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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남

음성문인협회 회원

입춘을 지나 우수(雨水)도 지났는데 음달에는 눈이 쌓여 있다.

동네 어르신 말씀이 올해 윤달이 들어 있어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거라고 하신다. 윤달은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데 음력이 1개월 더 있어서 13개월이 된다. 윤월(潤月)은 태음력에서 자연의 흐름과 생길 수 있는 오차를 보정 하기 위해 도입하는 음력의 달(月)이다. 윤달은 '하늘에서 빠진 달'로 불리며, 미신을 믿는 사람들은 조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달로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에 하면 꺼려지는 일들을 윤달에 하면 탈이 없다고 믿는 미신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그래서 윤달이 든 해에는 묘를 수리하거나 이장을 하고, 집을 짓거나 지붕을 고치고, 대문을 바꾸는 일도 많이 했다고 한다. 윤달에는 액운이 끼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란다. 그런 것들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건 물론 아닐 것이다. 그저 인간의 나약함에서 비롯된 위안(慰安) 같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평생을 촌부로 살고있는 나는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인삼 농사와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데, 11월 말에 겨울이 요란하게 찾아왔다. 눈이 30㎝ 정도 내렸는데, 물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이라 그 무게가 상상초월 이었다. 남편은 인삼밭 지붕이 무너질세라 빗자루, 괭이 등을 들고 인삼밭 지붕에 쌓인 눈을 쓸어내렸다. 나도 거들고 싶었는데 남편이 한사코 집에 있으라고 해서 못 이기는 척 집으로 들어왔다. 그즈음 허리가 아파서 일이 겁나기도 했었다. 남편은 깜깜해서야 돌아왔다.

몇 해 전에 큰 눈이 내려서 인삼밭이 8천여 평 정도 쓰러진 적이 있었다.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무사히 넘어갔다. 남편이 재빠르게 나가서 눈을 끌어내린 덕분이다.

인삼밭은 괜찮았는데, 우리 지역 여러 농가에 폭설 피해가 심각했다. 화훼농가와 다육이 농장, 축사, 그리고 수박하우스 시설이 엄청난 피해를 본 거다. 같은 농사꾼으로 마음이 아프다. 천재지변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는 그렇다고 하늘을 탓할 수도 없다. 그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농사는 하늘이 하는 거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지금껏 우리는 그렇게 농촌을 지켜오고 있다. 무너지면 일으켜 세우고, 물에 잠기면 갈아엎어 다시 심고, 비닐하우스가 태풍에 날아가서 갈기갈기 찢어져 바람에 날릴 때, 내 마음도 찢어져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일어나 씨를 뿌렸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고, 하늘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게 농사꾼이다.

예부터 윤달이 든 해에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2월 윤달이 들면 보리농사가 풍년이고, 5월 윤달이 들면 늦장마와 전염병이 기승을 부린다고 했다.

급격한 환경 변화와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옛말이 맞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선조들의 지혜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전해오는 이야기일 것이다.

달력을 보니 올해는 6월에 윤달이 들어 있다. 맞고 안맞고를 떠나서 6월 윤달이 든 해에는 모든 작물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들어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문구는 보이질 않는다. 그냥 열심히 씨뿌리고 가꾸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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