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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2.28 14:27:17
  • 최종수정2023.12.28 14:27:17
12월 1일. 11시경. 휴대전화 속 가족 단체대화방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우리 집 베란다에 작은 나비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왔다고. 아내가 사진을 찍어서 올린 것이다. 12월에 웬 나비냐, 불쌍하다, 귀엽다, 꿀물이라도 타서 먹여야 하지 않느냐, 등등. 나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 집에 들어가자마자 베란다로 갔다. 거기에 작고 가녀린 생물체, 암막부전나비 한 마리가 과연 있었다. 햇볕 잘 들어오는 타일 위에서 날개를 접어 비스듬하게 올린 채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손가락 한 마디 앞에다 아내가 놓아준 꿀물 접시에서 꿀 향기가 날 텐데도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이따금 더듬이만 조금씩 움직일 뿐이었다. 나는 나비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 숨죽이고 조용히 옆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나비는 날개를 한 번 두 번 세 번 조심스레 폈다 접었다 하더니 호르륵 날아올랐다. 그제야 나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12월 3일. 문득 궁금해졌다. 지난밤과 지지난밤 베란다 추위를 나비가 잘 견디고 살아남았는지. 교회 갔다가 점심때 집에 들어오자마자 베란다로 나가서 나비를 찾아봤다. 놀랍게도 있었다. 나비는 처음 봤을 때처럼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 타일 위에서 날개를 접고 비스듬하게 세운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꿀물 접시 바로 앞이었다. 나비와 꿀물 접시를 조심스레 화분으로 옮기고 그 화분을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기는데도, 나비는 꼼짝하지 않았다. 추워서 움직이지 못하나? 몸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거울을 가지고 햇볕을 모아 나비에게로 보냈다. 10여 분 지났을까. 그동안 죽은 것처럼 날개를 접은 채로 꼼짝하지 않고 있던 나비가 날개를 가만히 폈다가 가만히 접었다가 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잠을 자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조금 있다가 또 하고 조금 있다가 또 하고 네 번 반복하더니, 날개를 쭉 펴고 호르륵 날아올랐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 아직은 날갯짓할 힘이 남아있구나. 밖으로 나가봤자 12월 추위에 금방 얼어 죽을 테니, 우리 집 베란다에서 겨울을 보냈으면 했다. 마침 우리 집 베란다에는 겨울에도 꽃이 피는 화분이 몇 개 있으니 나비에게는 그나마 괜찮은 환경일 테고. 외부의 찬바람이 베란다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바깥 창문을 꼭꼭 닫아걸고 창틀 아래 물 빠지는 구멍도 휴지로 다 메꿨다. 방의 온기를 조금이라도 나비에게 나눠주려고 베란다 쪽 마루 창문은 열어 놨다. 무슨 철없는 짓이냐는 아내의 지청구에 마루 문을 닫으면서 나비는 오늘 밤 베란다에서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비가 하루라도 더 살기를 바라지만, 이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12월 4일. 베란다에 나가 봤다. 나비는 보이지 않았다.

12월 5일. 베란다에 나가 봤다. 나비는 보이지 않았다.

12월 6일. 베란다에 나가 봤다. 나비는 보이지 않았다.

12월 7일. 낮 12시. 아파트 베란다는 22도를 넘기고 있었다. 혹시 살아있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고 나비를 찾아봤다. 구석구석 살피고 큰소리를 내봐도, 나비는 보이지 않았다.

12월 8일. 여름처럼 덥기까지 하던 날씨가 어젯밤부터 급격히 추워졌다. 어젯밤에는 영하로 떨어졌을 수도 있다. 베란다를 구석구석 아무리 뒤져봐도 나비는 보이지 않았다. 그예 얼어 죽었나 보다. 나비의 죽음이 내 잘못은 아니지만, 나는 나비에게 미안했다. 나는 나비가 하루라도 더 살기를 바랐지만, 나비를 살리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나비를 살리는 방법을 몰랐고 방법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제 힘으로 살아남기만을 바랐을 뿐이다.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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