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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8.12 16:42:29
  • 최종수정2013.08.12 14:26:49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절기상 입추였던 지난 7일, 식구들을 태우고 오랜만에 시골길을 달리게 되었다.

"입추라면서 왜 이렇게 덥지? 햇살도 쨍쨍하고 전혀 가을이 온 것 같지 않아요."

에어컨이 가동 중인 차 안에서도 연신 덥다고 손부채를 부치며 아이가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입추라고 하면 바람도 선들 해지고 무언가 누릇누릇 익어가며 가을 분위기가 조금은 나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짱짱한 매미 울음소리에 파묻힌 짙푸른 녹음은 도무지 가을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 폭염 속에 뜨겁게 품고 있는 성숙의 기운,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 한창 달게 익어가는 실과나 곡식들에는, 변치 않는 자연의 섭리가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인간의 눈으로 보이지 않을 뿐인 것이다.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말이 있듯이 자연을 풍경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농경의 관점에서 보면 한여름의 폭서 속에 입추가 숨어 있는 것이 맞다고 여겨진다. 우리 조상들이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여 농업을 신성시했듯이 절기의 이치를 궁구하다보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업인 농업의 경건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식구들과 다다른 곳은 아내의 외가,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진외가이다. 오로지 농사일 하나로 8남매를 길러내신 아내의 외조모님이 아직도 시골집을 지키고 계신다. 청원군 금관 근처의 마을, 예전에는 오지였지만 이제 자동차로 쉽게 갈 수 있는데도 평소 짬을 내지 못하다가 방학이 되어서야 찾아뵙게 되었다. 올해 춘추 아흔 하나이신 외조모님은 높은 연세에도 천천히 집안을 오가며 혼자 조석을 끓여 드신다.

마루에 앉아 바라보니 높은 앞 산 밑에 경작하시던 담배 밭이 펼쳐져 있다. 햇볕 속에 조금만 걸어도 얼굴이 달아오르고 땀이 줄줄 흐르는 이런 날씨에도 자식들을 건사하기 위해 저 밭에 엎드려 김을 매고 농사일에 몸을 사리지 않으셨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져 온다. 귀는 몹시 어두우시지만 정신은 맑아서 아이들의 어린 시절의 일까지도 다 기억하신다.

"재가 요만할 때 사탕을 까서 내 입에 넣어줬지."

데리고 간 작은 아이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며 말씀하신다.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은 오래 남아 있는 것 같다.

같이 모시고 간 장모님과 아내가 차려온 밥상에 둘러앉아 아이들은 유난히 밥을 달게 먹었다. 그중에는 외조모님이 원래 무쳐 놓으셨던 깻잎순 나물과 아침에 끓여 놓으셨던 된장찌개도 있었다. 된장찌개는 오로지 풋고추와 대파만 넣어서 단순하게 끓인 것이었다. 큰 아이는 그 두 가지가 유난히 맛있다면서 밥을 몇 공기 해치웠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 그것은 '덥다, 춥다' 호들갑 떨지 않고 평생 자식들을 위해 묵묵히 논밭에 엎드려 일해 오신 외조모님의 평생의 삶과 같은 것이었다. 외조모님은 우리들의 식사를 그저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계셨다.

집을 떠나오며 돌아보니 마루에 안온히 앉아 우리들을 그윽이 배웅하는 모습이 마치 부처와도 같이 느껴졌다. 어쩌면 위대한 자연의 일부처럼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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