 적혀 있었다. 망설임 끝에 수화기를 들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받질 않는다. 수화기를 내려놨다. 할머니에게 쫓아갔다. "할머니, 나 이제 엄마 안 볼 거야. 연락와도 나한테 얘기하지 마. 엄마는 날 싫어해. 아들이 전화하는데도 안 받아…."

엄마는 꼬마아이가 3살 때 남편과 헤어졌다. 간간히 연락은 왔다. 할머니도 몰랐다. 꼬마아이가 어떻게 제 엄마의 번호를 알았는지. 차라리 모르는 게 날 뻔했다. 그날의 상처는 계속됐다. 올해 11살이 될 때까지.

겨울방학을 맞은 명구(청주시 흥덕구 모충동·모충초 4학년)가 신났다. 모처럼 만의 자유시간이다.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없다. 얼마 뒤 합숙 지옥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 있을 때' 실컷 놀아야 한다.

명구는 씨름 선수다. -45㎏ 소장급이다. 3학년, 그러니깐 1년 전부터 샅바를 잡았다. 힘이 장사인 명구를 감독이 알아봤다. 할머니(61)가 선생님의 손을 잡았다. "불쌍한 아이에요. 잘 좀 돌봐주세요."

명구가 연탄을 집어 들고 있다. 이 연탄으로 겨울을 나야한다. 최소 1천장은 필요하다.

명구는 모래판 운명을 타고났다. 기술 익히는 속도가 남달랐다. 몇 달 만에 도대회에 출전했다. 준결승에서 6학년 형에게 졌다.

패배는 '약발'이 됐다. 이듬해 8월 전국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 10월 교육감기 도대회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아직 배가 고프다. 전국대회 1등을 못해봤다. 내년 전국소년체전 패권을 쥐어야 한다. 지옥훈련을 이겨내야 한다. 특기인 '들배지기'를 더 가다듬을 생각이다.

"명구 바보~." "헤헤헤, 너 이따 봐!" 지옥훈련 각오를 다지던 명구.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장난을 치자 바로 맞장구다. 씨름선수 이전에 꼬마 아이임은 분명하다.

부모 얘기를 꺼내자 할머니가 명구를 잠깐 내보냈다. "34살 먹은 아빠, 나한텐 아들이죠. 글쎄, 이놈이 빚 6천700만원을 떠넘기고 집을 나갔어요. 명구도 남기고. 식당일을 해서 빚을 갚았죠.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2년 전 파산신고를 했어요."

할머니가 손을 보여줬다. 벌벌 떨었다. 식당일을 하면서 얻은 류머티스 관절염. 목, 허리 디스크도 몇 년째 할머니를 괴롭히고 있다. 수술은 엄두를 못 낸다. 기초수급비 40여만원을 받아 월세 10만원을 내면, 찬거리 사기도 벅차다.

다시 들어온 명구에게 '꿈'을 물었다. 소년체전 금메달을 빼고 딱히 없다고 했다. 갖고 싶은 것도 없다고 했다. 11살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없어요. 다 남아 돌아요." 어려서부터 무얼 받아본 적이 없는, 그래서 선물의 기쁨을 모르는, 수줍음 많은 씨름 선수의 대답은 이랬다.

/ 임장규기자

※ 도민들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명구에게 '희망의 날개'를 달아 주십시오. 현물도 감사합니다. 할머니와 명구는 연탄과 겨울옷이 필요합니다.

후원 계좌 : 기업은행 035-000276-01-014(어린이재단)

후원 문의 :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043-256-4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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