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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일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아무래도 욕심이었을까? 어려운 일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연말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차근차근히 진행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닥치고 보니 덜컥 겁이 난다.

등단한 지 올해로 꼭 10년째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언젠가 개인 수필집 한 권은 내야지 했다. 그 꿈을 이루고자 올 초 충북문화재단에 예술창작지원금을 신청했었다. 선정자로 발표가 났을 때 너무 기뻐서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나도 이제 드디어 꿈을 이루는구나, 드디어 나의 수필집을 낸다는 기대에 마냥 설렜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책상 앞에 앉고 보니 11월 안에는 무조건 책을 발간해야 한다는 생각에 갑자기 가슴이 턱 막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발을 들여놓은 바엔 최선을 다해 해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쓴 글들을 전부 모아 놓고 보니 얼추 백여 편이었다. 원고를 하나하나 읽어가는 동안 내 가슴은 서서히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십 년간의 고민과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잘 된 글이든 어설픈 글이든 어느 것 하나 대충 쉽게 쓴 글은 없었다. 매번 머리를 싸매가며 날밤 새워 고민하고 고민해서 탈고한 소중한 원고들이 아닐 수 없다. 작품 수준과는 별개로 뭔가 뿌듯한 만족감이 온몸을 채우는 듯했다. 울컥 감동이 밀려왔다. 그동안 허송세월한 건 아니었구나, 스스로가 한없이 대견했다.

수첩 하나를 마련해 작품마다 소재와 주제를 적고 별점을 매겨나갔다. 어설픈 글이 대다수였지만, 드물게는 내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맘에 드는 작품도 있었다. 그 당시 실질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소재로 풀어나간 글들이 보통 느낌이 생생하고 고민이 깊었던 만큼 주제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할지 알 것 같았다. 중간 정산하듯 한 번씩 책으로 엮어내야 글쓰기도 인생도 정리가 된다던 선배 문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나마 느껴졌다.

3점 이상 작품만 추려서 원고 폴더에 담았다. 1점이나 2점짜리는 따로 저장해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보기로 했다. 그런 다음 5점짜리부터 하나씩 차례로 퇴고해나갔다. 내 글이라 객관적으로 볼 자신이 없어 두 딸에게 도움을 청했다. 독자의 편에서 읽고 난 느낌을 알려달라고 했다. 문맥상 어색한 부분이라든가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단락이나 문장 등 그냥 떠오르는 대로의 피드백을 부탁했다. 딸들은 기꺼이 내 부탁을 들어주었고 진심으로 응원해주었다.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되던지. 이렇게 모든 작품을 퇴고하고 나면 그중 육칠십 편 정도를 골라 출판사에 보내는 것까지가 일단 내가 세운 일련의 계획이다.

오늘 교부금 신청서까지 제출하고 나니 다시 중압감이 엄습해온다. 5점, 4점짜리는 그런대로 가닥이 잡힐 것 같은데 가장 많은 3점짜리 글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없어지고 초조함이 밀려왔다. 불안해하는 나에게 작은딸이 말했다. "3점짜리를 퇴고해서 5점짜리로 만들면 되죠!" 그래, 고진감래다. 곧 얻을 단 열매를 생각하면 지금 쓴 시간을 견디는 일조차 행복한 것이리라. 나를 믿고 가보자!

문득 '수인번호 257' 번을 달고 스스로 감옥에 갇혔던 어떤 수필가가 생각난다. 그는 들어가긴 쉬워도 나오기는 어려운 이상한 감옥에 갇혀 고치고 또 고치고 257번을 고쳐 썼다고 한다. 그래서 '이오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했다.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조만간 도서관이나 카페로의 행복한 수감생활을 시작해야 할 듯싶다.

나의 졸작으로 인해 베어질 나무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부끄럽지는 말아야지. 글 한 편 한편, 마지막 문장까지 최선을 다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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