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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1.15 19:16:47
  • 최종수정2015.01.15 14:47:10

잘 달구어진 불판에 삼겹살이 막 올려졌다. 타다닥 소리를 내며 붉은 살점이 흐르르 파니니 살짝 오그라든다. 나무젓가락으로 고기를 뒤집는다.

한 번 더 흐르르 오그라들면서 색깔이 노릇노릇해지면 잘 구워진 상태다. 딱 그때쯤 꺼내어 가늘게 채쳐 새콤달콤 무친 파나물에 돌돌 말아 먹는다.

가랑잎처럼 뒹굴기 전에 먹어야 제 맛이다. 호로록 말리며 뒹굴었다 하면 육질이 딱딱하다.

잘 구워진 살점을 미처 먹어치우지 못하면 앞 접시에 잠시 쉬어, 양념된장 발라 상추에 싸 먹기도 한다.

나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것 같은 외국인 서너 명이 식당에 모여 있어 뒤돌아보았다.

검은 피부의 남자가 곱게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연초록 상추에 싸더니, 빨간 입속에 쏙 넣는다.

볼이 메지도록 씹으며 하얀 이를 드러내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것이 흐뭇하다.

거참, 그들은 이어서 투명하고 맑은 잔에 이슬 같은 물을 마시는 게 아닌가. 하긴, 삼겹살과 소주가 만났다는데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찰떡콤비 진미를 청주시민들만이 아닌, 전 국민을 넘어 세계인들이 알고 즐겨먹는 것이 기쁘다.

많이 가미하지 않은 자연의 맛 삼겹살이, 그때엔 눈물 맛이었노라고 남편이 가끔 말한다.

신혼의 단꿈을 막 벗어났을 때 그가 실직을 했었다. 그 과정에서 아장거리던 큰아이에게 과자 사줄 돈조차 없으니 삼겹살을 먹는 다는 건 생각하기 힘든 때였다.

부모가 힘든 시기였음에도 선물처럼 우리에게 온 작은아이…. 입덧이 심하여 고생하던 어느 날 선배 집으로 초청을 받았다.

두툼한 살점에 소금을 솔솔 뿌려 구워먹던 삼겹살 맛이라니…. 그날 하도 맛있게 먹고서 입덧이 가라앉았는데, 그는 임신한 아내에게 자주 먹이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목이 메었단다.

삼십년이 지난 지금도 삼겹살을 구워먹을 때만큼은 나의 양을 채울 때까지, 그는 고기를 굽는다.

청주 삼겹살

80x90x10cm 직물 혼합

ⓒ 2014
畵題'청주삼겹살' 작품은 직물을 이용하여 작업한 부조설치미술이다.

조각처럼 작품을 사면에서 관람할 수 있는 것을 '환조'라 하고, 감상 할 수 있는 각도가 평면으로 정해진 것을 '부조'라 한다.

작품은, 초록소주병을 들어 하얀 유리잔에 투명한 이슬을 철철 넘치게 붓고 싶도록 유혹하다.

납작하게 썬 새송이버섯과 선홍빛 줄무늬 삼겹살은 군침 돌게 하고, 깐 마늘 옆에 한초롬 다리 꼰, 청 고추 세 개가 박차고 튀어나올 것 같다.

청주삼겹살거리가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해 가는 요즘, 직물을 이용한 부조설치미술을 창안한 작가의 아이디어가 보는 이들에게 상큼함을 준다.

바다가 없는 내륙청주에서는 육고기문화가 발달하여 삼겹살 원조도시라 할 수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청주돼지고기를 공물로 바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유래가 깊다.

청주 삼겹살거리

서문시장 상인들은 무너져가는 재래시장을 살리고자 2012년 3월3일, 삼삼데이 축제를 열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삼겹살 특성화 거리를 조성하면서 서문시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살아났다.

매월 3일 그곳에 가면 평소보다 40% 저렴하게 고기를 구입할 수 있다. 단, 선착순으로 손님을 받고 있어 서둘러야 한다.

'삼겹살 같은 사람은 소주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라고 말한 시인의 말이 아니어도, 오늘같이 눈이 솔솔 뿌리는 날은 서문시장으로 나가 이글거리는 살점에 소금을 솔솔 뿌려 가위질하면서 옆 사람 접시에 놓아주자.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정이 불판위로 흐르리니.

소주처럼 투명한 영혼을 가진 여자와, 삼겹살처럼 이글거리며 자신을 태우는 남자가 만나면 어찌 될까.

세상이 뒤집히는 환상의 콤비 아닌가. 이정도 앙상블이면 아마 죽은 돼지라도 불판에 뒹구는 마지막 한 점 까지 먹어치우길 기꺼이 바랄 거다.

삼겹살과 소주라는데 너무 많은 의미는 지루하다. 어우렁더우렁 살자는데 무슨 말을 더하랴.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그리운 날에는 삼겹살 한 번 맘껏 구워보자.

돼지고기가 헤엄친 국물을 허겁지겁 마시던, 더 이상 가난으로 인한 서러움의 눈물이 아닌, 풍요로 인한 감사의 눈물이 절로 나오리니.

/ 임미옥 기자

김수영 작가 프로필

- 2012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미술과 조소전공 졸업

- 2014 장미는 변화과정을 거쳐 나비가 되려한다, 청주예술의전당, 청주

- 2014 평범한,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 2013 개인전, 숲속갤러리, 청주

- 2014 다원예술그룹전, 넥스트아트갤러리, 청주

섬과 내륙의 풍경전, 제주도문예회관, 제주

충북인문자연진경전, 예술의전당, 청주

ASYAAF, 문화역서울 284, 서울

에코캠핑전, 예술의전당, 청주

- 2013 촉각미술전, 한국공예관, 청주

시인이 화가에게, 신동엽문학관, 부여

내앞에 서다, 세종문화회관, 서울

후기에스펙트 젊은작가 지원전-미래를 보다, 쉐마미술관, 청원

커뮤니티 아트, 숲속갤러리, 청주

지역 우수작가 특별展, 예술의전당, 청주

漸點漸, 신미술관, 청주

미술관은 내친구-그림이 떡, 신미술관, 청주

숨&숲, 예술의전당, 청주

접근방식,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 2012 시월이야기, 대청호미술관, 청원군

도시-기억의 아카이브, 무심갤러리, 청주

광화문 국제 아트 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서울

바이오 블리츠, 예술의전당, 청주

- 2011 ASYAAF-예술, 내 삶에 들어오다,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레지던시

- 2013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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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