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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4.16 14:15:11
  • 최종수정2015.04.23 15:35:43

[충북일보] 우리는, 어떤 상황에 숙연해 지는가. 어떤 대상을 보고 숙연한 마음을 가지는가. 오후햇살 받으며 노란 이파리를 가득 달고 찰랑이는 아름드리 은행나무한그루, 고향마을을 닮은 한적한 동네를 지나다가 수백 년은 족히 됐을 느티나무를 보면 차에서 내려 숙연한 마음으로 구경한다. 또한 고산지대에서 세찬 바람 맞으며 늙을수록 아름답고 고고한 기개가 더해가는 소나무 한그루, 살아서 천년 죽어 천년의 긴 세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고사목 한그루를 보면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전주 경기전에 갔을 적엔, 태조사진을 봉안한 어진까지 상거가 있음에도 품격 있는 이조시대 여인처럼 우아하고 숙연함 마음으로 조심조심 자분자분 걸었었다. 풍경소리 울리는 한적한 고찰을 대할 때 숙연해 지기도 했고,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어도 연풍성지 파란잔디밭에 모여, 야외미사 드리는 사람들을 보고 숙연해지기도 했다. 경기장에서금메달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일찍 나와 끝도 없이 바다를 향해 절을 해대던 중국산동성의 한 여인…. 섬기는 대상이나 종교는 알 수 없지만, 아침바닷가 산책길에 본 그 여인의 몸짓이 하도 진지해 쓸데없이 뭉클해지기도 했었다.

고대도시 로마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2천 년 전으로 돌아가 과거예술인들이 남긴 작품들을 대했을 적엔, 반바지와 민소매슬리퍼를 삼가라 하지 않아도 절로 옷매무새를 살피며 숙연해졌었다. 웅혼한 고딕건축 걸작들, 가까이 갈수록 섬세하고 고아하기가 이를 데가 없어 마음을 빼앗겼는데, 거대하게 형성된 예술세계들은 역사라는 오랜 지층 속에 내려오며 현재사람들 속에 조밀하게 자리 잡고 숙연하게 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노랑 노랑 잔디 위에 굳건히 박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애국열사들 묘비 앞에 서면 그 어느 기하학적인 건축물이나 거대한 자연 앞에 선 것보다 숙연해진다. 세상엔 존경받을 만한 사람도 많고 업적을 남겨 인류에 공헌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분들이 단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내놓진 못한다. 과연 나에게 그러한 절대적순간이 닥친다면 영광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한권의 책을 덮고 숙연해서 한참을 앉아 있기도 한다. 또한 도서관이나 공원벤치에서 책에 빠진 이들을 보면 그가 어린아이일지라도 고요한 마음을 갖는다. 정신을 채우기보다 물질과 배를 채우기 급급하여 하악하악 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책에 몰두하는 모습은 흐뭇하기 이를 데 없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무게감은 아니라 해도, 교훈이나 정보를 얻고 잠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팍팍한 일상을 환기시킬 수 있기를 바라며, 행여 깨울까 조심조심 돌아서 간다.

숙연

57*77cm Pigment Print on Paper

화제(畵題) '숙연'은 아이패드에 그린 판화로 피그먼트 프린트 기법을 사용했다고 손부남작가는 말한다.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매력으로 사람을 숙연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품모델은 증평읍 남하리 마을 뒤 산에 있다. '남하리 삼층석탑'은 1984년 12월 31일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141호로 지정됐다. 자연암반을 지대석과 기단으로 삼고 그 위에 사각형 받침돌 한 장을 놓은 후, 삼층의 몸돌을 올린 것이 이 탑의 특징이다. 탑신부는 육면체 모양과 팔작지붕처럼 생긴 옥개석을 번갈아가며 쌓아, 올라갈수록 작아져 안정감이 있다. 사학자들은 탑신석의 처리 양식수법으로 보아 건립 연대를 고려후기로 추정한다. 당시 석탑으로는 뛰어난 탑이라 할 수 있다.

혼이 흐르는 듯…. 마치 마을과 농지를 굽어 살피며 내려다보기라도 하듯…. 오랜 세월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서있다. 아무런 무늬가 없이 단조롭고 고아한 삼층석탑은 절로 숙연해 지게 한다. 수백 년을 넘어 그저 묵묵히 서있는 석탑 앞에 서서 각종 숙연에 대한 물음을 끝없이 해본다. 연녹색 새순과 진달래가 부끄러운 듯 살짝 뒤에 드리운 것이 어여쁘다. 석탑을 봄볕이 쓰다듬는다.

/ 임미옥 기자

손부남 작가 프로필

-충북대학교 대학원 미술과 졸업

-개인전 / 제1회 개인전, 청탑화랑, - 2011 제22회 개인전, 유엠갤러리, 서울

-수상 및 레지던시

서울 2000 화랑미술제, 서울예술의전당, -

2006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 프리맨 아시안 펠로우쉽,

존슨, 버몬트, 미국 등 다수.

-주요단체전

서울 2000 화랑미술제, 서울예술의전당-

2011 AHAF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까지 다수

-주요작품 소장처

전기공사공제조합(서울), 한국가스공사(성남), 한국석유공사(안양) SK텔레콤사옥(청주), 국민은행(청주), 조흥은행(청주), 충청북도교육청(청주) 라마다프라자호텔(청주), 부산광역시립미술관(부산), 로드랜드골프&빌리지(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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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