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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5.29 15:20:20
  • 최종수정2025.05.29 15:20:20

김현정

문학평론가·세명대 교수

지난 주말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하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의 그림을 관람하러 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반 고흐(1853-1890)의 그림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티켓을 끊고 제1전시실에 전시된 그림부터 천천히 구경하기 시작했다.

제1전시실에는 네덜란드 시기에 그린 작품인 <여인의 두상>, <파이프를 문 남자의 두상>, <삽질하는 사람>, <직기와 직조공>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어두운 배경에 무표정한 모습이 주를 이루었다. 제2전시실에는 <바느질하는 여인>,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당시 바느질을 하는 여인들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제3전시실에 전시된 그림 중 눈길을 끈 것은 <장작 자르는 사람들>과 <감자를 먹는 사람들>, <씨뿌리는 사람들>, <양동이를 든 여인> 등이었다. 당시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화폭에 담아내려는 고흐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초기 고흐에게 영감을 준 렘브란트나 프란스 할스의 음영이 뚜렷한 기법과 밀레의 화풍인 자연 속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전시실에는 파리에서 그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빛과 색채의 발견의 시기에 그려진 그림들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몽마르트 언덕>, <갈레트의 풍차>, <자화상> 등에서 당시 회화 양식의 주류인 신인상주의의 영향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담쟁이 넝쿨이 있는 나무>, <착한 사마리아인>(들라크루아 원작), <슬픔에 잠긴 노인> 등에서는 고흐의 강렬한 붓 터치를 통해 응어리진 현실의 고통의 모습을, 위대한 자연을 발견하려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고흐의 그림을 보며 문득 고흐의 삶과 예술세계를 좋아했던 박용래 시인(1925-1980)이 떠올랐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박용래는 다른 시인과는 달리 오로지 '시'를 위해 살다 간 시인이었다. 군자의 길처럼 시인의 길을 걸어간 것이다. 그런 시인에게 가난한 삶 속에서도, 자연의 위대함과 고통스러운 현실을 화폭에 아름답게 담아내며 예술혼을 불살랐던, 짧은 생으로 마감한 반 고흐가 연민의 모습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반 고흐에 관한 시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능금이/ 떨어지는/ 당신의 노을/ 눈 아리는/ 기류(氣流)로/ 지친/ 모가지/ 벗은/ 가슴으로/ 지닌/ 한 자루/ 비수(匕首)/ 옥수수밭/ 까마귀떼/ 날며/ 울어라/ 몇줄기/ 허망(虛妄)/ 꽃불로/ 지다"(「고흐」)라고 말이다. 1970년 6월에 『현대문학』에 발표된 이 작품은 고흐에 대한 헌시라 할 수 있다. 시인은 고흐를 '능금(사과)'이 떨어지는 모습과 눈이 아리는 기류에 지친 모습으로 그리기도 하고, '벗은/ 가슴으로' 지니고 있는 비수의 모습과 까마귀떼 나는 우는 허망한 모습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시인은 절망적이고, 지치고, 아프고, 허무한 모습으로 살다간 고흐를 연민의 시선으로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꽃불로/ 지다"라고 하여 가난하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처럼 예술적 혼을 불살랐던, 고흐의 예술적 삶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봄이 가기 전, 가장 화가다운 삶을 살다 간 고흐와 가장 시인다운 삶을 살다 간 박용래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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