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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사람들 - '만물상' 이의진 민속시장상인회장

군 제대후 숙모 조언으로 장돌뱅이의 삶 선택
옷·과일·채소 장사 거쳐 현재 생활용품 판매
재래시장 쇠락으로 상인회 회원 감소 아쉬워

  • 웹출고시간2016.02.11 18:40:28
  • 최종수정2016.02.11 19:59:08
[충북일보=증평] 지금의 증평장뜰시장에 5일장이 선 것은 1970년대 중반으로 현 시장 옆 블록(괴산증평축협. 메디팜약국 골목)에서 옮겨온 5일장으로 닷새마다 100여명의 장꾼과 손님들로 북적였다.

증평장은 '임원십육지'(1830년)와 '증보문헌비고'(1908년)에 의하면, 본래 '반탄장(潘灘場)'이란 이름으로 조선시대 증평읍 연탄4리 반여울(반탄)에 섰던 것이, 1920년대 중반 당시 신청안역으로 불린 증평역(현 증평군청 자리)이 들어서면서 역 근처로 5일장이 이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지지자료'(1919년)를 살펴보면, 100여년 전 증평 5일장은 쌀, 소(生牛), 보리, 어류, 소금 등이 주요 거래품목이라고 적고 있다.

지난 6일 기대감을 잔뜩 갖고 증평장뜰시장을 찾았다.
그러나 '설'을 이틀 앞 둔 증평장뜰시장은 '설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실감될 정도로 일견에도 종전의 장터 풍경과 별다른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40여년째 장터에서 좌판을 폈다는 장꾼 이 모씨는 "7~8년 전만해도 골라! 골라! 무조건 천원 !골라!골라!를 외치고 좌판 앞에는 손님들로 북적여 손님이나 물건을 파는 장꾼이나 흥에 겨워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하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한쪽에는 좌판도 없이 모두 합쳐 몇 만원치도 안 돼 보이는 몇 가지 채소를 길바닥에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무심한 표정의 할머니의 모습에서 삶의 애환이 느껴진다.

한편, 시장 입구 포장마차에서는 삼삼오오 짝을 이룬 할아버지들서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실 웃으시며 대담을 나누고 있다. 장날이면 친구들이 모여 막걸리 한잔을 기울인다는 양씨 할아버지는 벌써 취기가 도는 모습이다.

각종 약재를 파는 좌판 주인은 이 순간만큼은 의사가 돼 보지만 손님이 찾질 않아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다.

그나마 시장 중간 중간에 자리 잡은 생선 좌판만이 동태 전을 차례 상에 올리기 위해 모인 손님들로 한가함을 잊고 있었다.

장꾼들에게 설 대목은 1년 중 가장 기대하는 장이다. 특히 오늘같이 이틀 후가 구정이면 제수용품을 구입하러 장에 나왔다가 모처럼 찾아온 가족 친지들과 함께 먹을 간식거리와 제수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나온 아주머니들로 북적거려야 하지만, 오늘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장꾼들의 일성이다.
예전 5일 장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장작불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좌판 한 구석에는 가스나 기름을 이용하는 버너가 장작불을 대신 장꾼들의 몸을 녹여주고 있다.

2014년부터 5일장에서 좌판을 펴는 장꾼들의 모임인 민속시장상인회를 이끌고 있는 이의진(60)회장을 만나 그의 삶의 궤적과 장뜰시장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괴산군 청안면 조천리가 고향인 이 회장이 장에 나선 것이 28세였으니, 벌써 증평, 음성, 괴산, 진천5일장을 돈 것이 올해로 32년째다.

당시 군 제대 후 소농으로 어렵게 살던 이 회장은 의류업계에 종사하던 숙모의 조언으로 농사를 접고 1984년 증평 장에 처음 아동복을 들고 장돌뱅이의 길로 들어섰다.

이 회장은 지금도 손님을 부를 용기가 없어 쭈뼛쭈뼛하며 좌판만 쳐다보고 있을 때, 이거 얼마에요 하고 묻는 할머니의 물음에 당황해 더듬거리며 빨간 스웨터를 팔아 첫 수입으로 3천500원을 받아 전대에 넣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내 차가 없어 장차(장꾼들의 물품을 운반해주는 차)를 이용하며 아동복 장사를 하던 이 회장은 2000년 초 드디어 중고 화물차를 구입한다.

이 회장은 내 차를 처음 구입해 운행한다는 기쁨과 설렘보다는 처음 운행하는 초보 운전자로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증평에서 음성 장까지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지 않은 채로 운전했다고 웃는다.

