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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택

시인, 충북문인협회장

며칠 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18대대통령선거 선거공보를 받았다. 두 사람은 꼭 대통령이 되어 위기의 대한민국을 5년간 잘 꾸려가겠다는 의지와 신념이 있어보였고 다섯 사람은 대통령후보 출마로 자기만족에 도취하려는 듯한 준비와 정성이 없어 보였다. 두 차례의 TV토론과 선거공보, 각 지역을 다니며 수많은 공약들은 뿌려 놓는 속내를 살펴보면 남의 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국민의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돈은 사용에 따라, 내 돈 남 위해 쓰면 기부이고 남의 돈 남을 위해 쓰면 공공행위이고 남의 돈 나 위해 쓰면 횡령·사기 등의 범죄 행위이다. 아무리 경제가 복잡해지고 기묘한 기법의 돈거래가 늘었다고 하지만 돈 쓰는 길은 단순하다. 내 돈과 남의 돈을 구별할 줄 알면 90점짜리 인간이 되며 돈 주인을 알고서 '누구를 위해 쓰느냐'까지 또렷이 분별한다면 만점짜리 인간이다.

초호화 관청 건물, 초대형 교회당, 법당을 짓고 그 돈의 주인과 사용처를 구별하지 못하는 부류가 우리 사회에 많아졌음을 본다. 공무원은 남의 돈, 즉 국민의 세금을 쓰는 직업인이다. 대통령이든, 도지사이든, 시장·군수이든, 두타산 방송중계탑 경비대든 자기 돈 쓰면서 자선 활동하는 직업은 아니다. 1992년 지방자치시대 이후 호화판 청사를 짓는 시장·구청장이 한결같이 '주민 편의를 위해'라고 둘러대면서 마치 자기 돈을 다른 사람을 위해 적선하는 것처럼 말한다. 이렇게 남의 돈 수천억 원을 펑펑 헛되게 쓰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정상이 아니다. 그런 부류일수록 욕심을 버리고 마치 자기 아닌 남, 즉 주민을 위한 듯 포장하는 재주가 있다. 인간은 신앙을 통해 위안과 평화를 얻고 조상을 섬겨 자손들의 긍지를 고양하지만 남의 돈을 쓴다는 점에서는 공무원과 종교인, 종중책임자 별반 다를 게 없다. 헌금을 하나님이나 부처님의 것으로 아무리 포장하더라도 원래 돈의 주인은 목사 돈, 스님 돈이 아니다. 교회 돈, 사찰 돈, 종중 돈을 함부로 꺼내 쓰면 회사 돈으로 몰래 샌프란시스코에 호화 저택을 구입한 어느 재벌 3세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공금횡령이다.

가장 이타적이어야 할 직업인이 이기적인 행동을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경제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세계경제선진국이 되었다 하더라도 곧 추락한다. 경제 성장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스페인의 몰락에서 종교 과잉이 국가 발전을 가로막았던 사례를 발견했다.

스페인 교회의 파워는 16~17세기 이교도(異敎徒)와의 전쟁을 피하지 않을 만큼 막강했다. 신앙의 이름으로 유태인을 대량 학살했고, 종교재판, 화형(火刑), 국외 추방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스페인에서는 명예와 경제력을 동시에 거머쥔 성직자야말로 젊은 엘리트가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었다. 국민세금 즉 남의 돈을 자기 위해 쓰는 직업을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사회는 경제성장이 될 수 없다. 유럽경제를 어렵게 하고 세계경제를 혼란하게 원인을제공하고 있는 스페인은 공무원, 공직자가 인구의 10분의 1이란다.

정치인은 물론, 공무원·성직자·시민운동가는 부(富)를 창출하는 직업이 아니다. 남이 벌어온 돈을 강제 징수하거나 헌납 받아쓰는 자리다. 온갖 궂은 일로 번 돈을 가지고 쉽게 빼내 쓰는 직업인이 큰소리치는 나라는 오래가지 못한다.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이 시장 개척, 신기술 개발에 몸을 던지지 않고 공무원 시험에나 골몰하는 사회가 부국이 된 것은 고금(古今)에도 없다. 영악한 두뇌로 다른 사람이 채워놓은 금고의 귀퉁이를 덥석 잘라 챙겨 먹는 기교만 발달할 뿐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돈을 쓰는 방식이 있다. 우선 내 돈을 남을 위해 쓰는 방식은 기부·헌금이나 증여이며 내 돈을 나를 위해 쓰는 선택은 투자나 저축, 소비를 말한다. 남의 돈을 남을 위해 쓰는 것은 금융 중계나 예산을 집행하는 공공행위이며 남의 돈을 나를 위해 쓰는 것은 횡령 사기 행위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선거공보에서나 곳곳에 뿌려 놓는 공약을 보면 5년 동안 남의 돈으로 복지, 교육, 공익사업 등을 위해 몇 백조 원 쓰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돈을 벌어들이는 과학자나 생산기술자를 어떻게 양성하겠다는 것이나 자원이 없는 나라의 수출 진흥에 대안은 찾아보지 못했다. 남의 돈을 쓰려면 남이 돈을 많이 벌게 지원하는 것이 최소의 원리가 아닌가 한다. 남의 돈을 내 돈 보다 더 귀중하게 쓰는 정치인, 공직자가 많을수록 나라는 부강하고 국민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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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