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4.01.20 18:01:31
  • 최종수정2014.01.20 14:33:49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아파트에 살면 잃어버리고 사는 것이 너무 많다. 편리하다는 그 이유 하나가 나머지 모든 문제점을 덮어 버리니 아파트의 편리성은 정말 힘이 세다.

아파트의 가장 아쉬운 점은 자연과 계절의 기척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산다는 점이다. 그뿐 아니라 사람의 기척도 마찬가지다. 결혼 전에는 계속 단독주택에 살았다. 담 밖으로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옆집 아저씨의 얼굴이 보이고 밤이면 가로 등불 아래 연인들의 속삭임도 들렸다. 그중 가장 반가운 것은 새벽 골목길을 울리는 신문 배달 소년의 가볍게 달리는 발걸음 소리였다.

새벽 4시 아련한 교회 종소리가 울릴 때쯤 경쾌한 발걸음 소리가 다가오고 신문이 마당에 가볍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하루가 무사히 시작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곤 했다. 저녁잠이 많은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었다. 그래도 금방 일어나지 못하고 이불 속의 안온함을 즐기며 멀어져간 신문 배달 소년의 골목길 궤적을 마음속으로 그려보곤 했다. 때로 아버지가 직접 신문을 가져다 보시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내가 가져다 안방 문 앞에 놓아두곤 했다. 새벽 공기 속에 퍼지는 종이와 잉크 냄새는 문득 정신을 깨우치는 기분이 들게도 하였다. 곱게 접은 옷처럼 신문을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들고 가면서 1면의 머리기사 내용만 우선 훑어보곤 했다. 잘 다려놓은 빨래처럼 아귀 반듯하게 차분한 부피로 가라앉은 신문을 내가 먼저 여기저기 좋아하는 면을 헤집어 보아서 들뜨고 엉거주춤하게 만들어 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어쩐지 아버지가 드실 밥상의 반찬을 먼저 헤집어 놓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날것의 세상 소식 그대로 아버지가 먼저 여시고 맛보셔야 했다.

아침 세안을 마치시고 아버지는 마루에 신문을 펼쳐 놓은 채 한 장 한 장 넘겨 가며 때로는 감탄을 때로는 한숨을 섞어 자연스레 세상 소식과 당신의 소견을 담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우리는 아침 밥상을 마주하거나 옷을 갈아입으며 세상의 옳고 그름과 선악에 대해 절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셈이었다.

요즘은 종이 신문을 보는 집이 많지 않다. 교직에 있는 아내의 말을 들으면 30여 명 한 반에 종이 신문을 구독하는 집이 대여섯 명 정도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신문 스크랩 관련 과제를 제시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인터넷이 있으니 세상 뉴스를 아는 데 굳이 신문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의 뉴스는 가장 대표적이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싣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신문 구석구석 보물과도 같은 좋은 글들을 놓치기 쉽다.

종이 신문을 펼쳐 보면 기사 내용의 경중에 따라 배치된 지면을 보며 편집자적 안목을 높일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삶을 조망하는 시선을 갖게 된다. 또한, 책으로까지 엮어지지 않는 훌륭한 기사나 좋은 글들을 순간순간 만나는 기쁨이 있다. 책은 제본된 형태라 보관이 오래가고 언제든 다시 손에 잡을 수 있지만, 신문은 그날그날 보지 않으면 그 글들은 영원히 놓치게 된다.

올해는 많은 가정에서 새벽을 달려온 신문의 향기를 직접 맛보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나와 같이 신문으로 인하여 정서적 기쁨까지 맛보는 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