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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

충주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익숙한 것들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나는 익숙하게 누리면서도 소중함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있었다.

지난달 코로나19 오미크론이 극성을 부리던 어느 날 아내가 목이 따끔거린다고 해서 코로나 자가키트로 검사해 보니 선명한 두줄이 나타나는 양성이었다.

먼저 아내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장실이 딸린 방에 격리시키고, 다음날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고 확진자 통보를 받아 자가 격리치료를 시작했는데 아내는 경증으로 약간의 미열과 목 아픔이 있었지만 다른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동거인도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나도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자가 격리치료 기간중에는 최소한의 행동으로 주변에 전염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나 또한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내는 격리된 방에서 전혀 나오지 않았고 집에는 아내와 둘 뿐이어서 매 식사도 당연히 내가 준비를 해야 했다.

아내가 없을 때 혼자 식사를 해결한 적은 있지만, 그때는 주로 밖에서 해결하거나 라면 등으로 간단히 해결한 것이 전부였다.

우리가 사는 곳은 시골 동네라 음식배달도 어렵고, 혼자라면 나가서 사 먹고 들어오겠지만 격리된 아내의 식사까지 챙겨야 하기에 직접 준비하기로 하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각종 요리 레시피를 보며 된장찌개 그리고 비빔국수, 미역국도 끓여보고, 김칫국도 끓여보는데 연실 "고추 어디 있어? 마늘 어디 있어? 간장은 어떤 거야?" 하면서 큰 소리로 물어물어 한끼 씩 해결해 보지만 맛은 고사하고, 뭔 끼니는 이렇게 자주 돌아오는지 환장할 노릇이었다.

방문을 사이에 두고 끼니 걱정을 하는 나에게 아내는 "거봐 내 고마움 이제 알겠지?"라고 하면서 "우리 빵이나 사다 먹을까?" 한다. 한끼 해결할 요량으로 한걸음에 제과점으로 달려가 여러 종류의 빵 한 보따리 사다 놓고 먹는데 빵으론 연속해서 끼니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아내에게 뭐 먹고 싶은 거 있냐고 물어보니 먹고 싶다기보다 내가 안쓰러웠는지 시내 식당에 가서 음식을 포장해 오라고 한다. "그러면 되겠네!" 하며 식당 음식을 포장해서 사다 먹기도 했다.

요즘 부부들은 경제활동도 같이 하면서 집안일도 함께하는 세대지만 우리 세대의 아내들은 대부분 집안에서 살림하는 안사람으로 통하는 세대였기 때문에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익숙한 편리함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경험이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힘든 것도 있었지만 누리기만 했던 아내의 익숙한 손길의 소중함을 느끼고 아내의 존재에 다시금 고마움을 느끼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아내는 다행히 큰 고비 없이 일주일간의 자가 격리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일주일이 내게는 소중한 것을 일깨워 주기도 했지만 참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내는 대접 잘 받았다며 웃으며 이런 격리라면 또 하고 싶다고 하는데, 남편이 차려다 준 밥상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나 보다. 그냥 웃어넘겨 보지만 차라리 나도 함께 걸려서 같이 격리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살짝 해봤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익숙하게 누리고 있는 편안함도 한번쯤 되돌아보며 이 편안함이 어디에서 왔는지 의심하고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일도 앞으론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익숙함을 유지하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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