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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12.25 18:04:30
  • 최종수정2014.12.25 18:04:37

김승환

충북대 교수

어느 날, 증평 좌구산 휴양림에서 류한우 단양군수와 박세복 영동군수가 만났다. 경륜이 녹록치 않은 류군수께서 화가 김홍도가 단양군수로 부임하여 단양을 그릴 때 단양칠경(端陽七景)이 부족하여 옥순봉을 제천에서 빌려왔다는 전설을 인용하면서 단양의 풍광을 자랑했다. 그러자 박세복 군수는 영동 물한리의 오월 정자에서 교교한 초승달을 보았다면 결코 단양이 영동보다 낫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호언을 했다.

이 쟁송을 바라보던 홍성렬 증평군수가 껄껄껄 웃으면서 '그러시면 한 번 술로 대결로 해 보시는 것이 어떠실까요·'라고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을 듣고 득의의 미소를 짓던 박세복 군수는 영동와인을 눈부시게 자랑하는 것이었다.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은 영동와인의 등장에 난감한 류한우 군수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 다음, '단양 대강의 소백산막걸리로 말할 것 같으면'으로 시작하는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류군수는 술이란 모름지기 역사와 애환에 절어야 전설이 되는 것이므로 이 세상에 단양 대강막걸리만큼 좋은 술은 없다고 강조했다.

듣고 있던 증평군수께서 흥겨운 표정으로 '그렇다면 두 술의 진가를 시험해보자'고 말했다. 두 군수께서 좋다고 하자, 홍성렬 군수는 충북의 11개 지자체 단체장을 배심원으로 하고 배심원단장으로 이시종 지사를 초청했음은 물론이다. 약속한 시간이 와서 모월모시 증평 좌구산 천문대의 붉은 노을이 서녘을 물들일 때 과연 충북의 자치단체장 열두 분이 모두 모였다. 전설과 같은 이 음주시회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실 이런 상상은 참으로 애절한 면이 없지 않다. 충북 남쪽의 영동과 충북 북쪽의 단양을 이끌고 있는 목민관(牧民官)으로 자기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 경제의 수도권 집중으로 피폐해진 지방이 살 길은 냉철한 자각과 현명한 노력이다. 그 노력이 경제, 산업, 주거 등은 물론이고 마침내 음주에 이르렀던 것이므로, 이 음주시회를 탓할 수는 없다. 이처럼 내부식민지화(Inner colony) 되어 가는 지방 자치단체가 기울이는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이시종 지사께서 배심원을 대표하여 이렇게 말했다. '서로 대결할 것이 아니고, 영동 와인과 단양 막거리를 섞어서 마시면 어떻겠소·' 한 번도 와인과 막걸리를 합환(合歡)하면서 마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좌중은 어리둥절했고, 과연 어떤 맛이 날 것인가에 호기심이 일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신중하고 지혜로운 이승훈 시장이 단양 막걸리와 영동와인을 과학적으로 배합했다고 하며, 과연 그 맛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천하일미였다고 전한다. 세계 최초의 와인과 막걸리의 만남 즉 리인주(Leein Liquor)가 백두대간(白頭大幹)의 금강한수에서 완성되는 순간이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상상인데 이런 전설이 한 지역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이론이 있다.

이에 관해서 필자는 충북학연구소에서 발간되는 '2014년 충북학'에 '충북-상상의 공동체'라는 글을 썼다. 그 내용은 이렇다. 영동의 K와 단양의 P는 서로 만난 적이 없지만 하나의 공동체라는 상상은 할 수 있다. 이 상상이 있기 때문에 마산의 B와 인천의 C가 충북인을 비난할 때 영동과 단양이 함께 방어하고 충북인을 칭찬할 때 함께 기뻐하는 것이다. 타자를 통해서 자기를 자각한다는 이 이론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 즉, 문화와 예술의 상상이다.

상상의 공동체를 정초한 베네딕트 앤더슨(B. Anderson, 1936 ~ )에 의하면 공동체의 일체감을 위해서는 역사적 사실(事實)보다 신화나 소설과 같은 상상의 허구가 더 적합하다. 가령 사투리라고 하는 충북지역어는 충북인들의 감성과 지혜를 하나로 만드는 가교다. 또한 문화와 언어는 상상의 공동체론의 핵심개념인 동시에 실제의 공동체에서도 필요한 문화적 동질성(Cultural homogeneity)의 토대다. 그러므로 충북인의 미적, 감성적 동질성을 위해서 필요한 개념은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 충북'이다. 그 공동체는 정치, 경제, 산업, 교육의 공동체만이 아니라 미학공동체(美學共同體)이며 감성공동체이자 운명공동체다.

2015년의 새해가 밝아오는 연말연시에 충북인들은 상상의 음주시회를 현실의 흥취로 옮겨서, '영동와인과 대강막걸리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운명공동체 충북을 상상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별히 이시종 지사께서는 충북인들의 희망과 신명을 위하여 두 분 군수님께 곡차(穀茶)를 청한 다음, 하늘에서 달을 빌리고, 대지에서 흥취를 얻어 충북인을 위한 잔치를 여시라. 그리고 영동와인과 단양막걸리 또는 각 시군의 술을 배합하여 운명공동체 충북의 미래를 설계하시라.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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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