이때부터 부인인 장덕순(57)씨가 본격적으로 이 회장을 도와 장을 펼 동안 이 회장은 새벽에 청주 깡 시장에 나가 과일과 채소를 사와 부인과 함께 의류와 과일 채소를 팔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의류 판매가 예전 같지 않고, 특히 계절을 많이 타는 것에 대해 고민 하던 중 어느 날 진천 장에서 장사를 하던 중 집에서 필요한 공구(드라이버)를 사러 장터 생활용품점에 들렸다.

그때 이 회장은 손님들이 만물상에서는 값을 깎지 않고 순순히 돈을 낸다는 점과 품목 자체가 다양해 대부분의 손님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을 목격한다. 특히 취급품목 자체가 계절을 타지 않아 재고가 없다는 점과 장을 찾은 손님들이 다른 품목과는 달리 만물상만은 호기심을 갖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 취급 품목을 각종 생활용품으로 바꿔 지금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취급하는 품목은 1천여 가지에 이른다. 정말 없는 것 빼놓고 실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물품이 갖춰져 있다.

한편, 특이한 점은 거의 모든 장꾼들은 장부를 작성하지 않는 것에 비해 이 회장 부부는 물건을 파는 틈틈이 거래 품목을 노트에 적고 있다. 워낙 물건이 많아서 판 물건을 즉시 적어 놓지 않으면 다음 장을 준비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 회장은 20여 년 전인가? 하루는 손님이 물건을 사고 좌판위에 놓고 간 가방을 손님에게 돌려주었는데, 그 손님 왈 가방 안에 시아버지 병원비 100여만 원이 있었다며 고마워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 하며, 덕분에 지금까지도 증평장이면 꼭 만나는 사이가 됐다고 웃음 진다.

부인 장덕순씨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고맙고 감사한 것은 증평장인 경우 아이들이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장꾼인 부모를 창피해하지 않고, 등교 전에 장에 나와 물건 전시하는 것을 도왔으며, 증평에 거주하고 있는 큰 아들 효성(34)씨는 지금도 증평장이 파장을 할 때면 물건 정리를 도와주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여타 다른 5일장이 그렇듯이 증평장뜰시장 안에도 장꾼들의 모임이 있어 회원 간의 친목과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증평민속시장상우회(초대 회장 이학근, 총무 이의진)는 2005년에 아케이드가 설치되면서 70여명의 장꾼들이모여 조성됐으나, 점차 줄어 현재는 4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회장은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점점 전통시장의 매기가 떨어지고 있고, 시장 거리에 좌판을 펴고 장사를 하려는 젊은이들이 없어 장꾼이 점점 줄고, 또한 아케이드가 설치된 곳은 장꾼들이 일정한 액수를 매월 건물주에게 관리비를 내야하기 때문에 회비 부담이 있어 상인회에서 탈퇴를 하고 있는 것이 회원이 점차 줄어드는 이유 같다고 아쉬워한다.
상인회는 월 회비 1만5천원으로 운영하지만, 이 회장은 소규모 좌판상은 1만원을 받고 있다.

모인 회비는 1년에 한번 관광차를 빌려 전 회원이 그동안의 노고와 피로를 풀며, 회원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추석과 설 두 번 회원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주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처음 장에 나왔을 때만 해도 장꾼 100여명이 장사를 하고 손님들이 북적거려 하루해가 어떻게 간 줄을 몰랐는데 어느 해부터 점점 장이 쇠락하고 있다며, 알뜰시장이 살아나려면 하루빨리 나머지 구간에도 아케이드가 설치돼야하고, 건물주 모임인 상가번영회와 우리 상우회가 의견을 모아 손님들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장뜰시장에는 취급품목이 50여개에 불과해 장터의 특색이 없다며, 상인들 스스로 값 싸고 질 좋은 품목을 대폭 늘리는 다양함을 추구해 전통시장 물건은 값이 싸고 질이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장날에 장에 가면 온갖 볼거리와 먹거리, 살거리가 풍부하다는 인식으로 변화 시켜야한다고 말한다.

전통시장은 일반 대형마트와는 달리 인간미가 있는 곳이다.

정해진 가격이 있지만 장꾼과 손님이 서로 밀당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고, 조금이라도 덤을 얻을 수 있는 덤의 문화가 살아있다.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장꾼과 손님, 그리고 손님끼리 처음 보는 상황이라도 정겨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은 인정이 살아 있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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