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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는 사람들 - ③서청주우체국 우편집배원

오늘도 행복 배달
우편 배달 중 사고 잦아
화재 현장 달려가 진압 하기도
고된 업무지만 웃으며 일해

  • 웹출고시간2017.07.30 19:53:19
  • 최종수정2017.07.30 20:04:57

서청주우체국 소속 권혁성 집배원이 우편배달을 나서기 전에 환하게 웃고 있다.

ⓒ 정종현기자
[충북일보] "손님들이 "우리아저씨 왔다! 우리 아저씨"라고 불러주실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청주시 흥덕구에 위치한 서청주우체국에 들어온 대형화물트럭에서 우편물이 쏟아졌다.

오전 7시 서청주우체국 2층 우편분류실. 23년 차 집배원 권혁성(44)씨가 우편물 배달 준비에 들어갔다.

그가 맡은 구역은 모충동으로 이날 배달할 등기우편만 2천여 통에 달했다.

모충동은 좁은 골목길에 언덕이 심해 베테랑 권씨에게도 쉽지 않은 구역이었다.

"모충동에 가파른 언덕 하나가 있어요. 유독 우편물이 많은 날이었어요. 언덕을 올라가려는데 우편물이 무거워서 오토바이 앞바퀴가 들렸어요. 순간 당황해 넘어졌죠. 쏟아진 우편물을 다시 싣고 올라가려는데 앞바퀴가 또 들리는 거예요.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해요."

권씨는 손에 들린 우편물들을 쉴 새 없이 분류했다.

세세하게 나뉜 주택 구역별 칸에 봉투들이 쏙쏙 빨려 들어갔다.

서청주우체국 소속 권혁성 집배원이 우편배달을 나서기 전에 환하게 웃고 있다.

ⓒ 정종현기자
맞은편에서도 왠 아저씨가 엄지손가락에 골무를 낀 채 우편물의 주소를 꼼꼼히 확인해 가며 분류하고 있었다.

영락없는 신참의 모습이었다.

아저씨가 늦게 들어와 고생이다 싶어 다가갔더니 집배원 생활 7년 차 최인환(47)씨였다.

그는 현암동 담당 집배원이었다.

"현암동을 맡게 된 지 9개월밖에 안돼요. 구주소와 현주소가 혼용되다 보니까 구역이 바뀌면 우편물 분류가 느려요"라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최씨는 평소에도 투철한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근무해 서청주우체국 집배원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자자했다.

그럴만했다.

그는 지난 4월 17일 현암동에 우편배달을 나갔다가 주택에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오토바이 핸들을 돌려 달려갔다.

최씨는 "수도에 연결된 호수로 불이 난 창고에 물을 뿌려댔죠. 그때 택시기사님도 계셨는데 둘이 정신없이 불을 끄느라 혼났어요"라며 웃었다.

오전 8시. 5살짜리 아이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노란 바구니가 집배원들 앞에 하나씩 놓여졌다.

권혁성 집배원도 노란바구니에 끈으로 묶어 분류한 우편물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빨간 우체국 오토바이에 싣기 전 마지막 작업이었다.

"가끔 우편물 중에 라디오에서 보낸 경품이나, 공공단체 임용등기를 배달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와 대단한데요! 이거 당첨되기 힘들지 않아요·" "축하드려요!" 이런 한 마디씩 해드리면서 드려요"

그려면서 권씨는 특별한 손님에 대해 이야기 했다.

2000년 초 권씨는 우편배달을 하던 중 한 할머니에게서 생밤을 하나 얻어먹었다.

권씨가 아들 같았던 할머니는 그날부터 생밤을 하나씩을 준비해 권씨를 기다렸다.

권씨는 "제 담당 구역이 바뀌면서 할머니를 1년간 찾아뵙지 못했어요. 그렇게 1년이 흐른 뒤 어느 날 생밤이 먹고 싶어 할머님 댁으로 무작정 달려갔어요. 갔더니 할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권씨는 "그때 할머님의 생밤이 입에 들어오면 그렇게 행복했어요. 그때 나도 누군가에게 행복을 배달했으면 좋겠다고 꿈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편물을 드릴 때 손님이 최대한 행복할 수 있게 축하 인사를 했던 것 같아요."라며 밝게 웃었다.

권혁성 집배원은 오늘 1천여 가구를 만나야 한다.

45여㎞를 20~30초마다 오토바이에서 내렸다가 다시 타고 가야하는 고된 길이었다.

하지만 권혁성 집배원은 오늘도 행복을 배달하기 위해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 정종현기자 jhpostpo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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