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은일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고요한 밤이다. 은은한 간접 조명 아래서 잠든 아가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쌕쌕 고른 숨소리가 듣기 좋다. 느닷없이 빙긋 웃는다. 사랑스럽다. 배냇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 내 마음이 전해졌나 싶어 행복하다. 이제는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턱을 쭉 치켜들다가 들숨 크게 한번 마시고는 흐느낀다. 세상살이 며칠이나 됐다고, 슬픈 꿈이라도 꾸는 걸까? 가슴에 손을 얹고 토닥이니 다시 천사의 얼굴로 돌아간다.

손주를 보는 중이다. 새벽에 모유 수유한 딸은 잠자라고 들여보내고, 부족한 양만큼 분유 타서 보충해주고, 트림시키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막 재워 뉜 참이다. 내게 처음 할머니 노릇을 하게 해준 첫 손주다. 아기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예정일보다 보름이나 빨리 세상에 나왔다. 예상하지 못 한 조기 분만이었지만 산모도 아기도 모두 건강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많이 아프고 무서웠을 텐데 힘든 산통을 잘 견뎌낸 딸이 대견하고 고맙다.

요즘 육아 풍경은 옛날과는 사뭇 다르다. 예전에는 아기를 따뜻하게 싸매서 키웠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안 그렇다. 우선 방바닥이 아닌 아기 침대가 따로 있고, 질식사 위험 때문인지 바닥도 매트 위에 얇은 요만 깔아 둔다. 방안의 온도는 24도 내외, 거기에 배냇저고리만 입은 아기는 겉싸개만 덮어 재운다.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약간 추운 듯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그렇다 하니 어쩌겠는가. 나는 노파심에 자꾸 벗겨지는 발싸개를 찾아 신겨줄 뿐이다.

육아용품도 다양하다. 기저귀갈이대는 기본이고, 수유 보조 받침, 모유 수유 쿠션 등 산모가 수유할 때 무리 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용품이 잘 나와 있다. 트림을 못 시켰을 때 눕히는 역류 방지 쿠션도 있다. 분유 포트는 물 온도와 용량을 미리 설정해두면 급하게 분유를 타야 할 때 버튼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 유용하다. 내 눈에는 모든 게 신세계다. 이 정도면 아기 키우기 수월할 듯싶은데 초보 엄마 아빠는 아기가 트림을 빨리 안 해도, 울어도, 꼴깍 올려도, 용을 쓰며 찡그리기만 해도 매번 당황하고 쩔쩔맨다. 그러면 나는 옆에서 한마디만 한다.

"괜찮아, 다 자라는 과정이야."

딸은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조리하는 걸 선택했다. 아기와 떨어지는 게 싫고 모유 수유를 꼭 하고 싶다는 게 이유다. 물론 산후조리 도우미가 매일 집으로 오기는 해도 밤이나 주말에는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딸네 집으로 왔다. 나도 너무 오래전 일이라 다 잊어버려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하다 보면 생각도 날 테고 모르는 건 배워가면서 하면 될 것이다.

아기는 깊이 잠든 것 같다. 팔다리가 완전히 이완되어 편안한 자세다. 어떻게 이런 작고 예쁜 아기가 내게 왔을까. 전생에 어떤 인연으로 스쳤기에 지금, 이렇게 같은 시공간에서 할머니와 첫 손자로 만나고 있을까. 그 심오한 연결고리는 모르겠지만, 이번 생에서만큼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아기에게 이제 고래라는 태명 말고 진짜 이름이 생겼다. 내일 사위가 출생신고를 하러 간다고 한다. 하진아! 그러면 너는 주민등록번호를 가진 엄연한 이 나라 국민의 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네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할머니와 네 엄마 아빠는 정말 정말 열심히 살 거란다. 장하진. 어느 시인의 말처럼,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