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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

전 예성문화연구회장

어렸을 적, 뒷산에 올라 두근거리는 가슴 부둥켜안고 고주박을 캐고 솔잎을 긁어모아 땔감을 썼다. 민둥산이어서 '산림녹화' 라는 구호를 무진장 들어야 했고 식목일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산에 가서 나무를 심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많이 변했다. 나무 심고 송충이 잡고 하던 기억은 멀리 사라지고 이젠 산에 들어가기 무서울 지경이 됐다. 산에 뿌리박은 나무들의 힘찬 기운은 물론이고 하늘을 볼 수 없을 정도의 울창함은 음습함과 푸근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한적한 도로 옆에 펼쳐지는 모습에 자연스레 옛 생각을 해본다.

와중에 커다란 암벽이 처박힐 듯한 모습으로 산 아래를 독차지하고 있다. 풍수를 공부하는 분들 말로는 힘찬 양기가 뭉친 곳이어서 기도발이 잘 먹히는 곳이라 한다. 거기에 친근한 민초의 모습을 하고 두분이 나란히 앉아 있다. 괴산 연풍면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이다. '보물 제97호' 라는 가치도 있지만 그보다 가끔 마주하는 두 분 부처님이 갖고 있는 친근함과 약간의 의문 때문에 유난히 집착하면서 찾아보는 곳이다. 현재 주변에서 이불병좌상을 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치 희귀한 모습이다. 전 대전사 출토 금동이불병좌상과 통도사 영산전의 견보탑품변상도 정도로 알고 있다. 먼저 불상을 연구하신 학자들은 '묘법연화경'의 '견보탑품' 내용 중 석가불이 다보불과 다보탑 안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도상화했다고 한다. 사실 이불병좌상의 흔적은 고대 중국의 북위시대, 즉 5~6세기에 유행한 것으로 알려졌고 발해 지역에서 8구 정도 출토되면서 대구공항 문화재감정관인 임서재는 우리나라 이불병좌상의 근원은 고구려부터 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와 연관해 보니 충주에는 고구려비를 비롯, 두정리고분군, 봉황리 마애불상군 등이 고구려와 관련이 있고 문경에는 고모성, 수안보의 옛이름 상모현 등 고구려식 지명이 있다. 또한 북위의 이불병좌상은 대체로 시무외연원인의 수인을 보였다고 하는데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은 수인 부분이 훼손되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팔의 위치로 미루어 시무외연원인의 수인 자세는 분명 아니었기에 중국과 대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희미하지만 두 분 부처님 두광에는 각 5개의 화불이 앉아 있고 가장자리에는 좌측에 보살상, 우측에 승려상이 양각돼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감실 윗부분에는 무언가를 매달았던 고리가 3개 달려 있어서 감실을 어떠한 형태로든 보호하는 장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면에서 보았을 때, 우측의 부처님 코가 복원돼 있다. 이 부처님의 코는 별도 제작돼 맞춰 놓았었는데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해 절차에 맞춰 복원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문화재에 손을 댔다고 하는 자체가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옛 코가 훼손돼 뻥 뚫려 있는 부처님을 보면서 가졌던 애잔함은 멀리 달아나 버렸다. 문화재는 어떠한 경우든 제자리에, 그 모습을 간직한 채 존재할 적에 그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도로 옆에 위치했어도 자동차전용도로가 새로 건설됨에 따라 3번 도로의 위용은 없이 적막함이 감돈다. 지나는 차량도, 사람도 없다. 떠들면 부처님이 깰 것만 같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앞에 앉아 멍하니 부처님을 바라본다. 요즘 많이 한다는 멍때리기를 해본다. 법의 자락에 색칠을 한 것이 보인다. 부처님 특유의 인자함과 근엄함 보다는 조금은 삶이 행복하다는 표정의 익살스런 모습에 슬그머니 미소가 생긴다. 편안해진다. 다만 아직 알지 못하는 부분 때문에 공연히 부처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두상과 얼굴 윤곽, 또 삼도 부분에 많은 조그마한 구멍의 용도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 궁금함을 억지로 감추고 돌아선다. 우거진 숲에서 내려주는 청량함에 몸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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