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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6.16 16:03:3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홍대기
비단강 물줄기 따라

도드라진 풍광에 내 마음이 젖는다

꽃보다 초록이다. 봄날의 산천은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꽃들의 현란함에 마음 시리지만 6월은 형형색색 맑고 고운 향기와 새 잎의 기운과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맑은 햇살에 온 몸이 짜릿하다. 생명의 숲, 생명의 대자연과 함께 내 마음도 깨어 있으니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6월의 초록이 청량하고 신선한 것은 생기발랄하고 에너지 충만하며 살아있는 모든 것이 춤추는 악동이기 때문이다. 봄꽃은 제 다 진 것 같지만 초록의 그 깊은 곳에서는 아직도 봄꽃이 숨어 있다. 일찍 피고 일찍 지는 꽃보다 이렇게 늦게 피고 늦게 지며 세속에 오염되지 않는 순결한 꽃이 더 내 마음을 울린다. 나뭇잎도 제 색깔을 다 드러내기 위해 마지막 손질이 한창이다. 어린 아이의 섬섬옥수가 아니다. 예쁘고 곱고 아름다운 여인의 살결처럼, 풋풋하고 기운차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청년처럼 생기발랄하다. 춤추는 대지, 산과 들, 사람의 길과 짐승의 길, 하늘을 나는 새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과 그곳을 하릴없이 넘나드는 모든 생명이 일상속의 행복 바이러스다. 원초적인 생명력, 생의 의욕으로 충만케 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6월에 옥천의 시골길과 물길을 걸었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의 고장인데다 물길, 들길, 산길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 발걸음을 재촉하게 했지만 그곳에 가면 아주 특별한 추억거리가 있을 것 같다는 설렘과 기대감은 어린 시절 소풍가던 소년처럼 몸과 마음이 호들갑이다.

옥천군 군서면 월전리와 추소리 골목길을 햇살과 바람을 벗삼아 걸었다. 돌담길은 역사의 길, 지혜의 길, 생명의 길, 소통의 길, 상생의 길, 사랑의 길이다. 그리하여 돌담길은 추억의 길이고 오래된 미래며 탄생의 길이고 죽음의 길이다. 그러니 돌담길은 신화와 전설이 살아 숨쉬는 생명의 곳간이다.

볏짚을 썰고 소금과 함께 논흙을 버무려 돌과 흙을 번갈아 쌓아 올린다. 낮지도 않고 높지도 않은, 어른은 까치발이나 깨금발을 띠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어깨 너머로 볼 수 있을만한 높이의 돌담이고 돌담의 지붕은 암키와와 수키와로 마무리한다. 단정하게 머리 빗고 앉아 있는 여인의 숨결이다. 여인의 숨결 그 깊은 곳에는 정겨운 한옥 한 채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후덕하고 인심 많은 구릿빛 촌로가 곰방대 물고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영락없는 한폭의 풍경화다. 살아 있는 이 땅의 서정이다.

ⓒ 홍대기
돌담은 생명의 길이다. 황토흙의 숨쉬는 대지 기운을 그대로 받았으니 돌담 아래로 채송화 봉숭아 피어나고 담쟁이는 기어이 기어오른 뒤 돌담길을 온통 초록으로 물들였다. 돌담길 사이로 뛰어다니는 다람쥐와 청솔모, 낮잠 자는 낭만고양이, 맑은 햇살 살가운 바람 춤추는 댓잎 뛰어노는 악동, 하루하루가 다르게 초록으로 붓질하고 감잎, 돌담 아래에서 살며시 미소 머금고 있는 금낭화 자란 삼지구엽초 빈카, 연잎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유리알 같은 아침이슬과 까불거리는 청개구리….

이 모든 것이 풍유롭고 향기롭다. 맑고 투명하고 조화롭고 신명나다. 하는 짓, 생김생김이 서로 다르지만 돌담길에서는 모두 하나고 사랑스럽다. 오래된 미래다. 문명의 이기에 상처 입는 도시의 사람들은 이곳으로 오라. 고독과 욕망에 질펀하게 청춘을 보내 온 사람들은, 방랑자처럼 막막하게 달려온 사람들은 잠시라도 오고 감의 허접함을 잊고 자연과 호흡하라. 비록 내가 산이 되고, 들이 되고, 바람이 되고, 햇살과 뭉게구름이 될 수는 없지만 대자연의 서정을 즐기며 잠시라도 물욕의 때를 벗을 수 있으리라. 대자연 속에서 태어났으니 언젠가는 나도 이 길을 즈려밟고 저승으로 가리라.

ⓒ 강호생
추소리 앞을 유장하게 흘러가는 금강에 곧추서 있는 부소담악(赴召潭岳). 나랏님의 부름을 받은 산이란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 또한 산을 넘지 못하니 나랏님의 부름을 받았어도 어찌 갈 수 있겠는가. 도성으로 향하던 중 이곳 추소리의 금강 물줄기에 발목이 잡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그대로 머물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백제 성왕이 신라군에 의해 최후를 맞은 곳이 부소담악에서 2㎞ 떨어진 군서면 월전리고, 추소리와 뒤편 고산리에 백제군 진영이 있었다는 것이 기록에 전해지고 있으니 짐작컨대 후대 사람들이 부소담악의 아름다움을 이야기로 만든 것이 아닐까. 어찌됐든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아름다운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추소 8경이 있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났고, 조선시대 문장가들도 이곳에서 글을 읽으며 시를 쓸 정도였으니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나 자연이나 아름다움은 고단하다. 세상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으니 말이다.

ⓒ 홍대기
부소담악은 산이었지만 1980년대 대청댐 개발과 함께 산 일부가 물에 잠겼다. 주변의 안양사와 문필봉 등 빼어난 경관 대부분이 가뭇없이 사라졌고, 부소담악은 아랫도리만 잠긴채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흙과 나무들은 물살에 빠져 나갔고 암벽만 억겁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물 위에 뜬 바위절벽처럼 보인다. 그 길이가 700m에 이르니 비단강을 품은 것이 병풍처럼 아름답다.

ⓒ 홍대기
인근의 추소정에서 부소담악의 풍경을 바라보라. 날카롭게 솟아오른 칼바위와 길게 펼쳐진 벼랑은 나그네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그 풍경을 제대로 보려면 양지복호라는 이름의 마을 뒷산을 올라가야 한다. '볕이 든 땅에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라는 뜻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부소담악과 대청호의 전경이 한 눈에 펼쳐진다.

인근에는 한말 개혁파 정치인이었던 김옥균과 기녀 명월이 사랑을 노래한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오는 청풍정이 있고 숲길따라, 물길따라, 들길따라 시골의 정겨운 풍경을 훔치려는 나그네의 모습도 한유롭다. 그래서 여행은 길위의 도파민이다. 자연 앞에서는 모든 감각세포가 절로 일어서고 모든 자극이 절로 흘러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그네의 오감을 흥분시키고 즐거움으로 가득차게 하며 새로운 에너지로 충만케 한다.
글 변광섭(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에세이스트)

그림 강호생(화가·충북미술협회장)

사진 홍대기(사진가·청주성모병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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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