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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는 사람들 - ⑤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

"시장 상인들의 애환 고스란히 간직한 삶의 터전"
개장 29년째… 역사 함께한 상인 많아
경매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시끌벅적'
오는 2024년까지 옥산면으로 이전 계획

  • 웹출고시간2017.08.13 18:51:34
  • 최종수정2017.08.13 18:51:34

12일 새벽 5시께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

ⓒ 정종현기자
[충북일보]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2210번지는 우리가 사는 곳 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채소와 과일, 그리고 수산물들로 싱싱함과 활력이 넘치는 곳이 있다.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이다.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은 1988년 11월 10일 개장해 지난 29년 간 경매사, 중도매상인, 하역꾼들과 함께 새벽을 깨어왔다. 320여명의 유통종사자들은 매일 이곳에서 숨가쁜 새벽을 보내고 있다.

지난 12일 새벽 3시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 야채경매장에는 강원도에서 온 고랭지 배추부터 눈으로 보기에도 싱싱한 양배추·토마토·무 등 각종 야채로 가득했다.

물건을 구입하는 중도매상인들은 물건들을 들어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툭툭 쳐가며 좋은 상품을 점찍고 있었다.

30분이 지나자 한 남성이 이동식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김승수(52) 경매사다.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그의 경매 시작 멘트와 함께 상품명이 호명되자 품명·생산자·중량·등급·낙찰가 등이 단상 위 화면에 나타났다.

좋은 물건을 고르기 위한 30여 명의 중도매상인들은 4만4천88㎡ 부지에 세워진 2만302㎡의 거대한 건물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입찰기를 손에 들고 경매사와 상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0.01초 차이로 원하는 물건을 놓칠 수 있는 탓이다. 지난 2002년 농수산물시장에 도입된 전자경매시스템은 누가 먼저 입찰했는지 0.01초 차이로 구별해 찰나의 순간 점찍은 상품을 놓칠 수 있다.

일부 중도매상인들은 "예전 수지식(手指式·손가락을 이용하여 경매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매를 할 때는 눈치 싸움이 치열했는데 이제는 속도전"이라고 말했다.

시곗바늘이 새벽 5시30분을 가리키자 건너편 과일경매장에서도 경매사의 추임새가 들려왔다. 김 경매사와는 다르게 목소리를 끌며 추임새를 내는 경력 25년차 박현규(48) 경매사다.

경매사들은 "새벽에 일어나 일하는 것에 적응을 못했다"며 "시간이 지나고 20년이 넘자 이제는 새벽이 삶의 일부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5시 30분께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 과일경매장에서 경력 20년 차 이세종(46) 경매사가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 정종현기자
동이 트고 오전 7시가 되자 농수산물도매시장은 활기를 더해갔다.

경매 물품을 정리하는 중도매상인들 사이에 2대째 시장에서 청과물상회를 운영하는 민모(50)씨도 있었다.

민씨는 지난 1988년 청주농수산물시장이 개장하자 40년 동안 과일 장사를 한 아버지와 함께 시장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5년 뒤 아버지가 은퇴하자 민씨 혼자 상회를 운영하게 됐다. 그로부터 25년이 흘렀다. 민씨는 여전히 시장과 새벽을 열고 있었다. 농수산물시장과 역사를 같이한 셈이다.

민씨는 "아버지가 과일 장사를 시킬 때는 도망치고 싶었다. 쑥쓰러움도 많아서 과일 장사에는 소질이 없었다. 중도매상인들끼리 경매 때문에 새벽부터 얼굴을 붉힐 때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힘들던 과일 장사가 지금은 일상이 됐다. 복권에 당첨이 돼 일확천금을 받아도 시장에 나와 장사를 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년퇴직을 한 뒤 2년 전부터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환경미화원을 하고 있는 최모(60)씨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매일 같이 새벽에 나와 시장에서 나온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생각보다 고되다. 하지만 이 일 자체가 밉지만은 않다"며 "내가 먹고 사는 삶의 터전이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29년간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을 지킨 청주농수산물시장은 '2025년 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시장 상인 등 서민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청주농수산물시장은 1천86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4년까지 흥덕구 옥산면 오산리에 연면적 5만370㎡ 규모, 지하 1층~지상2층 건물 3개 동, 5층 규모의 관리동 등으로 신축될 예정이다.

농수산물시장에서 새벽을 깨우는 상인들은 "이곳은 집 같은 곳이기에 이전한다고 하니 괜히 이사를 가는 기분이다. 새 집에 가서도 새벽을 깨우는 서민들의 목소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종현기자 jhpostpo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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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