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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는 사람들 - 청주육거리시장 노점상

푸성귀 이파리 한 장 동전 한 닢에도 짙게 스민 인생의 희로애락
111년 역사 지닌 전통시장… 새벽 4시부터 좌판 깔려
시내버스 운행 시작되면 인도 걸터앉은 상인 위험천만
무더위에 작물은 금세 시들어
"경기 안 좋아 찾는 사람 없어… 하루에 2천원밖에 못 팔 때도"

  • 웹출고시간2017.07.12 20:50:47
  • 최종수정2017.07.12 20:50:47

편집자

동이 터 오를 무렵. 누군가는 단잠을 청하는 시간, 또 누군가는 하루를 바삐 시작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저마다 새벽을 마주하는 모양새는 다르다. 그러나 새벽은 하루 중 가장 역동적인 시간이다. 떠오르는 해와 장사를 준비하는 시장 상인들, 출근길을 재촉하는 시민들에게 쾌적함을 선사하는 환경미화원까지. 어둠의 끝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수많은 사람이 새벽을 깨우고 있다. 이에 본보는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의 세상을 집중 조명한다.

청주육거리종합시장에서 고령의 할머니들이 좌판위에 오이, 감자, 애호박 등을 올려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청주지역의 시장은 예로부터 활발하기로 유명했다. 위치상 남부지역과 중북부지역을 잇는 길목에 있어 수많은 상인이 청주를 거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청주육거리종합시장은 지난 1906년 현재의 자리에 터를 잡아 111년의 역사를 지닌 대규모 전통시장이다. 전국적으로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규모다.

100여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킨 시장 안에는 서민들의 애환과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11일 새벽 4시께 청주시 상당구 청주육거리종합시장. 시장은 이른 새벽부터 장사 준비를 하는 노점상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언뜻 봐도 고령의 할머니들이 챙겨온 보따리에서 저마다 다른 작물들을 인도 위에 깔아놓기 시작했다. 오이·상추·고사리·미나리·애호박 등 종류도 다양했다. 직접 기른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알아서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스티로폼 등 깔판에 앉는 본새가 자연스러웠다.

좌판을 깔던 한 할머니는 "노점을 하는 노인들만의 규칙이 있어. 목이 좋은 곳은 2천 원, 그 외 자리는 1천 원의 자릿세를 내고 모인 돈은 화장실 사용료 등으로 써"라고 설명했다.

길 위에 앉아 장사하는 이들에게 꽤 거리가 먼 공용화장실까지 갈 시간은 사치인 듯 보였다. 노점상들은 자릿세 명목으로 돈을 모은 뒤 인근 상가 화장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다.

임대료를 주고 남은 돈으로는 청소부를 고용해 화장실 청소도 도맡고 있었다. 인근 상인들과 공생하기 위한 이들만의 '생존법'이었다.

오전 6시께가 되자 인도는 손님을 기다리는 노인들로 가득했다. 인도 밖에 앉아 장사를 하는 노인도 있었다.

청주 시내버스가 운행을 시작한 탓에 아찔한 장면이 계속해서 연출됐다.

인도 밖에 앉은 한 노인은 "인도쪽 자리는 예전부터 장사했던 사람들이 다 차지했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밀려날 수밖에 없는 거지"라고 말했다.

해가 고개를 내민 오전 7시께가 되자 날씨는 벌써부터 후텁지근했다.

노점상에 앉아있는 노인들 표정에서는 초조함이 느껴졌다. 낮은 자리에 앉아 행인들의 얼굴을 올려다보는 눈빛들이 애달팠다.

곳곳에서는 작물에 그늘이 지도록 양산을 세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더운 날씨 탓에 행여 작물들이 시들진 않을까해서다.

오전에 팔지 못한 작물들은 시들 가능성이 높아 팔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손님들이 귀신 같이 시든 작물을 구별하기 때문이다.

이들 사이에서 마늘을 팔고 있는 정모(여·77)씨의 얼굴에서도 조급함이 묻어났다. 직접 텃밭에서 공들여 키운 알이 굵은 마늘은 팔리지 않았다.

무심히 지나치는 행인들을 얼마나 불렀을까. 자주 정모씨를 찾던 단골손님이 나타났다. 흥정을 할 것도 없었다.

비록 제값보다 못한 가격에 마늘 3접을 넘기기는 했지만 만족했다. 마늘 3접 팔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정씨는 "이렇게 번 돈으로 아들을 키웠어. 요새는 경기가 안 좋다보니 시장을 찾는 사람도 없어서 제값도 못받는 경우가 허다해. 하루에 2천 원밖에 못 팔 때도 많아. 그래도 어떡해. 한 평생 여기서 장사만 했는데…."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주로 청주육거리종합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이모(여·75)씨는 "정이 있어요. 동전 한 닢에도 간절함이 묻어 있어요. 그래서 살아있는 곳이라고 느껴요"라고 했다.

서민들의 애환을 간직한 전통시장. 새벽을 깨우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100여 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킬 수 있던 것은 아닐까.

/ 정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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