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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스타그램 - 청주 운천동 구운과자점 '피엘티(plt)'

#구운과자 #팔레트 #마들렌 #휘낭시에 #브루통 #수작업

  • 웹출고시간2023.08.15 14:39:30
  • 최종수정2023.08.15 14:39:30
[충북일보]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놓인 열 두어 개의 과자가 왠지 낯설다. 디저트를 진열했다기보다는 하나의 작품을 전시해 둔 느낌이다. 멋스러운 접시 위에서 매력을 뽐내는 과자들은 일견 비슷한 모양이나 자세히 보면 뚜렷한 개성이 담겼다. 구운 과자류는 대략 갈색이라는 편견을 깨고 노랑, 주황, 녹색, 검정 등으로 화려하다. 각각의 접시 앞에 놓인 메모에는 메뉴 이름과 작은 사각형으로 나타낸 상징적인 색, 눈으로 맛을 짐작게 하는 짧은 글이 작가의 설명처럼 애틋하다.
ⓒ 피엘티 인스타그램
청주 운천동의 피엘티는 구운 과자류 디저트를 선보인다. 작은 가게에 들어서면 흰색 벽면과 반듯한 목재 카운터, 그 위에 덩그러니 놓인 몇 개의 디저트 샘플이 전부다. 디저트 제품은 고객의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가장 깨끗하고 온전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두툼한 가벽 위쪽의 두 뼘 남짓한 직사각형 모양 창으로 매장보다 넓은 주방을 들여다볼 수 있다. 슬쩍 봐도 깔끔한 상태는 매장과 주방이 다르지 않다.

피엘티는 최지원 대표의 성격이 그대로 담긴 곳이다. 엄마와 요리하는 순간이 즐거웠던 아이는 주방 그 자체를 사랑하는 어른으로 자랐다. 미술과 요리,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중 더 많은 시간을 들여도 좋을 만한 전공으로 선택한 것이 제과제빵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완성품이 그 자체로 요리이자 디저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었다. 같은 틀 안에서도 무한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은 만드는 사람의 색채를 뚜렷이 반영할 기회이기도 했다.
지원 씨의 디저트는 느긋하다. 저온에서 반나절 이상 숙성한 반죽이 시작이다. 제품의 특성별로 반죽도 따로 하는 것이 조금만 떼어먹어도 다름이 느껴지는 맛의 비밀이다. 가장 좋아하는 식자재인 토마토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담은 토마토 휘낭시에는 토마토를 고르는 과정부터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쳤다. 십여 년째 취미인 토마토 말리기를 적용한 제품이기도 하다. 원하는 품종의 토마토를 숙성시키고 자르고 데쳐 말린 것은 쫀득하고 깊은 맛으로 변한다. 토마토 페이스트와 치즈를 더한 반죽 속 토마토와 고명으로 올라간 토마토는 같지만 다른 식감과 풍미가 있다.

제주 말차의 푸르름이 특징인 말차마들렌은 말차 애호가를 만들었다. 촉촉한 말차 반죽을 비릿하거나 퍽퍽한 맛 없이 싱그럽게 담았다. 말차가나슈의 쌉쌀한 달콤함이 아작 하게 코팅된 말차향 글라쎄를 넘어 여러 겹의 진한 즐거움을 준다. 말차를 원래 좋아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말차 본연의 맛을 부담 없이 즐긴다.
시제품을 쓰는 대신 고집스럽게 생과를 손질해 제스트를 갈고 즙을 짜 반죽에 담는 레몬 마들렌은 기본에 충실한 만큼 상큼하고 폭신한 시작과 향긋한 마무리를 남긴다. 모히또에서 영감을 얻어 여름 메뉴로 내세운 라임민트마들렌은 로즈마리, 애플민트, 라임 등의 새콤하고 청량한 어울림이 시원하고 독특한 풍미로 더위를 식힌다.

단순히 커피나 차 등에 곁들여 즐기는 것보다는 하나의 요리로, 안주로도 즐길 수 있는 과자가 지원 씨의 목표다. 손으로 찢은 그린올리브와 원형으로 자른 블랙 올리브를 더하고 그라나 파다노와 후추 향을 입인 올리브휘낭시에나 고르곤졸라 치즈의 깊은 풍미에 짭짤함이 날카로운 블루치즈 휘낭시에, 초콜릿의 단맛과 말돈 소금의 감칠맛이 일품인 소금초코 휘낭시에 등도 그 시도의 일부다.

투명한 전면 유리와 하얀 벽, 하얀 간판의 피엘티는 이를테면 하나의 팔레트다. 물감을 풀어서 조합하는 데 쓰이는 회화기구인 팔레트는 그 자체로는 특색이 없지만 그 위에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지원 씨만의 색채를 섞어 만들어낸 피엘티의 작품 세계가 고객들의 입안에서 인상적인 감상평을 남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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