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책이 삶의 양식이다 - 함기석 시인이 전하는 동시집' 삼베치마'

권정생 선생의 유일한 동시집
힘없는 사람들을 향한 '시인의 아픈 사랑'

  • 웹출고시간2015.11.19 15:25:27
  • 최종수정2015.11.19 19:31:57

함기석 시인

[충북일보] 기적의 도서관 한쪽 의자에서 함기석 시인은 고심 끝에 책 한 권을 꺼냈다. 마치 내 안에 있는 시(詩)의 언어들을 힘겹게 꺼내듯, 천천히 함 시인의 품 안에서 권정생 선생의 동시집 '동시 삼베 치마'가 밝은 햇살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집 '삼베치마'에는 고통 속에서 보낸 유년기에 대한 그리움, 전쟁으로 인해 흩어지고 버림받은 자들의 아픈 상처, 그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진솔하게 스미어 있다. 가난하지만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억압받고 수탈당하는 힘없는 사람들, 생명을 가진 모든 목숨들에 대한 시인의 아픈 사랑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함기석(49) 시인을 '기적의 도서관'에서 만난 이유는 그가 이곳에서 아이들을 모아 시를 가르치기 때문이었다. 함 시인은 2006년 14회 눈높이아동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10회 박인환문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3년에는 '오렌지 기하학'으로 이형기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다. 당시 심사평을 맡았던 김언희 시인은 함기석 시인을 가리켜 '이형기 선생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이 상을 수상하기에 함기석은 차고 넘치는 시인'이라고 극찬했다.

어쩌면 세상의 잣대로 그를 논하기에 앞서, 어린이에게 매주 시를 가르치는 함 시인의 맑은 행보를 보면서, 그가 추천하는 동시 '권정생의 <삼베치마>'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시인의 감성촉수로 낸 마음 길을 따라가 보았다.
'달팽이 마을에 전쟁이 일어났다 / 아기 잃은 어머니가 / 보퉁이 등에 지고 허둥지둥 간다 / 아기 찾아 간다. / 목이 메여 소리도 안 나오고 / 기운이 다해 뛰지도 못하고 / 아기 찾아 간다. / 달팽이가 지나간 뒤에 / 눈물자국이 / 길게 길게 남았다.'

-권정생 시인의 달팽이 3
달팽이들이 기어가는 장면을 전쟁 때 피난 가는 장면과 중첩시키고 있다. 목이 메여 소리도 안 나오는 어미달팽이의 모습이 안타깝다. 어미가 새끼를 찾아가는 장면은 6.25 전쟁 때 울며불며 잃어버린 아이를 찾던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함 시인은 "달팽이 지나간 자리에 길게 남은 자국이 눈물자국이라는 표현이 슬픔을 더욱 고조시킨다"며 "시대의 아픔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라고 말한다.
권정생 선생의 동시 '삼베 치마'는 우연한 기회에 발견되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유품정리위원회에서 권 선생의 세간과 유품 목록을 정리하다 뜻밖에 책 형태를 띤 두툼한 원고 묶음을 발견했던 것이다. 빛바랜 낡은 책은 '삼베 치마'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한 번도 세상에 발표되지 않은 권정생 선생의 미 발표작이었다. 그것도 동화가 아닌 시였다. 이 시집은 권 선생이 직접 빨강 파랑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 꾸미고, 풀을 붙여 손수 제본까지 했다.

'열다섯 전후의 어릴 적 억이랑 주야랑 내 이웃들 재미있게 여기다 적었습니다. 열다섯 전후의 어릴 적 그때의 생각은 어땠을까· 슬픈 일 기쁜 일 많았습니다.'

위의 글은 권정생 선생이 동시집 '삼베머리'의 첫머리에 밝힌 내용이다. 권정생 선생은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잡지나 동화책을 주워 읽으면서 유년기를 보냈다. 1945년 해방 후 가족들과 함께 귀국하지만 지독한 가난과 쇠약한 몸 때문에 초등학교를 1년 반 정도 다니다 학업을 그만둔다.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그는 부산에서 서점 점원으로 일하면서 근근이 삶을 유지해간다. 그 후 18세 때 폐결핵을 심하게 앓고, 23살 때엔 의사로부터 3년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기적적으로 삶을 이어간다. 1950,60년대라는 험난한 고통의 시기를 지나오면서 선생을 버티게 해 준 것은 문학, 특히 동시였다. 대표작 '강아지 똥'(1969년 출간) 또한 처음에는 동시로 씌어졌던 것이 훗날 동화로 개작된 것이다.

함 시인은 "동시, 동화, 소년소설 등 권정생의 작품 전반에는 전쟁이 낳은 이산의 아픔과 상처, 인간성을 말살하는 문명에 대한 반문명적 태도, 물질자본주의의 폐단에 대한 비판, 분단을 고착화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저항의식이 깔려 있다."며 "이러한 주제의식을 낳은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동시집 '삼베치마'는 권정생 문학의 시원"이라고 말했다.

/ 윤기윤 기자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