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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8.22 14:11:35
  • 최종수정2024.08.22 14:11:35

김현정

문학평론가·세명대 교수

2년 전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이다. 모두 코로나로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연구실 문 앞에 나태주의 시 <행복>을 붙여 놓았다. <행복>은 그의 대표시 <풀꽃>과 더불어 학생들이 좋아하는 시로, 행복이 아주 거창하고, 아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소박하고, 우리의 삶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행복'을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저녁에 돌아갈 집이 있고,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고,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는 것을 '행복'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찾던 행복을, 아주 가까이에서 소박하게 느끼게 해준 것이다. '지금 여기'의 힘든 시기에 너무 거창한 데서 행복을 찾으려는, 지친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건네려는 시인의 바람이 잘 담겨 있다.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커다란 행복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나태주의 시 <행복>을 붙여 놓은 지 얼마 안 되어 새로운 일이 하나 생겼다. 강의를 마치고 연구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행복> 옆에 또 한 편의 시를 나란히 부착해 놓은 것이다. 예쁜 육필로 쓴 <동행>이라는 시를 '안심온도 체크완료'라는 글자가 인쇄된, 동전 크기 만한 빨간 스티커로 붙여 놓은 것이다.(코로나가 유행하던 당시 건물 출입문에서 발열 체크를 하여 열이 없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준 스티커이다.) <동행>이라는 시 외에 아무 것도 없어 누가 붙여 놓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다양하게 수소문해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짐작이 가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연구실이 있는 학술관 4층에는 경찰학과 사무실과 교수연구실, 강의실 등이 배치되어 있다. 당시 4층 강의실에서는 종종 '일반경비원 신임 교육'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교육생들은 대부분 연세가 있는 분들이었다. 다른 곳에서 퇴직하고 경비원 일을 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교육이 끝난 후 쉬는 시간에 어떤 이들은 교수님들의 연구실이 있는 복도 등을 다니며 둘러보기도 하였다. 내 연구실 앞에서 어떤 두 분이 서서 무언가 얘기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아마도 연구실 문에 붙여 놓은 <행복>이라는 시를 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생각된다. 이후 그 중 시에 관심 있는 한 사람이 자작시 <동행>이라는 시를 붙여 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 <행복>을 보고 <동행>이라는 시도 함께 감상해보라고 붙여 놓은 것일 게다.

시 <동행>을 보기로 한다. "갓 젖 뗀 송아지/ 코뚜레 꿰어/ 뒷걸음질 치며/ 팔려 가던 날// 젖은 눈으로/ 어미소/ 초승달 쳐다보며/ 울음 삼킬 때마다// 문간방/ 홀아비 머슴은/ 장죽에 불 붙이며/ 헛기침을 했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3연으로 된 아주 정갈한 시이다. 코뚜레 꿰어 팔려 나가는 송아지를 젖은 눈으로 울음 삼키며 떠나보내야만 하는 어미소의 슬픔을 장죽에 불붙이며 '헛기침'하는 문간방에 사는 홀아비의 안타까운 심정과 동일화하여 드러내고 있다. 시에 관심이 많은, 습작을 오래한 흔적이 보이는 시이다. 혹시 이 시가 기성 시인의 시가 아닌가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출처가 나오지 않았다. <저녁눈>으로 널리 알려진, 박용래의 시풍같은 이 시를 누가 붙여 놓았는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더 이상 <동행>을 붙여 놓은 사람이 누구인지가 궁금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나태주의 시 <행복>을 통해 시작된 자그마한 '행복'이 <동행>이라는 시를 통해 배가(倍加)된 점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연구실을 찾는 이들이 두 편의 시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의 기회를 제공준 것에 고마울 따름이다.

누군가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일처럼 소중한 일이 또 있을까. 그 행복이 <동행>이라는 시를 붙여 놓은 사람의 따뜻한 마음처럼 은은하게 다가온다면, 그 행복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 우리가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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