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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5.16 18:25:0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유병택

시인, 충북문인협회장

해방과 더불어 피지배 민족으로 피탈의 설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북한의 남침으로 낙동강까지, 유엔군의 참전으로 압록강까지, 중국군의 북한지원으로 후퇴를 하는 3년간의 전쟁과정은 한반도는 톱질 전투장으로 폐허의 잿더미였다. 해방과 6.25전쟁을 겪은 내 어린 시절은 참담한 수난과 가난의 연속이었다. 그 시절 우리는 우선 죽 한 그릇이라도 배불리 먹기만 하면 만족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 양이 문제였지 질은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콩나물죽이나 우거지죽, 아니면 고구마 밥이거나 무밥, 그 밖의 무엇이라도 좋았다. 삶은 고구마 한 개 옥수수 한 자루 하나도 배만 부르면 그만이었다. 어떤 과일이든 껍질째 먹을 수 있었고, 목이 마르면 아무 우물물이고 퍼 마셔도 좋았다. 흐르는 시냇물을 들이켜도 그만 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린 어떤가? 영양가가 좋네, 나쁘네를 따지는가 하면, 성인병에 안 좋다느니, 무공해 식품이 어떻다느니, 광우병을 들척이면서 근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과일 껍질이나 야채에 농약 성분이 남아 있다느니 하며 하루도 불안이 잠잠한 날이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마음이 편하거나 행복할 리가 없다. 입는 것도 마찬 가지였다. 가짓수나 형식, 천의 질이나 종류는 묻지 않았다. 누덕누덕 기운 옷이라도 좋았다. 여름은 여름대로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삼베 잠방이 한 두 벌이면 그만이었고 겨울에는 겨울대로 춥지 않게 입을 수 있는 무명 옷 한두 벌이면 그것으로 흡족했다. 광목옷이 있었으나 그것은 거의 사치에 가까웠다. 순면, 속옷 따위는 아예 없었고 봄옷, 가을 옷은 있을 수도 없었다. 여름에는 양말을 생각하지 못했고 겨울에는 기껏해야 두서너 켤레, 신발은 검정 고무신 한 켤레가 전부였다. 하루하루 무슨 옷을 입을 것인가? 어떤 신을 신을 것인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마음을 졸여야 할 일이 아무데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의 사정은 어떤가? 철마다 옷의 종류도 많고, 그 질이나 형식 또한 가지가지로 많다. 와이셔츠는 그래도 여남은 벌이면 되는데 넥타이만은 십여 개가 넘기 일쑤다. 오늘은 그 중 어느 것을 골라 써야 할지 망설일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나는 선택의 번거로움에 시달리면서 정신적 시간 낭비를 되풀이 한다. 그러고 보면 선택의 번거로움을 겪을 필요가 전혀 없었던 어린 시절의 가난이 지금보다 오히려 훨씬 행복하게 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지난 시절의 추억이 아름답기 때문만이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오늘날 우리는 분명히 잘 먹고 잘 입으며 지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더욱 행복해졌을 법한데, 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1992년 테레사 수녀가 한국을 찾았을 때 어느 기자가 물었다. "인도에는 가난해서 밥을 굶는 사람이 많지만, 한국에는 밥을 굶는 사람이 없다. 자선사업은 인도에서 더욱더 필요할 텐데 한국에까지 그 사업을 하러 올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테레사 수녀는 대답했다. "인도에는 밥을 굶는 사람은 많지만 불행한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한국에는 배불리 먹으면서도 불행한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려고 합니다." 가난이 꼭 불행으로 통하는 것은 아니며, 풍요가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님을 깨우쳐 주는 한마디가 아닐 수 없다.

물질이라는 면에서만 보자면 요즘처럼 인류가 행복하던 때도 지구상에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도리어 그 반대쪽의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우리가 어렸을 때 가난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던 것은 결국 지나친 욕심 없이 자기 처지를 받아들이는 순수한 마음의 자세로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 것에 만족한 사람이다.'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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