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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

전 예성문화연구회장

소란스럽다. 주변이 온통 잘난 맛에 떠들어대고,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와 대결하는 양상이 지치게 만든다. 날씨마저도 온전치 못한 자세로 봄의 끝자락인지 아니면 여름 한복판인지 구분이 안된다. 저마다 본분을 잃고 제멋대로인 모습으로 날뛰는 것 같아 심장이 덜컹거린다. 얼굴의 반 이상을 덮는 마개를 하고 무작정 길을 나선다. 호젓한 곳만 골라 마개도 벗고 혼돈의 탈피를 꾀해 본다. 자연스레 그간 작심만 했던 곳을 발길에 맡겨 본다.

먼저 간 곳이 천룡사지다. 노은면 수룡리의 천룡마을 안쪽의 보련산 자락에 앉아 있었던 사찰이다. 몇 년 전에 조사할 적에는 그래도 사찰이었음을 짐작케하는 넓은 평탄면과 석축, 그리고 산재한 와편과 자기편이 가슴을 설레게 하였는데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선 천룡마을을 감아 도는 개울 윗쪽 골짜기에 사방공사를 함에 세월에 찌든 석축은 볼 수 없고 산뜻하게 쌓인 석축이 반길 뿐이었다. 평탄면의 일부는 과수원이 되었고 야생동물들의 피해가 많았던지 울타리 망을 설치하여 지표를 훑어 볼 생각도 못하고 뒤돌아섰다. 그리곤 조선 세종 6년(1424) 승인한 선교양종 각 18사 중 하나로 포함되었고 세종실록 지리지에 "보련사(寶蓮寺) 속교종급전일백오십결(屬敎宗給田百五十結)"이라 기록되어 있는 거찰(巨刹)이었던 보련사지를 찾기 위해 연하 2리 쪽에서 수승골을 따라 보련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밖의 시끄러움도, 더위도 한방에 잠재우는 적막함을 따라 올랐다. 풀들이 무성하여 다소 힘이 들기는 하였지만 마음은 너무나 편안하였다. 보련산의 7부 능선 즈음에 위치한 초라한 전각 하나와 조잡한 불상들, 그리고 와편과 자기편을 쌓아 놓은 것을 조그마한 무더기를 제외하곤 이 곳에서 150결을 지급받았던 거찰의 면모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전각으로 부르기도 민망한 건축물 안에는 커다란 암반에 '보련산신지위(寶蓮山神之位)'라 조잡하게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이 곳은 무속신앙인들의 기도처로 보는 편이 타당할 듯하였다. 그렇다면 대동지지(大東地志)와 조선환여승람에서 언급한 '보련사는 천룡산에 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천룡사지라 불리던 곳이 혹여 보련사지가 아닐까 하는 추정을 해본다.

'절골'이란 지명이 자꾸 유혹한다. 못이기는 체하며 다시 길을 나서 본다. 이번에는 충주 시내의 산업단지가 들어 선 용탄동의 후미진 곳이다. 행정 명칭으로는 용곡마을로 불리고 있다. 마을 깊숙한 곳에는 노부부가 이 곳을 떠나지 못하고 외롭게 농사를 짓고 있었다. 옷은 남루해도 얼굴이 편해 보인다. 짙은 녹음으로 위엄을 보이는 앞산 중턱에 절이 있었는데 지금 가봐야 볼 것도 없고 올라가지도 못할 것이라며 만류한다. 아직 힘이 있다고 자신하면서 앞산을 향해 돌진하였다. 수량이 제법인 개울의 물소리와 산이 주는 고요함과 나무와 풀들이 기운차게 내뿜는 향내에 취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전진은 하였지만 우거진 숲의 힘은 거대하였다. 겨울에 답사를 와야겠다고 핑계를 대면서 물러 설 수밖에 없었다. 아랫절골에 해당되는 위치에 옛 어린이집이 현재 요양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약 20여 년 전 충주문화원에서 발행한 '충주의 향토사'에 어린이집 뒤편에 탑비와 부도 지붕돌이 있다는 기록을 생각하고 요양원 뒤편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에서 나온 분이 석부재를 본 적이 없다면서도, 뒷켠에 텃밭을 가꾸는데 와편이 많이 나온다고 하였다. 글씨가 쓰여진 와편도 본 적이 있는데 그냥 버렸다고 한다. 그러한 조그만 것들이 많은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하니 '돈 됩니까?' 한다. 피식 웃고 말았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시끄럽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지친다. 다시 폐사지의 쓸쓸함으로 돌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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