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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문방사우 - 단양 영춘 자석벼루

먹물에 윤택이 흐르고 쉽게 닳지 않아 장기간 사용
은은한 자주색 기품… 예부터 최고의 벼루로 평가
값싼 중국산에 밀려 사장길… 郡, 관광 명소화 계획

  • 웹출고시간2015.09.23 20:07:10
  • 최종수정2015.11.12 18:59:12
예부터 문인들이 서재에서 쓰는 붓(筆) 먹(墨) 종이(紙) 벼루(硯) 네가지 도구를 문방사우 또는 문방사보, 문방사후라고 불렀다. 충북에는 이같은 문방사우를 생산하는 곳이 여러군데 있다. 이들을 찾아 장인정신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다루어 본다.

단양 영춘자석벼루 전시장의 입구의 간판

[충북일보] "먼지가 너무 많아. 벼루하나 만드는데 5일 정도 걸려. 돌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작업을 마치고 벼루가 완성되면 뿌듯한 마음이 들어"

단양군 영춘면에서 3대째 자석(紫石)벼루를 만들고 있는 신명식(61)씨.

신씨가 만드는 자석벼루는 검은색인 일반 벼루와 달리 붉은색을 띠고 있다. 신씨가 만든 자석벼루는 먹이 곱게 갈리고 먹물 찌꺼기가 거의 생기지 않아 서예가들에게는 최고의 벼루로 알려져 있다.

신씨가 벼루를 제작하게 된 것은 지난 1972년.

충남 보령에서 벼루(오석벼루)를 만드는 일을 하고 계신 부친을 떠나 단양 영춘으로 이주했다.

신씨는 "아버지가 보령에서 벼루를 만드는 일을 했어. 벼루 만드는 일은 어깨넘어로 배웠고, 아버지가 일제시대때 끌려가 단양에서 자석벼루 만드는 일을 했다가 해방이 되면서 고향인 보령으로 돌아와 단양에서 만든 자석벼루가 좋다는 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3대째 단양군 영춘면에서 자석벼루를 만들고 있는 신명식씨가 벼루에 용무늬 조각을 새기고 있다.

그는 부친을 말은 믿고 단양에서 생산된 자석 벼루돌을 찾기위해 단양의 산하를 누볐다.

1972년 어느 여름날 향산리의 마을 주막에서 동네어른분들이 '일제시대 때 무엇인가를 새끼줄과 종이로 포장을 해서 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봤다'는 말을 듣고 '벼루를 만들어 깨질까봐 새끼줄과 종이로 포장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막걸리를 사들고 동네노인 2분을 모시고 산으로 올라갔다.

잡목이 무성한 숲을 뒤지다가 자석벼루의 원료인 붉은 색 돌을 발견하고 다음날 인부를 사서 괭이 등 연장을 가지고 본격적인 돌을 채취하기에 나섰다.

단양에서 생산되는 자석을 이용한 벼루는 색깔이 선명한데다 먹이 잘 갈려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벼루에 사용하는 원석은 단양에서 나오는 자석이 최고로 인정을 받고 있으나 90년대 먹물이 나오면서 쇄락의 길을 걷게 됐다.

더욱이 일본으로 수출하던 단양의 자석벼루가 중국산에 밀려 수출길이 끊어진데다 노태우 대통령 당시까지 교육부의 교장 등 퇴직자들에게 하사품으로 주던 벼루마저 1990년대들어 모두 사라진 이후 자석벼루는 사장길에 들어섰다.

단양 자석벼루를 제작하기 앞서 원재료인 돌을 정과 망치로 다듬고 있다.

신씨는 "지금은 서예학원 등에서 먹물을 사용하고 있어 벼루와 먹을 찾은 사람들이 사라졌다"며 "찾는 사람들은 자석벼루의 우수성을 인정한 특수층이다"고 말했다.

그가 자석벼루의 원료은 자석을 채취하는 것은 추운 겨울 차량을 1년 정도 사용할 분량을 채취하고 있다.

벼루는 흙으로 만들되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운 토연(土煙), 흙으로 만들고 유약까지 발라 구워 낸 도연(陶硯), 돌로 만든 석연(石硯), 쇠로 만든 철연(鐵硯), 옥돌로 만든 옥연(玉硯), 나무로 만든 목연(木硯)이 많고 때로는 전연(塼硯), 와연(瓦硯), 니연(泥硯), 상아연(象牙硯), 골연(骨硯), 목심칠연(木心漆硯) 등 다양하다.

국내 석연(石硯)은 단양의 자석을 비롯해 진천의 회청석, 경기도 파주의 파주회초석과 회청석, 평창의 자석, 정선의 수마노석, 해남의 옥석 등이 유명하다.

단양은 삼국시대에는 적산현(赤山縣), 고려시대에는 단산현(丹山縣)으로 불렸을 정도로 색깔이 붉은 돌(자석:紫石)이 풍부했던 지역이다.

