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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6.29 15:41:07
  • 최종수정2023.06.29 15:41:07

이두표

수필가

- 싸다 싸. 이 미련한 놈아.

요즘 아침저녁으로 거울을 보면서 내가 내게 내뱉는 말이다. 이때마다 속이 쓰리다. 벌써 삼 개월이 넘었다. 거울을 안 보면 되지 않느냐고? 햇빛에 노출되면 상처 부위의 색이 변하니 낮에는 항상 선크림을 바르란다. 그러니 아침마다 거울을 볼 밖에. 그냥 두면 흉터가 생기니 밤에는 미용 크림을 꼭 바르란다. 그러니 밤마다 거울을 볼 밖에.

- 어쩌다가?

만나는 사람마다 나를 걱정한다는 표시로 한마디씩 건넨다. 고맙다기보다는 오히려 불편하다. 그냥 모르는 척해주면 더 편할 텐데. 이때마다 장황하게 사고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 원래대로 되려면 어떤 사람은 일 년은 지나야 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이 년은 지나야 한다고 한다. 지금 당장도 보통 불편한 게 아닌데 말이다. 한숨이 저절로 난다.

이야기하자면 달력을 올해 첫 장까지 거꾸로 넘겨야 한다. 한없이 늘어나는 뱃살을 빼보자고 하루 만 보 걷기를 시작했다. 매일 걷고 매번 몸무게를 쟀다. 체중계의 숫자가 내려가고, 바지 허리춤이 헐렁해지면서 점점 걷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시도 때도 없이 걸었다. 어떤 날은 새벽에, 어떤 날은 낮에, 어떤 날은 밤에. 걷기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게 운동화다. 커도 작아도, 넓어도 좁아도 안 된다. 쿠션감도 좋아야 하고 발목을 붙드는 힘도 있어야 한다. 이 많은 조건이 딱 맞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운동화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운동화를 다섯 켤레 가지고 있다. 그런데 모두 내 발에 딱 맞지 않는다. 조금은 크거나 작고, 조금은 넓거나 좁다. 하지만 P사 운동화는 달랐다. 내 발에 딱 맞았다. 그래서 걷기를 할 때는 이 운동화만 신었다.

이런 나에게 아내는 성화를 댔다.

- 여보, 그 운동화 이젠 버립시다. 구 년 됐어. 너무 오래됐잖아. 보기에도 추잡스럽고. 다른 운동화가 없으면 모를까, 유독 그 운동화에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아내의 이런 성화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정도로 나는 간이 크다. 주야장천 P사 운동화만 신었다. 익숙하고 편한 데다가 정마저 들었으니까.

드디어 문제가 터졌다. 아직 떠나지 못한 겨울이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는데도 성급한 봄은 이미 찾아와 재잘거리고 있는, 겨울 같은 봄날. 어둑어둑해진 시간에 다른 날처럼 P사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만 보를 채우고 기분 좋게 통화하며 집으로 오던 중이었다. 갑자기 오른발이 떨어지질 않고 몸이 기우뚱 앞으로 넘어가는 게 아닌가. 왼손은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지, 몸은 넘어가지, 아뿔싸. '왼쪽 어깨를 바닥에 부딪치고 그 반동을 이용해 옆으로 굴러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얼굴은 이미 거친 보도블록에 부딪혀 갈려 버렸다. 얼굴엔 피가 흐르고…. 그 모습으로 집에 돌아오자, 아내는 기겁했다.

- 그 운동화, 진작에 버리자고 했잖아요. 아휴, 속상해.

운동화가 너무 오래되니 고무 밑창이 떨어지고, 그게 말려들면서 발이 꼬여 넘어진 거였다. 직접적 원인이야 그렇다 쳐도 진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했다. 그래야만 다음에 또 이런 사고를 당하지 않을 게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봤다. 결론은 나였다. P사 운동화로 인해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문제에는 눈을 딱 감아버리고 그 운동화가 주는 편안함과 익숙함에 안주하려 했던 나, 나의 안일이 사고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어느 뇌과학자가 얘기하는 걸 들었다. 사람의 뇌는 입력되는 현상들을 단순화 패턴화시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늙어 갈수록 새로운 문제를 찾기보다는 익숙함에 안주하는 걸 더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 바람 중 하나는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은 사람으로 살고 싶은 거다. 이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 내가 어느새 익숙함에 안주하려 하고 있다니. 이 생각을 할 때마다 속이 쓰리다. 그래서 거울을 볼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 것이다. 익숙함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 이 미련한 놈아, 싸다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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