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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1.05 10:25:29
  • 최종수정2015.01.05 10:25:27
'창(窓)을 여니 홋카이도의 겨울 향기가 방안을 점령한다. 기성전이 열리는 다다미방에는 기도하듯 두 명의 기사가 눈을 감고 마주해 있다. 낮게 울려오는 심호흡 소리는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들려왔다.'

바둑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부친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바둑의 멋을 제대로 일깨워준 것은 두꺼운 표지로 장식한 양장본'일본 기성전'시리즈를 통해서였다.

제목부터 온통 한문으로 시작되어 적잖이 부담스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함께 바둑기자가 풀어내는 유려한 문장에 흠뻑 매료되곤 했었다.

사실 책을 통해 바둑실력을 키우기보다는 바둑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에 더 빠져들었다.

기사들의 신변잡기와 일본 각 지방마다의 특이한 풍습, 음식이 감초처럼 등장해 재미를 더했다.

일본기사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이따금 등장하는 한국의 조치훈이나 조훈현의 일화가 등장할 때면 괜히 내 일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특히 조훈현 9단의 스승 세고에 9단과 실전스승 후지사와 9단과의 애틋한 사연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조훈현 9단의 스승은 일본인 세고에 9단이었다.

세고에 9단은 평생 딱 3명의 제자만 거뒀다.

중국인 오청원, 일본인 하시모토 그리고 한국인 조훈현이다.

그가 키워낸 제자 3명은 훗날 모두 바둑계를 쥐락펴락하는 위대한 기사들로 성장했다.

작년 11월에 타계한 오청원 9단은 바둑의 성인(聖人)으로 추앙받던 인물이었고, 일본인 제자 하시모토 우타로는 관서기원 총수를 지냈다.

또한 조훈현 9단은 세계 1인자로 우뚝 섰으니 세고에 9단의 국경을 초월한 제자 선택의 안목과 탁월한 지도력이 놀라울 뿐이다.

1972년, 말년의 애제자 조훈현이 군복무를 위해 한국으로 귀국하자 세고에 선생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넉 달 만에 자살했다.

그리고 곧바로 함께 살던 강아지도 식음을 전폐하다 죽었다고 전한다.

언젠가 조훈현 9단은 칼럼을 통해 죽은 개의 이름이'깽깽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조훈현에 대한 스승의 애정은 깊고, 아팠다.

조훈현 9단을 유달리 아낀 인물이 또 있었다.

바로 실전스승이었던 후지사와 슈코 9단이다.

그는 일본에서'괴물 슈코'라고 칭할 만큼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평상시에는 술과 도박에 빠져있다가도 기성전만 시작되면 심기일전 바둑에만 전념해 일본 최고기전인 기성전 6연패의 신화를 이뤄냈다.

한번은 후지사와 9단이 뜬금없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예기치 못했던 일이었기에 한국기원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그 당시 일본과 한국의 바둑실력은 천양지차(天壤之差)였으니, 수준 높은 일본바둑을 평정한 최고의 기사가 방한한다는 사실은 한국기원의 입장에서는 뜻밖의 횡재였던 셈이었다.

공항입구로 몰려든 기자들이 한국을 방문한 이유를 묻자, 후자사와 9단은 간단히 답했다.

'조훈현이 보고 싶어 왔다.'

후지사와 9단은 한국기원 측의 간절한 기대를 저버리고, 체류하는 내내 조훈현과 바둑만 두며 호텔방에서 술만 마시다 돌아가 버렸다.

아무런 조건 없이 오직 한 사람이 그리워 현해탄을 건너 온, 그 마음을 가만히 되짚어보면 새삼 더 따뜻해지는 겨울아침이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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