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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2.05 15:47:2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승환

충북대교수

얼마전 이런 소란이 있었다. 대체 충북문화재단은 무엇을 하는 곳이냐? 예술가를 지원하고 창작을 진작(振作)시킬 일은 하지 않고 예산타령만 하고 있으며 예술가들의 희망조차 묵살하니 기가 막힌 노릇이 아닌가? 지금 충북문화재단의 문화정책은 대중과 서민 위주이고 순수와 기초예술을 외면하고 있으며 상황 판단도 못하고 있다. 이 비판은 충북문화재단이 개최한 충북문화예술발전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맨 앞자리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강형기 충북문화재단 대표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아마 강형기 대표의 심정은 이랬을 것이다. '맞다. 저것이 예술가들의 솔직한 비판이고 애정 어린 채찍이다. 얼마나 예술 활동이 힘들면 저런 말까지 할까? 그러나 어쩌겠는가. 재정도, 인력도, 조직도, 체제도 갖추지 못한 후발 문화재단의 아픔이 아니겠는가. 이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잘 들어 훌륭한 문화재단을 만드는데 초석이 되리라.'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기가 막히다. 저분들을 원망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왜 이 자리에 왔는지 후회막급이다. 야삼경 읽는 책과 신새벽 쓰는 글의 즐거움조차 뺏기고, 적막강산에 낙엽이 되어 이리저리 걸식이나 하고 다니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신세이므로 하루 속히 그만두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이 두 비극의 쌍곡선이 충북 문화예술계의 현실이자 진실이다. 그 즈음 언론에는 이런 기사가 나왔다. '강대표는 재단이 자체 사업비 한 푼 없이 기존의 문화예술 기금을 예술단체와 예술인들에게 나눠주는 현실을 택배회사에 비유했다. 재치 넘치는 표현이나 사정을 알고 보면 씁쓸하다. 아무런 권한과 역할 없이 기금 나눠주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자조적인 심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 강교수는 "문화재단이 창립한 지 이제 1년 됐다. 지난 1년 동안 사업비 좀 달라고 도의원과 지사에게 읍소한 게 내가 한 일이다. 정말 슬프고 힘들다"면서 "얼마전 사표까지 낸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비애의 심정마저 들고 비장미까지 느껴지는 이 말 속에 충북의 실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지난 해 10월, 충북예총 문상욱 회장, 충북민예총 이홍원 회장, 충북 문화원연합회 장현석 회장 등이 합의하고 충북문화예술포럼 이재희 대표운영위원이 지지하여 강형기 대표를 추대했다. 하지만 그 이후 예술단체와 예술가들은 강형기 대표에게 협력하고 협조하기보다 비판하고 비난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예술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이유가 있겠지만 강형기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서운하고 또 슬픈 일이었을 것이다. 이 근본적인 원인은 문화예술 경시에 있다. 역대 도지사들의 도정지표와 달리 문화예술은 언제나 후순위였고 항상 하위정책이었다. 2004년 충북민예총이 충청북도의 예산을 분석하여 문화예술예산이 1.6%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거니와 오히려 2010년 이후에는 1.2%로 축소되었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 사대강사업, 복지비용, 학교급식 등을 고려하더라도 문화예술예산은 최소 2%는 넘어야 한다.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강형기 대표의 고민은 해소될 수 없다. 장병학, 박종성 두 분의 도의원께서 수차에 걸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전국 16개 광역 중, 문화예술의 재정, 인력, 조직, 체제가 종합 14위라는 참담한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것은 크기만으로 측정한 것이 아니고 작아도 1등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산정한 통계수치이므로 분명히 문제가 있다. 또한 광역인 충북문화재단은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재단에 비해서도 규모가 작고 예산이나 인력도 부족하다. 그러나 이 작은 지역소국가 충북에서 서로 협력하고 조화하지 못한 채 우선 자신의 관점을 앞세우면 그릇은 깨지고 만다. 어렵게 만든 충북문화재단의 그릇마저 깨는 우를 범하면 어쩌겠는가! 이제 겨우 출발한 충북문화재단은 강형기 대표가 있었기에 그나마 이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앞으로 수년 동안은 강형기 대표의 기조와 정책과 방향에 따라서 전진해야 하고 또 그 결실을 보아야 한다.

출범 1년 동안 충북문화재단은 한정된 재원과 부족한 인력과 답답한 상황에서도 참 많은 일을 했다. 특히 전 충북도지사 관사인 충북문화관 공연 및 전시에서 보여준 참신한 기획능력 그리고 '아트플랫폼사업'을 추진하는 저력을 보면 강형기 대표는 돌을 금으로 만드는 문화예술의 연금술사다. 따라서 예술계나 문화계가 모두 비판할 것이 많고, 또 비난할 것도 많겠지만, 수년간은 충북문화재단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다. 마지막으로 충북 문화예술계의 한 사람으로 강형기 대표와 강성택, 권영주 두 분 행정책임자를 포함한 충북문화재단 직원 여러분들께 큰 박수를 보내고 또 깊은 감사를 드린다. 힘내라 충북문화재단, 잘했다 강형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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