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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7.04 17:48:3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승환

충북대 교수

만약 마르크스가 살아 돌아온다면, 오늘의 이 상황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상당히 민감한 질문이었다. 이것은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는 전형적인 질문이었으나 맹목적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던진 질문이 아니었기에 무게가 있었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은 인류의 역사, 인간의 존재, 생산방식과 분배방식, 계급갈등, 국가와 민족간의 갈등 등 수많은 내용을 함의하는 중요한 주제였다. 탁자 뒤의 의자에 앉아 있던 지젝은 곰곰이 생각한 다음 이렇게 답을 했다.

오늘날 세계는 스티브 잡스를 영웅으로 대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성공신화 이면에는 무자비한 착취와 노동의 고통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애플의 뒤를 받쳐주고 있는 중국 폭스콘 사장이 '동물을 관리하는 방법'을 동물원 관리자에게 배우는 것이 현실이다. 이어 마르크스의 시대와 현재는 다르기 때문에 직접 대입하거나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 다음, 자본주의 체제에 이상 징후가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냐는 우회적 질문으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그러자 사회자가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으므로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하여 3시간여의 지젝 특강이 끝났다. 2012년 6월 27일 수요일 저녁,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알프스 남쪽의 아름다운 나라 슬로베니아 출신 슬라보예 지젝(S. Zizek)은 '이 시대의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세기의 철학자 지젝의 한국방문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한국은 자본주의 우등생이고 제3세계에서 이른바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할 예정인 예외적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성장과 발전을 자랑스러워하는 한국인들에게 지젝은 '그것은 아니다', 나아가 '그것은 틀렸다'라고 고상한 어조로 지적했다. 그렇기에 그는 27일 강연 서두에 남대문시장에서 산 만원짜리 바지를 자랑했던 것이고 비즈니스석으로 모셔 왔다는 사회자의 농담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이다.

그날 지젝은, 지극히 말을 아꼈지만, 한국사회를 이성을 잃어버린 자본주의의 악동, 그러니까 자기 주체(主體)도 모른 채 거울 앞에서 황홀해 하는 미숙아로 보는 것 같았다. 그의 충고는 허위의식의 이데올로기를 냉철하게 인식하고 물신주의에 매인 인간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증명하듯 지젝은 6월 29일,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농성 천막을 방문했다. 그의 방문 자체가 세계적인 주목거리였거니와 단지 쌍용노동자들의 문제를 넘어서 인류사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기에 상징적인 사건이 된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해고자, 실업자, 경제적 하층계급, 빈민층을 포함하여 노동자에게 '여러분이 우리 희망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나 현재의 국민국가 체제를 즉시 전복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지젝은 정략적으로 결혼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이혼하고, 어색하게 동거하던 민족주의가 본색을 드러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체제가 도래하리라고 전망한다. 아울러 희망의 미래를 위해서 사람들은 까다로운 주체(ticklish subject)가 되어 자유와 민주가 허위의식임을 인식하자고 제안한다.

이날 강연의 결론은 한국사회의 반성이다. 지젝은 그런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은유적으로 강조한 것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 없는 현실과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한국사회를 통렬하게 질타했다. 이것을 지젝은 20:80의 불균형이 1:99로 악화되고 자본의 심장부 월스트리트에서 반역의 조짐이 포착되는 것에 비유한다. 이제 사람들은 이데올로기라는 허위의식(虛僞意識)에서 깨어, 참혹하고 황량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희망사회를 건설해야 할 때다. 지젝의 말처럼 한국인이 성장의 광기를 잠재우고 발전의 꿈에서 깨어 현실로 귀환하는 날, 비로소 한국은 사람 사는 사회가 될 것이다. 나아가 라캉의 주이상스(jouissance)가 폭발적으로 분출하고 헤겔의 총체성이 맨 얼굴을 드러내는 바로 그날, 한국 사회는 진정 사회 같은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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