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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스타그램-청주 우암동 훈제 목살 전문점 '항아리 삼촌'

  • 웹출고시간2018.10.09 13:37:53
  • 최종수정2018.10.09 13:37:53
[충북일보]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내부는 깔끔함 그 자체다. 테이블마다 작은 버너가 하나씩 놓여 있지만 그 쓰임을 짐작하기 어렵다.

기어코 문을 열고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냐"고 묻는 손님이 잦은 이유다. 열린 문 사이로도 고기 냄새나 기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잔잔한 음악과 깨끗한 주방. 그 속에 나란히 놓은 항아리 세 개가 전부다.

항아리는 물건을 담아 저장하는 데 쓰는 질그릇으로 보통 곡식이나 장, 술 등을 담는다. 지금도 시골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도시에서는 쉬이 만나기 어려운 커다란 항아리다. 작은 가게 한 편에 꽤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존재감이 크다.

청주 우암동 골목에 있는 '항아리 삼촌'은 훈제 목살 전문점이지만 전형적인 고깃집과는 거리가 있다.
서래원 대표가 지향했던 고깃집 같지 않은 고깃집이 완성될 수 있었던 건 항아리 덕분이다.

20여 년 사회적 기업 등을 운영했던 래원씨는 친구들이 인정하는 고기 굽기의 달인이었다. 성인이 되고 술을 마실 줄 알게 된 이후 그의 한적한 시골집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이 모이면 고기가 빠질 수 없었다. 매번 손님들을 대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고기 굽기 담당이 됐고, 많이 구우니 잘할 수밖에 없었다.

조리 방법을 바꿔 항아리에 고기를 훈연하게 된 건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다. 석쇠로, 돌판으로 다양한 고기 굽기의 방법을 동원했지만 늘 굽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함께할 수 없었다. 굽기만 하고 제대로 먹지 못하는 래원씨를 걱정한 한 지인의 권유로 항아리 속에 숯을 피우고 고기를 걸었다.
몇 번의 시도를 거친 후 항아리를 싣고 지인의 집으로 갔다. 알려준 방법과 다르다며 고개를 젓던 지인은 고기 맛을 본 뒤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다양한 고기 두께와 숯의 양을 바꿔가며 시간과 노력을 더했다. 최적의 맛을 찾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손님을 대접하며 고기 굽기에 바빴던 래원씨도 미리 훈연한 고기만 있으면 손님들과 함께 먹고 즐길 수 있게 됐다. 한번 맛본 이들은 꼭 다시 먹고 싶어 하는 맛으로 자부심까지 생겼다.

마지막 직업으로 가슴에 품었던 고깃집 사장이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그저 사람들에게 고기를 구워 대접하는 것이 좋아서였다. 항아리 삼촌을 찾아와 꿈을 이뤄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은 걸 보니 막연한 꿈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항아리 삼촌은 하루 20인분의 훈제 목살만 한정해서 판다. 두 시간 정성스레 훈연한 고기는 딱 그때 먹어야 맛있기 때문이다. 다시 쓸 수 없는 고기를 남기기 싫어 처음에는 고집스레 10인분을 준비했지만 못 먹고 돌아가는 손님들의 원성에 20인분으로 올렸다.

고기와 함께 나오는 한 상도 여느 고깃집과 다르다. 브로콜리와 파인애플 등을 함께 불판에 얹고 신선한 샐러드와 생와사비도 낸다. 적당히 익은 묵은지로 끓여내는 김치찌개도 고기만큼 인기 있는 메뉴다. 많이 먹어본 사장님의 경험을 항아리 삼촌의 단출한 메뉴에 녹여냈다.

항아리 삼촌에는 고기 굽느라 분주한 손님이 없다. 맛있게 훈연된 목살을 각자의 테이블에서 취향껏 데워 함께 맛을 음미한다. 둘이 오든 셋이 오든 모두가 양질의 식사를 대접받는다.

훈제 목살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고기 굽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손님들이 받는 소박한 한 상은 수년의 고민 끝에 탄생한 항아리 속에 매일 새로운 시간을 더해 담아내는 래원씨의 정성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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