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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내 생애 앞으로 봄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필가 고 피천득 선생은 아흔의 나이에 이렇게 봄을 찬양했다. 다른 계절과 달리 봄이 주는 감회는 각별하다. 청춘의 나이에는 모든 계절이 고루 순환할 뿐이지만,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지나고부터는 봄은 특별한 향훈을 몰고 온다. 젊은 시절에는 맡지 못하던 땅의 기운,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면서 더불어 말 그대로 소생과 약동의 에너지로 충만하기 시작하는 세상이 새삼 대견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겨우내 말라 있던 나무의 빈 가지들이 물기로 부풀어 오르며 대기에 신선한 호흡을 내뿜는 것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즈음이다.

비단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들만이 아니다. 아파트 베란다의 종이 상자에 담겨 있는 감자 고구마들도 용케 절기의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순을 뻗친다. 흙 속에 몸을 담그고 있지 않은 그들이 따로 햇볕을 쬐는 일도 없이 제 몸 자체로 새순을 뻗어내는 모습은 경이롭다.

우리 집 아파트 베란다 또 한 켠에는 역시 봄을 기다리는 또 다른 얼굴들이 있다. 텅 비어 있는 몸을 가진 빈 화분들이다. 화초를 좋아하지만 바쁜 직장 일에 제대로 돌보지 못해 해마다 몇 개씩 빈 화분을 만드는 아내가 자책하며 바라보는 것들이다. 봄이 오면 아내는 연례행사처럼 저 화분들을 들고 다시 화원으로 향한다. 화초 키우는 것에 별 관심 없는 남편의 지청구를 듣지 않을까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사실 나는 집 안을 승방(僧房)처럼 해놓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름답고 좋은 것이라도 이것저것 늘어놓거나 걸어놓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다. 대단하고 특별한 소신이 있어 법정 스님처럼 무소유의 철학적 가치관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물건이 많으면 어쩐지 그것들에서 풍겨나는 물성이 공연히 정신을 산란하게 만드는 것 같아 편치 않다.

그러나 또 빈 화분을 베란다에 쌓아놓게 될지언정 나는 아내가 꽃집을 둘러보고 화초를 심어 오는 것이 이제는 편안하고 즐겁다. 몇 해 전 한때 아내의 건강이 나빠진 적이 있었다. 그해 봄의 햇빛은 거실에 차고 넘쳤지만 아내가 관심을 갖지 못하는 우리 집 봄의 거실은 삭막하고 건조하기 그지없었다.

이번 봄에도 3월이 채 오기도 전에 우리 집 베란다는 제라늄, 안스리움 등 햇빛만 있으면 비교적 키우기 쉽다는 것들로 채워졌다. 특히 제라늄은 빨강, 분홍, 주홍의 꽃들이 봄빛 속에 화사한 자태로 피어나 즐거움을 주었다. 그런데 거실에 나간 아내가 비명을 지른다. 뛰어나가 보니 이제 우리 집 식구가 된 지 일 년이 다되어가는 코코(페르시안 고양이)가 꽃을 모두 뜯어 놓았다. 그동안 가두어 키운 것이 미안해 요즘 풀어 놓아 주었는데 그동안 꽃의 향기만 맡고 다니던 녀석이 탐색기를 끝내고 드디어 사고를 친 것이다. 소리를 지르건 말건 코코는 고양이 특유의 무심함으로 제라늄 화분 옆에 엎드려 조을 채비를 하고 있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문득 이장희 시인의 '봄은 고양이로소이다'가 떠오르며 슬몃 미소가 번진다. 봄의 정경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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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