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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8.02 20:08:0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깨끗한 물속에 송사리 떼가 노닐고 있다. 손가락으로 살짝 터치하니 맑은 물소리와 함께 수풀 속으로 얼른 숨어버린다. 거실에서 개울물을 한 손에 들고 흔들며 물고기들을 이리저리 몰고 다닐 수 있으니 염천(炎天)의 피서가 따로 없는 듯하다. 뿐이랴. 스크린에 손가락을 살짝 대기만 해도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손가락과 책장에 침을 묻혀 가며 독서하는 행위의 수고로움도 덜 수 있다.

얼마 전 친지가 구입한 아이패드 속 세상이야기다. 간편하게 쥘 수 있는 얇고 작은 패널 속에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세계가 액자화 되어 담겨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또래의 친척 아이들은 서로 아이패드를 차지하려 애가 탔다. 그러나 한 시간도 채 못 되어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거실 소파에 던져 놓고 마당의 진돗개와 놀러 나갔다.

디지털은 결국 아날로그의 모방이다. 편리와 효율성으로 무장한 최신 첨단기기에는 어떻게 해서든 우리의 자연과 실재하는 현상을 최대한 압축하여 재현해 보려는 분투의 노력이 담겨 있다. 하지만 피와 살을 가진 유기체로서의 인간에게 아날로그적 삶은 숙명이며 또한 행복이다. 아무리 편리하고 신이(新異)롭다 해도 스크린에 갇힌 평면화된 삶은 인간의 입체적 신체가 느낄 수 있는 온몸의 미세한 감각을 충족시킬 수는 없지 않는가. 아이패드 속의 송사리를 손가락터치로 수만 번 움직이게 할 수 있어도, 단 한 번만이라도 아이의 모아 쥔 손바닥 안에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건져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뿐인가. 아이들끼리 모여 언제 개울물에 가자는 약속, 등 뒤에 느껴지는 따가운 햇살과 들큰한 물비린내, 힘을 합쳐 물고기를 몰아가는 협응력 등 관계맺음의 과정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로움이 기기(機器)에는 생략되어 있다.

내게는 60년대 출판된 박종화 역(譯) <삼국지>가 있다. 빛바랜 책장의 이 세로쓰기 <삼국지>가 그 어떤 책보다 소중한 건 조부가 물려주신 유산이기 때문이다. 아직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예닐곱 살의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운율에 몸을 실어 읽어 주시던 관우, 장비 이야기를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듣던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 내 아이에게 들려주는 또 하나의 이야기다. 누렇게 바랜 종이에는 그때의 등잔불빛이 배어있는 듯하고 침을 묻혀 넘기시던 책갈피마다에는 그야말로 조부의 체취가 그대로 살아 있다. 때로 접힌 자국의 책장을 보면 이 부분에서 특별히 할아버지께 감흥이 있었던 구절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내용을 꼼꼼히 새기게 된다. 이미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오래된 책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내 아이에게 나는 가끔 할아버지의 삼국지를 보여주곤 한다. 이렇게 종이책에는 낡아가며 오히려 새로워지는 역사가 있다. 그로인해 또 하나의 이야기가 생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e-북(book)에는 읽기의 편리성은 있을지 모르나 그 독서 행위로 인하여 빚어지는 '인간의 이야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패드가 구현하려 애쓰는 멀티스크린 속 세상을 보며, 실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에서 인간관계의 조화로움, 자연과 현상의 생기(生氣)가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 신비인가를 새삼 역설적으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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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