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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2.26 16:22:2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유병택

시인, 충북문인협회장

정치적으로 다사다난 했던 2012' 임진년도 나흘 후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으로 한해가 정치화재(政治畵材)로 민생은 여야 모두가 뒤로 미루어 놓은 것 같다. 우리는 1등만을 위해 집착하다 보니 다른 분야는 소홀하고 모두가 싸움꾼이 돼 버리기 일쑤다. 얼마 전 중국 운남성 곤명대학의 한국학을 연구하는 교수로부터 "한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이다. 1986년부터 26년의 짧은 기간 동안 운남성의 7분의 1밖에 아니 되는 작은 나라에서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세계 육상, F1 자동차 경주 등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안 한 것이 없고 앞으로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까지 하면 인구·국토 대비 기네스북에 세계기록이 되겠다" 라고 칭찬인지 아닌지 하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다른 나라가 하면 우리도 해야 하고, 다른 나라가 안 하거나 못 해도 우리는 해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인 것 같다. 세계적인 박람회인 엑스포도 여수까지 두 번이고 우주선 나로호도 쏘아 올리려 하고 있다. 남극에도 기지를 만들고 세계 최고의 선박도 만든다. 자동차·전자제품은 물론 이제는 비행기(군용기)도 팔고 고속철도, 원자력발전소도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인구 4500만의 나라에서 국제 항공사가 둘이고 자동차 회사가 5개나 되는 나라는 없다. 공항이 15개, 신문사 100여 개, 방송국도 이렇게 많은 나라는 세계에 없다. 국제영화제, 국제예술제도 여럿이다. 지방자치단체들 마다 무엇 하나 '세계적'인 것을 만들겠다고 야단이다.

분단된 땅에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여㎞를 KTX로 2시간 반에 달려야 직성이 풀린다.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 수준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FTA를 맺거나 맹렬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국제회의도 G-20를 비롯하여 남에 질세라 각종 회의를 유치하는 데 혈안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쓰러지는 줄 알고 있는 나라다. 부단히 움직이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은 불안감이나 조바심에 떨고 있는 국민 같다. 여기에 했다 하면 1등을 해야 남들이 알아주는 공명심도 작용한다. 우리는 금메달은 알아주지만 은메달, 동메달은 알아주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은 자기가 잘하는 것에 치중한다. 우리나라 규모의 나라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은 특화된 산업에 치중한다. 이런 나라들이 기술이 없어서 자동차를 못 만들고 우주선을 쏘아 올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굳이 거기까지 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고 우주선은 강대국에 맡기고 자동차는 사서 쓰고 대신 다른 것을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뮌헨 시민들이 동계올림픽 유치 반대 시위는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숨 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우리는 여러 면에서 부작용을 겪게 된다. 한마디로 너무 투쟁적으로 변해버렸다. 그러잖아도 원래 우리의 바탕이 남북으로 분단되고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만인(萬人)과 만인이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는 우리를 '싸움꾼'으로 몰아갔다. 조금 양보하면 지는 것이고, 지면 퇴출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교육도, 오락·연예도 모두 '내가 너를 딛고 일어서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되는' 게임으로 변질됐다.

1등을 갈망하면서 평준화를 주장하고, 개발을 앞세우면서 환경을 거론한다. 복지를 요구하면서 증세(增稅)는 반대하고 외국산을 선호하면서 FTA는 반대한다. 자녀들은 미국에 유학 보내면서 반미(反美)를 외치고 다른 사람의 부정과 부조리에는 엄격하면서 자신의 비리는 변명한다. 그리고 싼 가격에 전기를 펑펑 쓰면서 원자력 발전을 비난하고 북한의 가난과 인권 유린에는 침묵하면서 우리 사회의 인권 상황을 규탄한다.

계사년 새해 2월 25일 제18대 박근혜의 새로운 정부가 막을 올린다. 이제 우리는 너무 투쟁적 삶과 만사 달리기를 잠시 뒤돌아보면서 우리가 서 있어도 넘어지지 않는다는 나라라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 규모에 맞고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여 삶의 행복을 누리는 지혜를 터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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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