단양의 자석벼루가 유명한 것은 백제시대에 쌓은 경기도 이천의 설봉산성에서 '함통7년(867년)'이란 문구가 새겨진 자석벼루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단양의 자석벼루가 사용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벼루를 제작하기에 앞서 원석을 벼루크기 모양으로 잘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단양의 자석벼루를 칭찬하는 글도 있다.

고려 말 이숭인은 단양 적성의 자석벼루를 써 본 뒤 '도은선생시집'에서 '벼루의 결은 살과 같이 부드러워 숫돌과 다르고 연지 주변 석안점은 꽃이나 별 같구나. 붓에 먹을 적셔 조충자를 써 보고 능엄경을 흉내내니 문득 한 편의 사경이 되었구나'라고 자석벼루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신씨는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18호인 동시에 '전통벼루 부분 기능 전승자·계승자'로 등재가 돼 있다.

충남 보령 출신인 신씨는 보령지역의 질 좋은 오석(烏石 : 까만 돌)이 많이 나 남포벼루(藍浦硯)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신씨의 할아버지 신철휴 역시 보령에서 태어나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선비였으나 자신이 사용할 벼루를 만들다 벼루 만드는 일을 가업으로 하게 됐다.

신씨의 아버지 신경득 역시 부친의 기법과 기술을 전수받아 평생 벼루제작에 열과 성을 다 받쳤다.

신씨의 대를 이어 신재민씨가 현재 단양에서 자석벼루를 만드는 일을 하는 등 4대가 벼루를 만들어 가는 장인이다.

3대째 단양 영춘면에서 자석벼루를 만들고 있는 신명식씨

신씨가 벼루를 만드는 과정은 원석에 다른 색의 입자가 섞이지 않은 선명한 자색(紫色)을 띄는 것을 골라 망치로 두드려 둔탁하지 않고 청아한 소리를 내는 것을 골라낸다.

돌이 골라지면 표면에 자를 만큼 선을 긋고 모탕과 박톱을 이용해 잘라낸 뒤 앞 뒤 면을 다시 잘라 두께를 조절하고 작두칼과 정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제거하는 '걷목치기'에 이어 칼날과 정으로 평평하게 다듬는 '평미리' 과정을 거친다.

이 작업을 마치면 체질한 고운 강모래를 뿌려 모탕돌로 면을 갈아내고, 작은 정으로 물집(연지: 硯池)과 연당 등을 파낸다.

조각용 정으로 용, 사군자, 십장생 등을 조각한 뒤 사포로 매끈하게 다듬는다.

이런 과정이 끝나면 먹이 갈리는 부분(연당)에 사포를 이용해 꺼끌꺼끌한 결을 세우는 '봉망세우기'를 하는데 이것이 벼루 제작에 가장 어렵고 중요한 기술이다. 이 작업을 하는데 상당의 시간이 소비된다.

너무 거칠게 봉망을 세우면 먹이 거칠게 갈려 먹물이 죽처럼 걸죽하게 되고, 바닥면에 너무 곱게 봉망을 세우면 먹이 갈리지 않기 때문이다.

광내기 작업으로 벼루를 불에 적당히 달궈 자석 원색을 살릴 수 있는 약품을 발라 말린 다음 솔로 표면을 문질러 광택이 나도록 한다.

신씨가 제작한 단양 영춘자석벼루는 원석이 부드럽고 단단해 먹이 곱게 갈리며 찌꺼기가 생기지 않는다.

더욱이 먹물에 윤택이 흐르고 강도가 높아 쉽게 닳지 않아 오래도록 보관·사용할 수 있으며 은은한 자주색으로 기품을 보여 최고의 벼루로 평가받아 일제시대때 일본에서 단양에서 생산된 자석벼루를 전량수입하기도 했다.

단양 자석벼루는 중국산 값싼 벼루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본 등지로 해마다 15만~20만 달러 어치나 수출하는 등 인기가 좋았었다. 신씨는 자석벼루를 홍보하기 위해 1987년부터 미국 LA, 일본 홋가이도, 대전 엑스포 등 국내외에서 전시회 및 제작 시연을 여러 차례 갖기도 했다.

신씨의 노력과 기술이 인정을 받아 1992년에 전국 제2녹색지대 민속공예품 품평회에서 국무총리상, 1999년에는 관광공예품 공모전에서 최우수상, 2000년에 충청북도 공예품 대전에서 특선, 2006년 노동부로부터 전통 벼루 부문 기능 전승자로, 2008년에는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18호 벼루장으로 지정됐다.

단양군은 잔양 자석벼루를 위해 앞으로 2년 간 총사업비 4억4천만 원을 투입키로 했다. 기존 공방을 증축해 생산시설을 늘리고 방문객 편의를 위해 전시·체험관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단양자석벼루를 활용한 관광 명소화 한다는 구상이다.

단양 자석벼루가 빛을 볼날을 기대해 본다.

/김병학.이형수기자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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