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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

전 예성문화연구회장

아침 싸늘함이 오히려 상쾌함을 주는 것은 생활의 역설인 듯하다. 소싯적의 건넛방 문고리에 손이 쩍 달라붙는 추위, 머리맡에 둔 자리끼가 단단하게 얼어버리는 추위 속에서도 웃음이 넘쳤던 기억이 새롭다. 되돌아보는 시간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힘들었어도 그 안에 재미가 있었고, 생활의 여유가 생겼어도 아픔은 존재하고 있었다.

공부를 핑계로 몇 분을 인터뷰하는 계기가 있었다. 그 분들의 과거 속에서 마주한 진한 아픔과 슬픔 그리고 열정, 삶에 대한 집착, 자기 삶에 대한 처연한 분석 등이 스스로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 그들의 지난 시간이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받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나름대로 노력한 삶이었다는 점에서, 본인의 입장에서 조그만 성취를 이뤘다는 점에서 나름 만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 70~80대에 접어든 사람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경제적 이유로 좌절된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 중에는 제자리 멈춤보다는 생활고를 이겨내면서 늘그막에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평생 일군 조그만 가게 안에서 어설프게나마 색소폰도 불고, 이미 갈라진 목소리지만 노래에 자신을 갖고 음반을 내기도 한다. 화선지를 깔아놓고 먹물 듬뿍 찍어 일필휘지하는 멋스러움을 누리는 분이 주변에 있는가 하면, 이제 갑년을 막 지난 사람이면서도 인생철학이 뚜렷해 젊어서부터 한 분야에 매몰돼 자타공인 해당 분야에서는 이름을 알린 분도 있다.

그들의 처음은 참으로 작았다. 가난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로 시작했지만 점차로 사명감이 싹트기 시작했고 이제는 경제적 문제보다는 한국적인 문화의 재창출이란 무게를 지닌 사업으로 발전시킨 분도 옆에 있었다. 옛날 어려웠던 시절에는 많은 형제들 중 누군가는 희생돼 집안의 먹거리를 책임져야만 했다. 본인의 의지와는 거리가 먼, 가장에 의해 지명돼 학업을 중단한 분이 들판에서 귓등으로 배운 것이 최근 각광을 받아 조명되기도 한다. 또한 발칙한 생각이 자신을 변화시켜 한 곳을 차지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었고, 각기 다른 환경에서 각기 다르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렇듯 지금에 와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우연도 있을테지만 약간의 집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진부한 이야기일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해 최근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마도 본인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공평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누군가는 자취를 남기고 있고 또 다른 이는 한 분야에서 명성을 보이며, 별다른 신념을 가진 이는 남들과 다르게 고요히 자기 통찰을 통해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남들과 다르다는 우월감을 바탕으로 자기 위주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남들과 다른 자기 생각이 옳다고 여기며 조금이라도 수용을 거부하는 독불식의 행태다. 이런 자세가 불러오는 참담함은 매우 크다.

최근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조용한 도시에 살면서 '내 지역의 문화는 어떠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접근한 지역사 영역이 모두 부정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딛고 사는 이 땅에 고구려, 백제, 신라, 마한, 탐라, 가야문화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잘 버무려진 특징을 보이는 융합문화권역은 어찌 구분할 것인지 궁금하다. 1990년대부터 회자되기 시작한 중원문화라는 권역이 갑자기 송두리째 없어졌다. 그렇다고 지역이 안고 있는 특유의 문화가 사라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여전히 꿈틀거리고 살아 숨쉬고 있다.

이제껏 중원이란 단어 차용을 즐기던 이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외침 한번 없다. 치졸한 분별심이 시간 속에 자라 온 문화를 피자 나누듯 가르는 행태에 실실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아침에 선뜻한 찬 기운이 오후되니 따뜻함으로 가려진다. 2022년도는 지금보다 훨씬 멋스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여태 살아 온 시간을 보듬어 안고 아주 조그만 욕심을 덧붙인 내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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