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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문학평론가·세명대 교수

며칠 전 해가 넘어갈 무렵, 저녁식사를 하러 학술관 주차장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발걸음을 멈추게 한, 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노부부가 다정스럽게 손을 잡고 학술관을 지나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는 방향으로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이었다. 단아하고 꾸밈이 없는, 소탈한 모습으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사뿐사뿐 걸어가는 노부부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 뒷모습에서 잣맛같은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감동의 여운을 주는 '뒷모습'은 누구나 소망하는 일일 것이다.

상상계에서 상징계로 넘어온 우리는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욕망보다는 사회적 욕망에 충실하며 인생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규율과 질서에 맞는, 다른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 모습은 다름 아닌 '앞모습'이다. 앞모습은 그 사람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다. 반면, 앞모습과 대비되는 '뒷모습'이 있다. 뒷모습은 앞모습과는 달리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자신은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만 보이기 때문이다. 뒷모습은 앞모습처럼 어떤 규율과 질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남들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따라서 뒷모습은 '뒤쪽에서 본 몸매나 모양'이라는 의미를 지닌 '뒤태'하고는 차원을 달리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공들인 '뒤태'와는 다른 것이다.

'뒷모습'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등'이다. 등은 앞모습을 유지하는 데 필수요소이지만, 좀처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 대상이다. 이러한 '등'에 대해 노래한 시인이 있다.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주지 못하는/ 우주처럼 넓은 내 몸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보지 못하는/ 내가 살고 있다

- '등' 전문

서안나 시인의 '등'이라는 시이다. 시인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등'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가려워도 시원하게 긁지 못하는 곳, 내 손이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인 등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하고,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하는,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세상을 보는, 자신을 반추하고 있는 것이다. 내 배후에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보지 못하는/ 내"가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손택수 시인은 자신의 등이 아닌 아버지의 등을 보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있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 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 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 번은 입속에 준비해둔 다섯 살 대신/ 일곱 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잔뜩 성이 나서 물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 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 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 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 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 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 '아버지의 등을 밀며' 전문

유년시절 목욕탕에서 보고 싶었던 아버지의 등을, 쓰러진 다음에야 보게 되는 시인의 안타까운 심정이 잘 투영되어 있다. 시인은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 자국"이 선명한 아버지의 등에서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본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뒷모습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앞모습만이 아닌 이면에 존재하는 그의 뒷모습을 맑은 눈으로 볼 수 있는 혜안을 갖출 때 볼 수 있는 것이다. 남의 뒷모습을 볼 수 있는 혜안과 더불어 남의 눈에 띌 수 있도록 다른 사람에게 귀감(龜鑑)이 되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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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