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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숨은 산책길 - 산남동 산책길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자연과 인공이 공존하다

  • 웹출고시간2011.11.06 19:26:5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지금은 개와 늑대의 시간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말은 프랑스인들이 해질 무렵의 어스름한 시간을 즐겨 표현하는 관용구다. 언덕 위에 있는 짐승이 늑대인지 개인지 구별할 수 없는 시간대란 뜻이다.

저녁 무렵 산남동 산책길에는 달빛 길을 밟을 기대로 마을사람들이 그냥 물처럼 흘러나온다. 이 길은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광속의 시대에 잠시 세월의 걸음을 늦추는 곳이기도 하다.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걷다보면 자신을 내려놓고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경계 길에서 마음의 균형을 찾게 된다. 산남 산책길은 산자락과 아파트촌 사이에 오롯이 형성되어 색다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달이 뜨기 전, 이 길은 빛과 어둠이 절묘하게 뒤섞여 주변 사물을 모호하게 만든다. 나무와 산 그리고 하늘과 아파트, 숲과 사람들의 모습이 흐릿해져 마치 빛에서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이윽고 달이 뜨고 별이 비추면, 걸음마다 달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빛이 완전히 차단되면 공기에 담겨 있는 나무의 입김이 그대로 온몸으로 흡수된다. 나무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의 상큼함이 그만이다.

소말리아 아이들은 어둠이 짙어지기 전에 뜨는 별을 '양을 감추는 별'이라 부른다고 한다. 대부분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소말리아인들은 양이나 염소를 많이 치는데 금성이 떠오를 그때가 양 무리를 우리에 몰아넣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에 늘 만나는 금성(金星)을 소말리아 아이들은 '양을 감추는 별'로 부르는 것이다.

산남동 사람들은 이 길을 '달빛산책로'라 부르기도 하고, 또 다른 말로 '문텐로드'라 부른다. 살갗을 햇볕에 알맞게 그을려 고운 갈색으로 만드는 것을 선텐(suntan)이라 부르니, 산남 산책로가 달빛에 살갗을 그을리므로 문텐로드(moontan road)란다. 얼마나 근사한가. 달빛에 그을린 살갗은 어떤 색(色)일지 마냥 궁금하기만 하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造化


산 밑 굴곡진 길을 걷다 보면 한쪽 어깨에는 사람의 집을, 한쪽 어깨에는 산을 감싸 안고 걷는 형상이다. 이곳을 찾은 주민 김병국(52, 산남 푸르지오아파트)씨는 "청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산책길이 바로 우리 동네 산책길이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고 이용한다. 우리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될 보배길."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아파트 숲과 자연이 손을 잡고 산비탈 사이에 길을 만든 것이다. 사람들이 다니니 길이 되었고, 길이 되니 사람들이 자연과의 묵시적 합의로 다듬고, 모양을 냈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묘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사람의 울타리 안에 심어진 수목들은 모두 인간의 손길로 자란다. 하지만 맞은편 제멋대로 자란 구룡산 나무들은 거센 비바람과 눈보라를 이겨내고 스스로 살아간다. 울타리 안의 나무들은 허리춤에 두터운 털옷을 입고 겨울을 맞지만, 산자락에 제멋대로 자란 나무들은 그저 맨몸으로 이겨내는 것이다.


아파트와 연결된 작은 샛길을 따라 일단의 아이들이 몰려온다. 그 뒤로 바람과 낙엽이 뒤섞여 아이들을 따른다. 그때 한 아이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바쁘게 울린다.

"알았어, 엄마. 곧 들어갈게."

이제 저녁때가 되어 아이들을 부르는 도시의 엄마는 집안에서도 아이들을 쉽게 불러들인다. 핸드폰 바깥까지 울리는 여인의 목소리 너머로 돌아가신 할머니의 부름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기윤아, 저녁 먹어라~"

저녁풍경과 어울려 손자들을 찾는 할머니의 구성진 목소리에는 아득한 울림이 있었다. 그 푸근한 울림의 여운은 노을 지는 시골마을의 저녁 풍경까지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었다.

◇잎이 마르면 향기를 뿜는 나무


산남 푸르지오와 산내들 아파트 사이를 걷다 보면 달콤한 향이 은연중 묻어난다. 바로 아파트 단지 내에 심은 계수나무에서 나는 향기이다. 이순기(숲 해설가, 49)씨는 "계수나무 잎은 가을 햇살에 마르면서 향기를 낸다. 예전에는 목련과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독립되어 계수나무과에 속하는 유일한 나무다. 박태기나무와 잎 모양이 비슷해서 속명은 '박태기나무'로도 알려져 있다."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달에 계수나무가 자란다는 설화가 내려오는데, 윤극영의 '반달'에도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란 가사가 등장하지 않는가. 바닥에 흩어진 계수나무 몇 잎을 주워, 수첩에 끼워 넣었다. 계수나무 잎을 좋아하는 책 속에 갈피로 꽂아 놓으면 타닥타닥 말라가면서 책속의 이야기와 향(香)이 함께 숙성되지 않을까.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단지 놀이터에서 뛰어 놀되, 산책길로 내달리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곳 산책길의 조용히 묵상하듯 걷는 정결한 기운을 느낀 탓일까. 아이들은 노루처럼 산책길을 재빨리 가로질러 산으로 난 오솔길로 내달린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듯 아이들은 산속으로 홀리듯 사라져간다.

산남 산책로는 두꺼비로 41번 길과 맞닿아 있다. 검찰청 맞은 편 퀸덤아파트와 한내들아파트 사이 길로 출발해서 오르다 보면 산책길을 만난다. 거꾸로 두꺼비로 41번 길에서 시작하면, 끝닿은 곳이 유승 한내들 아파트입구가 나온다. 산책길 끝에는 두꺼비 논과 두꺼비 못이 있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거리: 약 2㎞

●시간: 약20~30분

●산책길의 주변 가볼만한 곳 : 두꺼비 생태 문화관

●버스 길 : 승강장 번호 1709, 청주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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