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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

전 예성문화연구회장

목련도 처연하게 꽃잎을 떨어뜨리고 화사함을 무기로 눈을 홀렸던 벚꽃도 바람과 비에 힘없이 스러지면서 또 다른 생명을 보여주기 시작할 즈음, 역시 죽이 맞는 후배와 제천 점말동굴을 찾았다. 구석기 유적을 답사한다는 나름 거창한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집을 나서고 싶었고 봄기운을 온 몸으로 적셔 보고자 하는 단순한 목적이었다. 딴에는 역사 공부를 하는 이들이니 유적을 보러 가자고 했을 뿐이다. 수소전기차가 자연을 아주 조금 정화한다는 명분으로 조금 먼 거리를 택했던 것이다.

송학면의 황기마을로 들어서는 길은 깨끗이 정비되어 있어 내심 점말동굴 앞에까지 편하게 접근할 줄 알았다. 착각이다. 마을 다리 옆에 주차하고 천천히 봄 냄새를 만끽하면서 약 700m정도 걸어서 동굴로 올라갔다. 도시풍의 여인네들이 배낭을 벗어 던지고 열심히 무언가를 캔다. 봄나물일 것이다. 두런거리는 소리가 정겹다. 혹여 오해받을까 걸음을 재촉하여 점말동굴로 바싹 다가섰다. 여전히 입을 벌리고 동굴은 소리없이 거기 있었다. 기웃거려 보지만 안내판 설명에서 보여주는 고고학적 유물은 흔적도 없다. 다만 화랑들의 수련 활동이 이 곳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되는 13군데의 암각자(岩刻字)를 찾기 위해 공연히 바쁜 척을 해보았다. 동굴에서 석조탄생불이 발견되고 동굴 전면에 법당 들보가 발견되었다는 설명에서 불현듯 "백골관"이 떠올랐다. 동양학자인 조용헌의 말에 의하면, 스님들이 간절히 깨달음을 얻고자 어두운 동굴 안에 들어가 백골을 보면서 명상을 했다고 한다. 동물의 화석이 널부러진 동굴의 어둠과 정적 속에서 처절하게 자신을 혹사하며 해탈을 추구한 스님은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 사위의 조용함이 주는 안온함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목에는 여인네들이 여전히 재잘대며 나물을 뜯고 있었다.

이왕 나선 길이니 장락사지 7층모전석탑을 둘러보기로 의기투합하였다.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장을 역임하신 장준식 박사께서 대학에 계실 적에 장락사지를 발굴하였는데 그 때 어지럽게 펼쳐진 광경이 가슴에 남아 있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정돈된 모습이겠거니 짐작하였지만 현실은 예상을 훌쩍 뛰어 넘는 광경이었다. 역사물을 찾는 이들은 이해되든 안되든 우선 안내문을 찾기 마련이다. 대체로 전국의 어느 유적지를 가보던 간에 한자(漢字)어의 어려운 단어 나열이 보는 이의 기를 죽이곤 하였고 전공자들이나 이해되는 설명이었던 것이 대다수다. 그런 면에서 제천시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 난 유적 가꿈과 설명은 모범이 될 만하였다. 우선 안내는 초등학생도 이해할 만치 쉽고 간결하게 가능한 우리말로 정리하였으며 불가피한 한자어는 주석을 두어 이해를 도왔다. 더불어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는 시늉에 그친 것이 아닌 햇볕의 반사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불편없이 읽을 수 있는 재질로, 디자인을 간결하면서도 풍상에 견딜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입구에는 전국에 산재한 모전석탑의 유형을 Ⅰ, Ⅱ로 나누어 사진을 제시하고 적절히 탑에 대한 설명을 가볍게 설명하였으며 시각적, 공간적 배치를 적절히 하여 7층 모전석탑의 가치를 극대화시킨 점이 탁월하였다. 한때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쉽게 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거의 실행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제천시는 실행하고 있었다. 문화재에 대한 애정이 부러웠다. 아마도 담당 공무원의 전문적 지식과 열정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과정상 애로사항이 있었겠지만 이를 보고 박수를 보내는 이가 있다는 것을, 마음에서 우러나는 칭찬을 하였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다음 나들이 때도 오늘과 같은 흐뭇함을 맛보고 싶다. 봄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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