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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숨은 산책길 - 문의면 낙엽거리

비밀의 화원에는 아직도 가을이 머물러 있다

  • 웹출고시간2011.11.20 20:31:0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비밀의 화원


아무리 한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려도 이곳만큼은 예외였다. 깊은 산그늘과 푸른 대청호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탓이다. 따뜻한 봄날, 주말을 맞이하면 청남대로 가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 청남대 매표소다. 문의에서 청남대까지 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있다. 다음 차를 기다리면서 자판기 커피 한 잔 들고 나서면 시원한 대청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길이 바로 코앞에 숨겨져 있다. 이름 하여'낙엽거리'다. 이 낙엽거리로 진입하는 길은 두 가지다. 청남대 매표소 바로 앞, 태화정이란 음식점 간판 옆에 작은 길이 보인다. 낙엽거리'라고 쓰여 있지만, 간판이 너무 낡아 거의 알아보기 힘들다. 또 하나의 길은 문의 파출소(지금은 신축 중) 맞은편 대청호 가든 길로 들어가는 것이다.

길지 않은 호숫가 길이지만 대청호 물결을 손에 적실 듯 가까이 안고 오붓하게 산모롱이를 돌아 걷는 맛은 각별하다. 대청댐 부근으로 드라이브를 온 연인들이 잠시 차를 세워 두고 한 번쯤 들러 가볍게 걸어보기 좋은 최적의 산책길이다. 지난 여름 산책객들이 앉아서 땀을 식히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돌의자에 이제는 가을의 햇살만이 고즈넉히 머물러 있다. 아마도 인적이 끊길 때면 호반의 물바람과 산바람이 만나 호젓한 정담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하리라.

'낙엽의 거리'를 걷다보면 배를 타고 푸른 대청호를 유람하는 상상이 저절로 든다. 그 상상의 꿈을 잠시 짧은 글로 대신해 본다. 제목은'회상의 문'이다.

◇회상(回想)의 문


대청호는 아름다웠다. 조그만 배를 띄우는 나루터 입구에 누군가가 '회상의 문(門)'이라고 적어 놓았다. 대청호 맞은 편 산자락에 산소자리가 있는 사람들에게 한시적으로 나룻배를 운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회상의 문'이었을까. 뱃사공은'호수를 건너 다녀오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알듯 모를 듯한 미소로 답했다. 나룻배는 유리처럼 매끄러운 물살을 헤치며 천천히 댐 안쪽으로 지나간다. 물끄러미 물 아래쪽을 내려 보던 한 사람이 소리친다."보여, 마을이 보여!"사람들은 일제히 물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놀랍게도 물 밑으로 수몰된 마을이 그대로 보였던 것이다. 마을을 가로지르며 뻗은 시냇가 빨래터, 돌다리, 부엌, 큰 방과 외양간, 돌 담 너머로 컹컹 거리는 누렁이의 소리도, 풀벌레 소리도, 어르신 기침소리마저도 그대로 물에 잠겨 있는 듯 했다.

뿌옇게 동터 오는 새벽풍경처럼 마을은 아른아른 모습을 드러냈지만, 사람은 살지 않았다. 마을은 커다란 수족관에 담겨진 인공 세트장처럼 물고기들의 차지가 되어 있었다. 바람에 물결이 일렁이면 마을도 파문을 일으키며 눈앞에서 사라져갔다. 그때 푸른 물이끼를 쓴 붉은 우체통 너머로 작은 건물이 하나 보였다. 이곳 몽환(夢幻)의 마을을 알려주는 우체국의 현판이 물결에 떠오른다.'문의 우체국'

◇푸른 대청호, 손바닥에 담다

낙엽거리에서 유일하게 대청호 물을 만질 수 있는 곳이 있다. 태화정 아래쪽에 나무로 만든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대청호 물가에서 발밑을 적실 수 있다. 아마도 만수(滿水) 때에는 이곳까지 물이 차올랐으리라. 나무계단 끝과 대청호의 사이에는 수많은 갈대숲이 장관이다. 마치 커다란 파도가 일렁이듯, 바람이 세차게 불자 어김없이 물결이 일렁이며 서걱거리는 소리가 쓸쓸하면서도 청량한 느낌이다. 마침내 대청호까지 쓸려간 바람들은 잔물결을 일으키며 상념에 잠기게 한다.

"참나무 생강나무 자귀나무 원추리 은방울꽃, 무성한 무인도에 밤이면 작은 별들 내려와 잠자는 곳. 이른 새벽 새들 지저귐에 눈뜬 별들 하늘로 돌아가고 진한 그리움만 남아 있는 섬."김종익 시인의'대청호 가는 길'을 가만히 읊조려본다.

갈대숲을 헤치고 대청호 물을 길어 올려 보았다. 두 손을 모으니 그대로 작은 두레박이 되었다. 손가락 사이로 물살들이 빠져나가면서 빛과 만나 보석처럼 반짝인다. 손 바가지에 담긴 대청호는 작은 호수처럼 고요한 일렁임을 낸다. 투명한 물길 아래로 보이는 손금이 지나온 삶의 여정처럼 고단해 보인다.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산책을 하던 배명자(산남동, 38)씨는"문의'낙엽의 거리'는 우리만의 숨겨진 비밀화원 같은 곳이다. 마음이 울적할 때, 이곳에 와서 마음이 맞는 친구랑 차를 마시며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라며"특히 비오는 날의 풍경은 일품."이라고 말한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문의면 산책길 약도


△거리: 약 0.5km

△시간: 약30분

△산책길의 주변 가볼만한 곳 : 청남대(월요일 휴무, 302번), 대청호 미술관, 조각공원, 문의 문화재단지.

△버스 길 : 문의 시내버스 종점(31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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