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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숨은 산책길 - 청주 명암저수지 수변산책로

여름 한낮에도 서늘함 느낄수 있어
용담·탑금천 주민 '최고 휴식공간'

  • 웹출고시간2011.07.17 18:04:17
  • 최종수정2013.12.08 15:18:49

비 갠 오후의 숲길은 명정하다. 잠시 헤엄쳐 보고 싶도록 맑게 갠 하늘이 얼굴을 내밀고, 빗물에 씻긴 숲은 푸른 색 레이스 실에 은사를 섞어 촘촘히 짜서 만든 것처럼 눈부셨다. 도로의 바탕색은 더욱 선명하고, 풍경은 튀어 나올 듯 윤곽이 또렷해진다. 잠깐이지만, 한 여름 오후의 햇볕들이 기다렸다는 듯 반짝이며 여울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용담동, 탑동, 금천동 주민들이 가장 아끼는 산책로가 바로 이곳 명암지 '수변산책로'다. 명암저수지를 끼고 도는 수변산책로는 정확하게 1.4km. 수변산책로의 장점은 걷는 내내 물을 벗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차가운 수온 덕분에 무더운 여름 한낮에도 더위가 한풀 꺾인다. 특히 명암타워를 지나 붉은 '오작교'를 지나면 약 100m정도의 서늘한 숲길이 사람을 반긴다.


숲길은 오작교를 지나면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위쪽이 천연의 피톤치드가 흐르는 건강길이라면, 아래로 난 길은 나무로 엮어진 천상의 물길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1921년 일제에 의해 농업용수 공급용으로 만들어진 명암저수지는 이 일대가 개발되면서 저수지 기능을 상실했다. 2006년 대대적인 준설 작업이 이뤄진 뒤, 이 지역 주민들의 산책과 조깅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천연의 나뭇길, 바위 길


오작교까지의 산책로가 푹신한 우레탄 길이라면, 오작교 이후의 길바닥은 자연석과 나무다. 획일적인 보도블럭이나 우레탄 길에 익숙한 발걸음은 불규칙적인 자연석 길과 나무 길을 만나 오히려 정신을 집중하게 한다. 나무 바닥으로 만든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뜻밖의 장면을 목격한다. 오랫동안 낚시를 금한 탓인지 몸집이 커다란 붕어들이 떼를 지어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온다. 신기한 것은 오리 떼들이 덩치 큰 붕어를 먹이로 여기지 않고 함께 유영(遊泳)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먹이를 던져주면 오리와 물속의 붕어들이 서로 받아먹으려고 드잡이를 한다. 신기한 풍경이다. 마치 동화의 세상에 훌쩍 뛰어 든 느낌이다.


나뭇길이 호수에 떠있는 '작은 섬'을 만나면, 다시 위쪽 숲길과 합쳐진다. '작은 섬'은 저수지 위에 세워진 수상 휴게소다. 30분에 노-보트는 12000원, 오리보트는 15000원이다. 휴게소 관리인은 "오리나 붕어 먹이가 1000원이다. 이것도 환경을 생각해서 순 쌀로 만든 뻥튀기와 튀밥만 판다"라고 강조한다.

호수와 인접했던 목재펜스 길을 지나 숲의 길로 접어들면, 또 색다르다. 푸른 그늘과 천천히 나부끼는 이파리들, 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의 광휘…그것들이 어우러진 공간에 투명한 빛이 시간의 파편처럼 날아다닌다. 그냥 하염없이 걸어가면 스스로 소멸되어 하늘에 닿을 것 같은, 그런 길이다.


커다란 느티나무 밑둥에 화환을 두른 듯, 피어있는 채송화가 두런두런 말을 건다. 채송화는 여름 꽃이다. 여름 꽃들 중에서도 가장 맹렬하다. 작은 단추 같은 것이 그 존재의 밀도를 쟁쟁 울려댄다. 채송화를 들여다보면, 어느덧 여름날의 더위는 색깔과 소리로 변한다.

강렬한 태양은 한낮에 피크를 올리지만, 수변산책로는 저녁나절에 절정을 구가한다. 투명한 대기, 미묘한 하늘의 채색 사이를 누비는 붉은 고추잠자리들…특히 그 광채와 조화를 이루며 깊어만 가는 적막과 서늘한 호수바람은 하루 종일 지친 심신을 씻어준다.

초록빛 덧창이 달린 아파트 마을에 노을이 지면, 부드러운 햇빛이 산 위에 내려 영혼의 갈망이 채워지는 시간이다. 천천히 푸른 그림자가 계곡과 산 그리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삼켜버리고 곧 산은 별무리에게 말을 걸리라.


산책로를 걷다, 문득 차 한 잔 간절하거든 명암타워 12층 '나인 커피숍'으로 오르는 것도 좋겠다. 12층에서 바라보는 조망 또한 일품이다. 오전 12시에 문을 열고, 오후 9시30분에 닫는다. 아쉽게도 13층 전망대는 운영하지 않는다.

◇ 명암池, 커다란 하늘을 품다

커다란 하늘이 작은 명암지에 떠있다. 구름도 역시 높이 떠 있다. '높이'보다 물속에서는 '깊이' 떠 있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명암池는 커다란 산과 인간의 건물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의 밑바닥은 그저 어둡고 무심하지만 하늘의 밑바닥을 물은 온 몸으로 떠받쳐주고 있다.


하늘로 비상하려는 새의 형상을 한 명암타워는 팔짱 낀 거인처럼 호수를 굽어보고 있다. 이곳은 밤이 되면 산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데, 이를 막지 않고 유연하게 흐름을 유지하도록 바람의 방향과 같은 삼각형으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둑길을 타고 걷다 잠시 나무 벤치에 앉아, 고요한 호수를 보며 이 순간을 사색해보는 것도 좋겠다.

금천동에 사는 권숙희(여·51)씨는 "저녁 먹고, 이곳 명암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것이 하루의 즐거움이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산책로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멀리 갈 것 뭐 있나 이곳만 해도 사계절을 만끽하기엔 제격이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어깨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산성으로 넘어가는 버스 승강장 옆 붉은 우체통을 노을빛이 오래오래 문지른다. 이 까닭모를 쓸쓸함과 우체통 안 소식들도 함께 데워질 것인가.

동물원과 박물관 쪽으로 가는 길은 단조롭지만, 가을이 오면 단풍 길이 그만이다. 길바닥에 흩어진 단풍잎들이 한소끔 바람이 불면 꽃비처럼 흩날리는 이곳이다.

근처에 오래된 절, 풍주사(豊周寺)가 있다. 여름이 쉬 지나가고 다시 가을이 오면, 단풍이 너무 고와 스님들 한숨도 자지 못하리라.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명암저수지 수변산책로

●거리: 약 1.4㎞

●시간: 약40분(쉬는 시간 제외)

●산책길의 주변 가볼만한 곳 : 청주국립박물관, 청주랜드, 청주동물원

●버스 길 : 명암저수지 승강장(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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