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경수

시조시인

배가 고프다. 아내가 귀따갑게 퍼붓는다. 거칠다. 욕이 튀어나온다. 책상을 물고 있는 가장이 있다. 10년을 채우려던 책상물림을 7년 만에 접는다. 남산 묵적골 은행나무 아래 사는 허생의 집 풍경이다.

허생은 글을 읽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백수다. 한심한 양반이다. 언뜻 보면 그렇게 보인다. 그의 아내가 불만과 원망 속에서 홧김으로 욕이 묻어났으리라. 그는 내친김에 3년을 앞당겨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운종가로가 물었다. 한양 제일 부자가 누구냐. 다방골 변 부자를 일러준다. 허생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행색으로 변 부자를 찾아가 뭘 좀 해볼 일이 있으니 돈을 빌려 달라고 한다. 그런 허생의 당당함을 보고 빌려준다. 얘기에 무리가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들은 돈을 빌려주고 이름도 묻지 않고 또한 돈을 받고 돌아보지도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것 같다.

큰돈을 갖고 금방 투자대상을 찾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이 있어도 돈을 쓸 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하물며 물목과 투자장소를 본다는 건 대단한 안목이다. 성패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집약된 계산과 과감한 배짱을 두고 하는 말이다.

허생은 곧장 안성으로 갔다. 안성은 경기와 충청을 어우르는 곳이며, 삼남의 어귀로써 길목이며 요지이다. 안성을 유통의 맥으로 본 것이다. 그는 제수용품에 없어서는 안 될 모든 과일을 웃돈을 주며 사들인다. 시장마다 물결이 출렁거린다. 소문은 급물살을 타고 방방곡곡으로 향하고 또다시 모든 과일은 안성으로 향한다. 얼마 안 가 나라 안의 과일이 동나고 만다. 허생은 씁쓸해한다. 고작 돈 만 냥에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허생을 찾기 시작한다. 예전의 값이 아니다. 하늘 높은 줄을 모르기에 하는 말이다.

허생은 왜 과일을 노린 걸까. 도거리의 한계를 알고 있었던 걸까. 사실 도거리는 모험이다. 매점매석이라는 상도덕에도 문제는 있지만, 수요와 공급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생은 제도에 비판을 던진다. 절대성에 대한 허점과 약점을 찍은 것이다. 모순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돈을 벌려면 상인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는 옷감과 농기구를 배에 싣고 제주도로 향한다. 그리고 말총을 산다. 몇 해 안가 말총이 동나고 만다. 망건 없이 어찌 머리를 얹겠는가. 열 배의 값으로 오른다. 허생은 엄청난 부자가 된다. 그는 다시 바다로 향한다.(생략)

허구에 아이러니한 면도 있다. 고전소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서 본다. 또한, 벗어난 시각은 일축한다. 허생의 눈을 통해 깊은 안목과 통찰력을 보면서 준비된 자가 기회를 만들고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7년 공부는 실행의 준비과정이며, 집을 나섬은 실행의 계기이다. 변 부자의 만남은 실행의 바탕을 만들기 위함이며, 안성과 제주는 실행의 현장이다.

요즘 일자리 문제로 아우성이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늘 준비하면서 허생의 눈으로 기회라는 희망을 가져 봄이 좋은듯하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