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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6.06 15:02:41
  • 최종수정2024.06.06 15:02:41

김순구

(전)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감정평가사

정부는 '의사 수를 늘리자'하고, 의사들은 '늘려서는 안 된다'하며, 정부와 의사단체가 충돌하고 있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고,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고, 휴무일을 정하는 등 준법투쟁(?)에 나섰다. 정부는 1천497명이 늘어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 수시모집요강을 발표하면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급기야 의사단체는 촛불집회에 나섰다. 필자도 전문자격사인 감정평가사라서 꽤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2010년대 들어 급속한 고령화로 의사 수가 부족해질 거라는 '의사 부족론' 연구가 쏟아졌다. 이를 기반으로 의사 수를 늘리려는 정부의 시도는 번번이 좌초되었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의 의사인력 보고서를 중심으로 증원 논의에 착수했다. 증원 논의는 당국과 시민단체, 의료 취약지역 지자체 등의 공감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 막혀 무산되었다. '단순히 숫자만 늘리자고 하는 것은 미봉책'이라는 이유였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려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내놓았고, 2020년 코로나19로 보건 인력 확충을 위해 '400명 의사 증원'과 함께 공공의대법을 다시 내놓았으나 의사들 반대로 둘 다 제동이 걸렸다.

이번 의과대학 증원은 1998년 제주의대 신설로 의대 정원이 늘어난 후 27년 만이다. 의사 증원에 대해 다수 국민이 잘 된 일이라 한다지만, 정부와 의사단체는 소통 부족으로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사 수 확대 문제로 부딪치듯이 감정평가사를 포함한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들도 자격자 수를 증원하려는 정부와 갈등을 겪곤 한다. 자격자 수 증원이 업계 발전과 대국민 서비스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는 정부에 반해, 자격사들은 자격자의 과도한 배출은 지나친 경쟁으로 올바른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게 될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감정평가사를 포함한 자격자는 매년 시험을 통해 합격자를 결정한다. 합격기준과 결정기준도 있다. 중요한 것은 최소합격자 수이다. 최소합격자 수를 정하기 위해 심의위원회도 두고 있으나, 최소합격자 수 결정이 배출되는 자격자 수라서 결정과정에서 갈등이 있는 것이다.

감정평가사 최소합격자 수 결정 과정에서 정부와 줄다리기를 해 본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정부와의 협상 과정은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기분이었다. 적어도 감정평가사 수 결정과정은 그러하였다. 정부의 용역보고서나 심의위원회는 정부에서 준 답을 지지해주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곤 했다. 우리 이야기에는 귀를 막고 애먼 단체의 이야기에 더 많이 귀 기울이는 것 같아 합리적이라 하기 어려웠다. 의사단체가 정부에 2천 명 증원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곤 하는 것을 이런 이유로 나는 납득할 수 있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자격자들의 의견을 단순히 밥그릇 지키려는 노력으로만 폄훼해서 그런 것 같다.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자격자들과 정부의 갈등 치유를 위해 최소자격자 수 결정위원회를 국회에 두면 어떨까. 합격자 수 결정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맡기고, 정부와 자격사들은 상생과 협력을 기반으로 더 나은 대국민 서비스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합격자 수 결정에 따른 전문자격사와 정부 주무부처 간의 불필요한 직접적 갈등을 방지하고, 보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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