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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남

음성문인협회 회원

나는 바늘에 실을 꿰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어느새 노안이 와서 돋보기 안 가지고 나온 걸 자책하며 눈살을 찌푸려 가면서 바늘에 실을 꿰었다.

바늘이 커서 쉬운 일이었음에도 5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에겐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실에 침을 바르고 배배 꽈서 온 정신을 집중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

바느질하는 사람 열 명에 실을 꿰어주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니, 실의 길이는 점점 길어졌고 여기저기서 실이 길어서 불편하다고 투정과 아우성이 난무하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 매어 못 쓴다'더니 급하게 실을 꿰다 보니 실이 엉키고 말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실마리를 찾으려 애를 써 보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잘라버리고 다시 시작해야지'하며 가위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머리를 스친다.

'매듭은 자르는 게 아니고 풀어야 하는거라고' 그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그냥 잘라버리는 건 쉽기는 하겠지만, 다시는 쓸 수 없이 버려야 한다. 하지만 좀 어렵고 힘들더라도 시간과 공을 들여서 풀면 다시 쓸 수가 있다.

살다 보면 인간관계도 뜻하지 않게 실타래처럼 엉켜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처음엔 풀어보려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엉킨 실타래 잘라버리듯 뚝 잘라 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다시 안 보면 그만이고 편한 걸 왜 고민하고 신경을 써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한발 비켜서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 자신을 돌아봤을 때, 그에게 있어 나 또한 잘라버리고 싶은 존재는 아니었을까.

보자기 끈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잘라버리면 그 보자기는 다시 못쓰게 되는 것처럼, 관계가 잠시 엉켰다고 해서 잘라버리면 그 인연은 끝이 나게 된다.

시간이 걸리고 심신이 힘들어도 타인과의 인연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기에 잘 풀어서 오래도록 좋은 인연으로 살아가야 하리라.

이런저런 오락거리와 풍성한 먹거리, 넘쳐나는 문화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사람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고, 위로받고,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지어졌기에 모든 사람이 소중하고 귀하다.

다음 주 부터 음성에서 품바축제가 열린다.

음성 문인협회에서는 해마다 품바 의상체험 부스를 운영하기에 회원들이 모여서 품바 의상을 만들고 있다.

각자 집에서 헌 옷을 가지고 와서는 아무렇게나 인 것처럼 품바 의상을 짓고 있지만, 나름 고민하면서 질서 있게, 혹은 진짜 품바 옷처럼 보이려고 애쓰면서 열심히 바느질을 하고 있다.

이 중 몇몇은 20여 년을 함께 하면서 크고 작은 오해와 감정들이 쌓여서 매듭 자르듯 잘라내고 싶었던 인연들도 있었다. 그러나 모난 돌 같았던 우리도 세월에 깎이고 다듬어져서 지금은 둥글게 두리뭉실 넘기며 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그 때 엉킨 매듭을 잘 풀지 않고 가위로 자르듯 잘라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의 저 웃음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없었을 게다.

내 생애 남은 날도 항상 매듭을 풀 듯 조심하며 가만가만 세상을 바라보며 그렇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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