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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일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흥미로운 기사다. 보디빌딩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남자의 나이가 73세란다. 헬스를 시작한 지 4년 정도, 꾸준히 운동을 계속했다는 그의 신체나이는 30대라고 한다. 의학서적에서 본 적 있는 인체 골격근 그림처럼 섬세한 결까지 고스란히 드러날 듯한 근육들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나도 근육 만들기 중이다. 작년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몸짱 아줌마가 목표였던 건 아니고, 그냥 아무 근육이든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진즉부터 자식들 성화가 있었다. 나중을 생각해서 미리 저축하듯 근육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긴 나는 매일 걷기 외에 근육운동은 따로 해본 적이 없었다. 순 물렁살이라 아닌 게 아니라 근력운동이 절실하긴 했다.

필라테스 첫날, 범죄자처럼 눈금이 그려진 벽에 붙어 사진을 찍었다. 비포(before) 사진인 셈이다. 그리고 몇 가지 기초 운동을 해본 결과, 현재 거북목과 왼쪽 무릎의 방향이 바깥쪽으로 돌아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어쩐지 바지를 입을 때마다 왼쪽만 솔기가 자꾸 반시계방향으로 틀어지더라니. 하나만 그렇다면 바지가 문제라고 할 텐데 입는 바지마다 그러니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또생각해보니 조금 무리해서 걷거나 하면 늘 왼쪽 무릎이 아팠다. 왜 왼쪽만 그런지 궁금했었는데 잘못된 자세가 원인이었던 거다.

강사는 운동하는 동안 자세와 무릎 방향을 수시로 체크를 해주었다. 또 코어(core) 운동을 집중적으로 시켰다. 코어란 배꼽을 중심으로 횡경막 아래부터 골반기저근 위까지의 몸통 부위를 말하는데, 모든 힘의 원천이며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근육이란다. 다리를 들어 올리건, 팔을 뻗어 흔들건 어떤 동작과 자세에도 코어의 힘을 써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처음에 나는 그 코어에 힘을 주는 일이 어려웠다. 방법을 몰라 정작 배보다는 엉뚱하게 목이나 어깨 아니면 얼굴에만 잔뜩 힘을 주고 있을 때가 많았고, 힘을 줘도 제대로 힘이 들어간 건지안 들어간 건지 그 느낌을 알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강사는 손으로 배를 누르며 단단하게 힘을 더 주라고 했다. 뱃살이 많아서 그런 거 같다며 너스레로 넘기곤 했지만, 내 몸을 내 맘대로 움직일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고 속상했다.

필라테스는 보기보다 힘든 운동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코어에 힘줄 줄 안다. 걸을 때나 서 있을 때나 항상 신경 쓰니까 무릎 방향이 많이 나아졌다. 신기하게 줄었던 키도 도로 커지고 더불어 꿈쩍 않던 뱃살도 제법 얇아졌다. 강제라면 가혹행위라 할 만큼 고통스러운 동작을 기꺼이, 돈까지 내가며 하려는 데는 이렇게 그에 상응하는 확실한 보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아직은 의식하지 않으면 금방 제 버릇이 나오곤 한다.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으려면 그 습관이 형성된 만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까 사는 동안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 혹시 말에도 근육이 있을까? 나는 마음 표현을 하고 싶은데 잘 안 나오는 말이 있다. 예를 들면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 같은 말들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그렇다. 여러 번 시도는 했었는데 매번 그 오글거림을 극복하지 못했다. 꾸준히 계속했더라면 이런 말들에도 근육이 생겼을까? 그래서 생각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말이 나올 수 있게 되었으려나. 내친김에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 근육이 터져나갈 듯한 고통도 거뜬히 견디는데 까짓 쑥스러움쯤이야. 행복한 정신 건강을 위하여 오늘부터 도전!

그나저나 근육 부작용이 있는가 보다. 체형이 잡히고 옷 태가 좀 나기 시작하니까 예쁜 옷만 보면 전부 다 사고 싶어져서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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